2011. 7. 28. 제주 세째날. 11시 출발 6시 50분 하산.
사흘째 날 한라산 위쪽에 구름이 걸려 있었지만 윗세오름으로 올랐다.
우의를 준비하고 비를 맞을 각오를 하니 마음이 편하다. 제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여 동부와 서부가 다르고
서귀포와 제주시의 날씨가 다르고, 산 아래와 중산간 위쪽의 날씨가 또 달라서 일단 큰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산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
한라산의 식생을 그런대로 볼 수 있으면서도 그리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곳이 윗세오름이다.
백운란이 있는 숲에 들러서 영실에 도착하니 11시다. 일찍 서둘러야 했는데 백운란에 너무 빠져서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20 여분 숲 터널을 지나는데 습한 등산로에 세뿔여뀌가 녹색자리를 깔았다. 화기가 맞지 않으니 매번 잎새만 담아간다.
작은 계류 옆 산수국의 푸른색이 팽팽하다.
산개벚지나무 열매도 한창 색이 곱다.
산개벚지나무의 화서에는 자근 잎같은 포가 열매를 받치고 있는게 특징이다.
숲 터널을 지나고 치받아 오르는 구간을 낑낑거리고 오르니 저 멀리 병풍바위가 이마에 와 닿는다.
지금부터는 등산로 주변의 작은 풀들을 눈여겨 보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바위 틈새에 백리향이 화사하게 오가는 이들을 반긴다.
산 줄기를 오르는 오르막이지만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여 꽃을 찾으면서 전진하니 힘들 일이 없다
가끔 고개들어 멀리 가늘게 흘러내리는 폭포족도 시선을 주어 본다.
육지에는 산사태로 난리이고 폭염으로 얼음이 동이 난다는데 이 보다 더 좋은 신선놀음이 어디 있당가?
호장근도 꽃술을 터뜨리고 있다.
잎맥과 꽃받침이 붉은 붉은호장근도 이곳에 있는데 최근에 호장근에 함께 통합되어서 이름을 잃어 버렸다.
6월 울릉도에서 왕호장을 보았었는데 잎이 내 손바닥보다 더 크고 내 키를 훌쩍 넘어서는 크기로 그 크기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었다.
사초과인지 벼과인지 머리카락 같은 풀잎이 바람에 휩쓸리는 속에 좁쌍같은 노란 꽃이 앉아 있다.
자잘한 바늘 잎이 애기솔나물이다.
털진달래 나무에 의지한 제주황기가 보이긴 하는데 아직 꽃을 피울 생각이 없다.
털기름나물도 슬슬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줄기와 엽병, 마디, 엽축, 잎뒷면에 흰털이 가득 덮고 있는 녀석이다.
거센 바람의 영향으로 고지가 높은 능선 자락의 풀과 나무들은 모두 키가 나지막하다.
좀갈매나무다. 갈매나무도 몇 종이 되는데 구분하기 어렵지만
이 녀석은 고산에 사는 탓으로 잎이 엄지손톱만 하고 가지 마디가 짧아서 금방 눈에 들어 온다
갈매나무과의 특징인 가지 끝이 가시화된 모습이 보인다.
머리 아프게 하는 녀석이다. 층꽃, 층층이꽃, 산층층이, 탑꽃, 애기탑꽃....중에 한 녀석일 거다. ㅎㅎㅎ
또 머리 아픈 녀석이다. 한라산 고지에 자생하는 쥐손이풀과로 사국이질풀과 섬쥐손이가 있는데 그 녀석으로 봐야겠다.
이 녀석을 사국이질풀로 이야기가 오갔다.
한라개승마도 풀과 엉겨서 자잘한 깃꼴 잎 사이에 꽃대를 올리고 있다.
이 녀석은 미나리아재비과가 아닌 장미과이다. 원추상 총상화서는 원줄기 끝에 달리고 백색털이 있으며 포는 선형이다.
잎은 넓은 삼각형이며 2회우상 3출엽이다.
자주꿩의다리도 작은 키 까치발하여 한 줌 햇살 받아 꽃을 피웠다.
털진달래는 이미 암술로 전설만 남기고 타원형의 열매를 달고 있다.
나무 계단 옆 빛 좋은 자리에 게박쥐나물이 꽃대를 올렸다. 잎이 박쥐가 날개를 편 형상이다.
아직 손바닥난초가 나타나지 않아서 여기 쯤이 아닐까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병풍바위는 아직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