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5. 서백두-북백두
서백두 산문안 텐트 촌의 막사같은 텐트 4동을 빌어서 일박을 하였다.
텐트 안은 두터운 이부자리가 깔려 있고 전기 장판까지 깔려 있어서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주변은 야생화가 지천이어서 아름다운 화원에서 잠을 잔다는 게 호텔보다 더 설레였다.
가장 불편한 점은 재래식 화장실과 씻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것이다. 가까운 식당 휴게소 화장실에 물이 있긴 했지만
그도 저녁 식사 후에는 물을 잠궈버려서 우리는 생수 한 병으로 양치와 고양이 세수, 발 닦는 걸 모두 해결해야 했다.
종일 비가 부슬거리는 노호배 잔등을 걸었으니 다들 등산화 속은 질벅질벅 하여
두루마리 화장지 2개를 풀어서 습기를 제거하였고 눅눅한 옷과 우의는 텐트 안에서 적당하게 말려야 했다.
모기가 더러 날아 다녀서 뱅글뱅글 말린 모기향을 얻어와서 향을 피웠지만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함께 잔 일행은 몇 군데 쏘였다고 가려워 죽겠다는데 어째 나는 한 방도 쏘이지 않았다.
테트촌으로 가는 도중 붉은인가목 열매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 녀석은 표준식물목록에서 생열귀나무과 통합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생열귀나무는 열매 자루에 짧은 선모가 있는데 이 녀석은 열매 자루에 선모가 전혀 없고,
열매가 둥글며 탁엽이며 어린 가지, 엽축에 붉은색으로 붉은인가목으로 정리한다.
한 밤 중 작은 랜턴을 들고 막사 옆 화장실을 가야하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
화장실 불빛에 날아든 나방들로 문을 열다가 혼비백산을 하였고 불이 없는 칸에 들어가서 잠시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남자들이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여자들은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아침 일찍 잠이 깨니 토닥토닥 빗소리가 들린다. 어제 처럼 오락가락하던 비가 아니라 추절추절 내리는 비다.
에효~! 오늘 서백두 산문 안에 잇는 공개되지 않은 비밀의 화원을 탐사하기로 해서 이 불편한 텐트 촌에서 잠을 잤는데....
이 정도의 비가 내리면 카메라 꺼내는 건 포기해야 한다. 북백두 쪽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기에 탐사 대장이 급히 일정을 수정한다.
산문 밖으로 나가서 북파 쪽으로 가서 습지와 소천지를 탐사하고 바로 천문봉에 오르기로.
산문 밖으로 나가는 차를 섭외하는 동안 주변에서 담은 각시취이다.
경북 북부지역이나 강원도에 가면 가을을 알리는 녀석으로 쉽게 만난다. 그래서 더 반가웠을까?
버스를 타고 북백두로 가는 도중에 보니 분홍바늘꽃이 도로 양쪽 숲 가장자리에 붉게 피어 있다.
어디 쯤 멈추어 주면 좋겠는데....마음이 간절하던 차에 가이드가 차를 세워준다. 모두 우루루 마음이 급하다.
이렇게 자생적으로 피어 있는 꽃은 식물원에 가꾸어진 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인위적 손길에 길들여진 것과 자연이란 게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천으로 흐드러진 분홍바늘꽃은 백두로 가는 도로변에 계속 피어 있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분홍바늘꽃 옆에 노란 꽃이 보인다.
다들 무슨 꽃일까 하는데 제주 윗세오름에서 보고자 했지만 너무 일러서 개화한 걸 보지도 못하고 왔던 금방망이다.
한 쪽에서는 제비동자 꽃이 있다고 떠드는 목소리가 하이톤이다.
녹색의 숲 속에 몇 개체 빨간 연미복으로 치장을 한 제비동자꽃이 유난스럽게 도드라져 곱다.
연해주 숲의 모기는 극성이었다. 풀가지를 꺾어서 이리 저리 휘둘려도 금방 달려들어서 붙는다.
꽃이 자그마한 물봉선에 집중을 하는데 이눔의 모기 떼가 가만 두질 않는다.
하기사 저네들도 모처럼 잔칫날을 맞았으니 한 바탕 놀아 봐야 하지 않겠남?
작년에 신종으로 발표된 꼬마불봉선이란 녀석이 있다.
꽃이 일반 물봉선의 1/2 정도라는데 이 녀석의 꽃 크기가 그 정도였다.
이 녀석의 정확한 정체는 아직도 모르겠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자연적으로 물봉선의 꽃 크기가 작아지기도 한다니...
잠시 머문 숲에도 다양한 야생화들로 화원을 이루고 있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더 뒤져 보고 싶을 정도로 대륙의 숲은 매력적이었다.
바늘꽃이 보이길래 암술머리를 확대해 보니 동그란 성냥개비형이 아닌 길쭉한 곤봉형인 그냥 바늘꽃이다.
성냥개비같은 암술머리는 돌바늘꽃이다.
털이슬도 늘 기억해 두면 금방 또 헷갈려서 뒤죽박죽이 된다.
꽃받침잎이 붉은색을 띠고 있으니 말털이나 쥐털인데....... 긴 타원형 잎과 얕은 톱니, 화서의선모, 엽저를 보니 심장저라. 말털이슬이다.
이리 저리 다른 녀석들을 살피는데 머리카락처럼 치렁치렁 실같은 잎을 늘여뜨린 쇠뜨기가 보인다.
물쇠뜨기라 생각하고 알은 체를 했는데 능수쇠뜨기란 녀석이었다. 부전고원, 백두산지역 등 북부 심산 지역에서 자란다.
박쥐나물이 자색의 꽃받침에 하얀 꽃을 피웠다. 잎을 보니 날개가 없다. 게박쥐나물 같은데.....
북백두로 가는 길은 분홍바늘꽃 천지였다.
무리지에 피어 있는 꽃의 축제를 보니 그저 감격스러워서 탄성만 지른다.
한 번 담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워서 다시 차를 멈추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발판 아래 요 조그만 꽃이 눈길을 잡기는 했다.
아랫 순판의 붉은 색이 걸리긴 했지만 그냥 뭐 꿀풀과 층층이꽃 정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 분홍바늘꽃에 매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꽃동무 한 분이 이게 뭐냐고 묻는다. 층층이꽃이겠지요. 했더니 아니란다.
다들 또 카메라를 들이대기에 그냥 가면 손해볼 것 같아서 함께 엎드렸는데....
어? 윗순판에 대머리독수리 같이 털이 숭숭 나 있다. 꽃받침과 줄기에도 억센 털이 대단하다.
아~! 이 녀석 황매산에서 본 적이 있는....털...??? 갑자기 이름이 콱 막힌다.
덜그럭거리는 마리 속을 한참 낑낑거리면서 뒤집어서 토한 한 마디 털향유다 !!
꽃을 많이 알고 있는 한 일행도 이름만 들었지 처음 본단다. 하기사 국내에도 두 군데 밖에 자생하지 않는 북방계식물이니...
이 녀석은 지금이 개화 적기인가 보다. 탐사 기간동안 이동하는 도로변 길섶 노지에 흔하게도 만났다.
국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녀석들은 되도록 담지 않으려고 했지만 동자꽃도 색감이 고와서 한장 담아준다.
옆에 있는 영아자도 그냥 가면 서운해 할 것 같아서 또 한 컷!
이도백하 부근 잔디가 깨끗한 물가에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였다.
이동하는 동안이나 탐사하는 동안 점심은 계속 도시락으로 해결을 하였다.
도시락이라고 해야 뭐 멸치볶음, 김치, 소세지 조가, 오이가 그만이었지만 그래도 허기를 떼우기 위해서 열심히 먹었다.
물가에 붉은 열매가 하도 고와서 괴불나무 열매라 생각하고 담았는데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열매 자루가 조금 길고 잎 뒷면에 밀모가 보인다. 괴불나무가 아니다.
야생화에 식견이 높은 꽃동무가 물앵도나무라고 알려준다. 물앵두나무가 아닌 물앵도나무.
물앵도나무를 검색해 보니 잎 뒤에 융모가 있고 소지와 엽병에도 융모가 있으며 열매는 떨여져 있다고 한다...
쉬땅나무도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그냥 가기 섭섭하여 화사한 꽃술을 담아 본다.
다들 개병풍 꽃에 달려들어 있었지만 자생이 아니라 꽃이 이미 거의 진 상태여서 별로 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찍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도로변에 식재해 둔 녀석이라 제 녀석이 사는 환경과 맞지 않으니
잎이 도깨비부채 정도의 크기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냇가 숲에 있는 느러진 장대나 몇 컷 담았다.
전초가 1m 이상 자라고 장각과 열매가 길게 아래로 늘어진다고 해서 느러진장대이다.
소천지에 들르려다가 백두산 천지가 열렸다는 소식에 곧바로 천문봉으로 오르기로 한다.
천문봉에 있는 기생대 숙소를 빌어서 백두산 꼭대기에서 하루를 묵을 셈이다.
북백두로 오르기 위해서 절차를 밟는데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백두산 입장권과 버스 승차권을 발급 받고 입구로 다가가니 이건 북새통, 아니 난장판이 따로 없다.
뒤에서는 밀고 앞에서는 가로 막고....
금요일 오후라 주말과 연결되니 중국 관광객과 대두분의 한국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려든 셈이다.
큰 소리가 오가는 중에도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50분 가량 기다려서 봉고버스를 탈 수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출입구 아래 물도랑에 금방망이가 노랗게 피어 있길래......
봉고차는 돌 블럭이 깔린 길을 번개같은 속도로 사정 없이 달린다.
우리는 달리는 속도에 대한 공포감보다 흘낏 차창으로 스쳐가는 야생화에만 정신이 팔린다.
1995년이었던가? 그 때는 산악팀과 함께 등산을 하기 위해서 이 길을 걸어서 올랐었는데
이제는 걸어서는 오르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고 가드레일 안으로는 들어가면 공안 군인이 잡아간단다. 흐미~! 무셔라~!
꼬불꼬불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백두산 길. 20 여분 달렸을까? 5시 15분 경 드뎌 백두산 정상부에 도착하였다.
차에서 내리자 말자 천지를 보려고 200m 남짓한 거리를 달리듯이 올랐다.
마악 구름이 덮고 있어서 허탈했지만 금방 또 구름이 걷힌다. 여기 저기 탄성 소리가 들리고 너도 나도 사진 담기에 정신이 없다.
멀리 끝 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만주의 삼림 바다이다.
이 곳이 우리의 땅이었던 것을. 이 땅을 지키지 못하고 중국 땅으로 밟아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한스럽기조차 하다.
정상부에 있는 휴게소와 기상대, 기상대 직원들의 숙소가 보인다.
오늘 저 뒤쪽에 있는 노란 건물에서 저녁을 보내게 된다.
6시 40분. 사람들이 서서히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오늘 이 천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우리는 한 결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