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4. 첫째날-동쪽으로.
4월 말 경에 가 봐야지 하던 게 오늘이 되었다.
5월은 여행 피크 시기라 제주행 뱅기표 구하기도 수월 찮다.
더 늦추면 안 될 것 같아서 갑자기 구하자니 금요일 저녁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늘 숙박하던 호텔도 금요일은 마감이란다. 렌트한 차를 공항에서 몰고 가까운 해수 찜질방으로 직행. 여장을 풀었다.
찜질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하여 눈치껏 이용을 하는데 마음대로 씼을 수 있다는 거 하나는 마음에 든다.
눈치를 보아 하자니 직장 팀, 가족팀, 나홀로 여행자 등 다양한 여행객들이 8000원이면 씻고 자는 게 해결되는 이곳을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제주에 올 때마다 함께 동행하던 꽃동무 두 분이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하고 일정을 짜는데 전화로 통화를 하느라 저녁 시간이 바쁘다.
다행하게도 가끔 출사를 함께 한 적이 있던 꽃동무 한 분과 연결되어 아침 7시 만남을 약속한다.
어수선한 잠자리에 일찍 잠이 깨니 6시다. 출발 준비를 하고 찜질방을 나서니 예정 시각 보다 조금 지체 되었다.
개구리갓 때문에 우선 제주시 가까운 **봉에 들르기로 한다
3월 초순 이 나지막한 봉에서 개구리갓 꽃을 급하게 담아가긴 했는데 찬찬히 담지 못하여 우선 이 곳에 먼저 들렀다.
설악산과 한라산으로 자생지 정보가 나오는 걸 보면 이 녀석은 흔하게 만나는 녀석은 아니다.
그나마 제주도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이 곳이라던가?
4월 개화 시작 때보다 개구리갓이 너무 키가 자랐고 가지를 많이 벌어서 모양새 있게 담기에는 글렀지만
열매를 충분하게 담을 수 있어서 한 가지 수확은 얻었다.
미나리아재비속 식물들이 그렇듯이 꽃잎에 윤채가 대단하다
열매에는 털이 없고 암술 주두가 별로 길지 않다.
봉을 내려 오는 길 옆에 제주장딸기 열매가 빨갛게 익고 있다.
양면에 털이 약간 밀생하면 장딸기이고 털이 없으면 제주장딸기이다. 잎의 너비도 제주장딸기가 더 좁고 꼬리가 가늘게 빠진다
이 녀석 소엽의 털을 확인하려고 원본을 봐도 털이 있는 것 같지는데, 먼지가 앉은 것 같다.
줄기 군데 군데에 가시가 있으며 새가지에는 긴 털과 선모가 있다.
자주괴불주머니도 열매를 주렁 주렁 달고 있었다. 열매 너비를 보니 아무래도 2 배열 같다.
돌아 봐야 할 곳이 많기에 급히 서두는데 공원 관목 울타리 너무 커다란 딸기 나무 꽃이 눈에 들어 온다.
야호 ! 땡 잡았다. 줄기에 가시가 없고 선모만 있는 장상의 큰 잎을 보니 작년에 담지 못한 거문딸기나무 꽃이다.
화경에 선모가 있고 화병은 길이 1-2cm로서 꽃받침과 더불어 비로드 같은 털이 밀생한다.
잎은 삼각상 난형이며 양면 또는 맥 위에 짧은 털이 있고 심장저 또는 절저이고 3-5중열 또는 천열되며 불규칙한 톱니가 드문드문 있다.
엽병에 선모(腺毛)가 있다.
높이가 2m에 달하고 가시가 없으며 가지는 굵고 어린 가지에 선모가 있다.
렌트한 차량은 자주 이용하던 차종이라 별로 어색함 없이 동쪽으로 신나게 달린다.
그저께 까지 내리던 비구름은 말끔하게 물러 나서 하늘은 푸르고
검은 현무암 해안의 비취색 바닷물과 시원한 바람으로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모래냉이다. 그래 이번ㅇ 내려 오면서 이 녀석을 가장 먼저 목록에 적어 두었었다.
잡초 도감에서 냉이류를 살피는 중에 이 녀석이 눈에 들어 왔는데 제주 **해수욕장 부근에서 처음 발견된 귀화종이라...
내려 오기 전에 꽃동무한테 확인을 하니 볼 수 있을거라 확신을 해 주었던 터라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멈추었다.
보드라운 모래 언덕에 모래냉이가 노랗게 피어 있다. 유채꽃보다는 작고 는쟁이냉이 꽃 정도 크기이다.
이 녀석은 너무 귀여워서 여러 컷을 담았다.
이렇게 작은 녀석을 모래냉이라고 소개하면 실제의 이미지가 왜곡되어 전해지기 십상이다. 사실은 개체가 크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이 녀석은 아예 모래밭에 코 박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원래의 모습은 이렇게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꽃줄기가 길게 자라서 총상으로 꽃이 핀다.
장각 열매가 마치 유채 열매 같다.
줄기는 높이 10-50㎝이다. 기부에서 많은 가지를 치며, 가지는 가늘며 곧게 또는 비스듬히 자란다.
경생엽은 없거나 또는 줄기 기부에 생기며 근생엽과 비슷한 크기가 작았다
커다란 풍력 발전 바람개비가 쉭~! 쉭~! 위협적인 굉음을 내는 곳에 잠시 차를 멈추었다.
실거리나무가 갈고리가시를 숨기고 노랗게 웃고 있다.
이 녀석 줄기와 잎자루에는 고부라진 가시가 있어서 그 가시에 걸리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짐승들은 이 실거리나무를 싫어한다.
등심붓꽃 이 녀석 저 거인 풍차와 맞서 보겠다고? 아서라~!!
푸른별이 풀밭에 내려와 앉았다. 뚜껑별꽃.
작년에 이녀석을 보고 멍석딸기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쳤다가 하도 잎이 자잘하기에 이상타 하고 담아 왔던 사슨딸기다.
풀밭이나 산자락에는 사슨딸기가 가장 흔하게 보인다.
반디지치가 이 동쪽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던데 나중에 꽃동무 한테 이야기 했더니 이 곳에도 반디지치가 있었다고...
이 녀석 푸른 꽃은 벌레들이 좋아하는 특별한 성분이 있는지 꽃이 온전한 게 없다.
해안 바위에는 갯장구채가 이미 시들고 있어서 발길 돌리는데 늦둥이 한 녀석이 눈길을 끈다.
물통에 있는 검은별고사리가 궁금하여 잠시 물통에 들른다.
풀숲을 헤치고 거침 없이 들어가니 뒤따르는 꽃동무가 질겁을 한다.
배암이 나오면 어쩌려고 함부로 들어가냐고. 물통이 한쪽에 갯대추나무. 연두색 잎새가 부드럽게 돋아나고 있다.
검은별고사리는 여전히 물통을 가득하게 채우듯이 번성해 있었다. 도르르 말린 잎이 장식처럼 이쁘다.
이 고운 피뿌리풀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작년에도 패인 구덩이 앞에서 망연자실하다가 겨우 서너 포기 찾아서 꽃을 담았었는데 그 마저도 사라져버리고 흔적도 없다.
이 녀석은 작년에 담았던 거다. 머 잖아 제주도에서 피뿌리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부질 없는 욕심에 하나 둘, 사라지는 종들의 눈물이 이렇게 붉게 피를 뿌리는 듯 처절하다.
피뿌리풀을 찾아 헤메다가 삼나무 아래 큰꽃으아리보다는 작은 하얀 꽃이 반겨주길래 다가가니 딸기 종류다.
3~5장의 소엽이 보이고, 잎과 잎 앞 뒤에 고운 밀모가 있다. 장딸기가 틀림 없을 거 같다.
허탈하게 내려오는 길 구슬붕이가 헤죽거린다.
이젠 오름 자락은 서양금혼초가 모두 접수해 버렸다. 5월의 오름은 이 녀석으로 온통 노랗다.
피뿌리풀을 찾아 헤메느라 땀 범벅이 되었다. 5월 중순의 날씨가 제법 제 노릇을 할려고 한다.
12시가 훌쩍 넘었다. 교래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하자며 가는 도중 각시를 만나러 낯 익은 오름 근처에 차를 멈추었다.
차량들이 서 있고 숲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보이길래 꽃쟁이들인가 싶었더니 고사리를 뜯고 있다.
제주는 지금 고사리 나물 철이라 오름 자락 어디든지 고사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벌채한 삼나무 둥치 사이에 보라색 털제비가 뱅싯거린다. 열매까지 달고 있는 멋진 모델이다
크고 작은 각시족도리가 삼나무 숲 아래 흔하게 보인다.
그 중 참한 녀석을 찾아 몇 장 담는데 제주 꽃아짐은 고사리를 뜯느라 신이 난다.
지난 해 담았던 이 녀석을 찾아서 한참을 뒤졌다.
시기가 좀 늦어서 꽃술은 다 말라 버리고 잎도 다 퍼져서 모양이 그리 이쁘지는 않다.
배가 고프다 싶어서 시간을 확인하니 에구~! 1시 20분을 지나고 있다.
너무 늦어버리면 금새우란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데 참꽃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잡는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진달래과 나무다.
점박이천남성이다. 불염포(佛焰苞)는 윗부분이 약간 자줏빛이 돌며 통부가 녹색이고
줄기에 얼룩 점무늬가 있어서 점박이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마음이 급해도 담을 건 담아야 한다.
큰점나도나물로 보인다. 꽃이 무척 크다.
이 녀석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또 바닥에 무릎 꿇으니 배 고프다고 재촉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