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4. 제주.
각시족도리풀 숲에서 빠져나와 교래리에서 칼국수 한 그릇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내가 차를 운전하여 다녔으니 꽃동무가 점심을 사겠단다.
이 곳 칼국수 집에는 늘 빈자리가 없을 지경으로 손님이 북적거린다. 국수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아까워서 주변을 살폈다.
미국쥐손이풀이 깊게 갈라진 잎 사이로 연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다.
자동차 아래 제대로 자라지 못한 자주광대나물이 나지막한 키로 자잘한 꽃을 피웠다.
현무암 돌담 너머 애기노랑토끼풀이 길 바닥을 녹색 융단으로 깔고 있다.
줄기와 화병에 밀모가 있으나 잎 앞뒷면에 털이 없고 노랑토끼풀보다 꽃이 작다.
후박나무 새순이 꽃처럼 싱그럽다.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걸 보니 아마 곧 연록의 꽃잔치가 벌어질 것 같다.
제주에서 보는 꽃받이는 흰색에 가까운 꽃과 자그마한 잎이 육지의 꽃받이와는 좀 달라 보인다.
살갈퀴는 육지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녀석이라 그냥 지나치려다가 붉은 꽃이 고와서 몇 장 담아 본다.
벌써 두시가 넘었다. 금새우란을 보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아 숟갈을 놓자 말자 급히 출발한다.
10여 분 거리를 달려서 목장 주변 도로변에 차를 세운다. 저만치 올라야할 오름이 눈 앞에 보인다.
소들이 유유히 풀을 뜯는 옆을 지나 목장으로 들어선다.
목장 입구 솔비나무 솜털 보소소한 어린 새순이 부드러워 보인다.
목장 철책을 넘어 숲으로 들어서니 보리수나무가 꽃을 가득 피웠다.
초입에 만난 금새우란 한 포기에 무릎을 꿇으려는데 꽃동무가 옷깃을 잡아 끈다.
여기서 엎어져 있을 때가 아니라 부지런히 올라가면 무더기를 만날 거라고.
희미한 갈래길을 따라 오르는 사이 사이 이미 고비를 넘기고 시들기 시작하는 새우난초가 여기 저기 나타난다.
잦게 나타나 발걸음을 잡는 금새우난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급하게 담고 오르기를 한참.
야호~~! 대단하다! 드디어 금새우란 꽃밭에 다달았다.
꽃동무는 그 많던 금새우란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걱정을 한다.
헌데 3시 경의 분화구 안 쪽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다. 몇장 담고 빛이 있는 녀석을 담으러 발걸음 되돌렸다
숲 깊은 오름이라 그런지 큰천남성이 너브데 한 석장의 잎을 펼치고 검은 눈을 부라리고 있다.
이 녀석은 검은딸기가 아닐까 했더니 5~7장의소엽이라 하니 그 녀석은 아닌 것 같고,
장상엽의 잎을 보아하나 섬딸기나 맥도딸기로도 접근해 보긴 하는데 검은 가시가 걸리고...도무지 맞아 떨어지는 녀석이 없다.
잊어버린 핸폰을 찾으러 두 번이나 오름 정상까지 가야했던 꽃동무는 땀 범벅이 되었다.
생태숲에서 기다리고 있는 꽃동무와 연락을 하여 계획했던 대로 생태숲으로 급하게 가기로 한다.
오름 숲을 빠져나오면서 목장을 지나는데 나무 사이 소 떼들이 우리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다.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들처럼 부리나케 자리를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