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 제주-사흘째 날 2
볼거리를 적어 온 걸 확인하니 아직 꽤 많다. 서귀포 쪽 산자락을 종일 뒤져야 할 것 같아서 급히 서둔다.
10월 중순 쯤 꽃동무가 처음 발견하여서 제주 난대림연구소의 박사가 학계에 발표한 열대식물 미기록종이 있다.
그 녀석을 볼려고 하니 한참 먼 거리를 돌아야하지만 그래도 안 보고 갈 수가 없다.
손바닥선인장이 보라색 열매를 달고 있다.
이 열매는 백년초라하여 다양한 건강식품으로 가공하여 제주 농가의 소득작물로 인기가 있었단다.
이 녀석이 이번 가을 식물학계를 뜨겁게 달군 열대식물로 지하에서 피는 꽃 코멜리나 벵갈렌시스다.
일본과 대만 이남의 열대와 아열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제주에서 발견되면서 제주가 북방한계선이 됐다.
이 식물은 지상부에서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해 깔때기 모양의 포에서 파란색 또는 보라색의 꽃을 피우며,
지하에서도 꽃잎은 퇴화하였지만 지상부에 피는 꽃과 같이 암술과 수술을 비롯한 다른 기관을 정상적으로 갖춘 꽃을 피우는 것으로 밝혔다.
내가 찾았을 때는 이미 꽃은 끝난지 오래고 잎과 줄기도 생을 다한 듯 다 사그러지고 있었다.
꽃받침은 닭의장풀을 닮았는데 흰털이 많이 보이고 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인 잎은 넓고 양면에 털이 많았다.
인터넷 신문에 나 있는 사진을 가져온 거다. 국명은 아직 명명하지 않았단다.
증명용으로 이 녀석을 담고 있는 옆에 여우구슬이 조롱조롱 열매를 곱게 달고 카메라를 들이대 주길 기다린다.
동백나무겨우살이를 보러 가는 도중에 여름에 꽃을 담았던 새박이 아마 참하게 열매를 달고 있지 않을까 싶어 잠시 들렀다.
역시 굵은 콩알만 하게 익은 새박이 마른 덩굴 줄기에 하얗게 목걸이처럼 주렁주렁이다.
벵갈렌시스를 보러 돌아 오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갈비탕 한그릇으로 점심을 해결 하고
동백나무겨우살이를 보려고 서두는데 지나는 길 옆 방풍림에 참식나무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헌데 점심 먹으면서 카메라 이리 저리 만지다가 세팅이 잘못된 걸 보르고 담았더니
색온도가 엄청 낮게 설정되어서 한기가 흐를 정도로 으스스하다.
고북고불 소로를 한참달려 도착한 곳, 어느 집 작은 텃밭 동백나무에 동백나무겨우살이가 나지막한 나무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
마치 게발선인장처럼 생긴 녀석이 마디에 노란 열매를 달고 있는게 참 귀엽다. 처음 보는 녀석이라 더 신기하다.
참나무겨우살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는데 꽤 멀다. 가는 도중 외돌괴에 잠시 들른다. 후추등 열매가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이 녀석도 암수딴그루인데 열매 달린 암포기는 흔하지 않다. 열매가 아직 파랗다. 겨울에 오면 붉게 익은 모습을 담을 수 있을텐데..
후추등 덩굴이 해안의 나무 둥치를 완전히 담싸고 있다. 대단한 기세다.
풀밭에 울산도깨비바늘이 있길래 그냥가기 뭣해서 몇 장 담아 와서 보니 좀 이상하다.
가장자리 통상화가 크게 발달하여서 흰 꽃잎처럼 변하였다. 분명 설상화는 아닌 것 같은데..
2회 깃꼴로 갈라진 잎을 가진 이 목본을 보고 한참 고민했다. 본 것 같은데 이름이 안 떠오르는 거다.
옆에 있던 꽃동무가 멀구슬나무라고 하니 그제서야 아하! 다. 꽃과 열매가 달린 모습에만 집중하고 잎을 소홀하게 본 결과였다.
오리지널 쑥부쟁이다. 육지에서는 자생하는 쑥부쟁이를 만난 적이 없다. 모두 가새쑥부쟁이나 개쑥부쟁이였을 뿐이다.
한국 남부지방에 난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제주에서는 약간 습한 곳에서 쑥부쟁이를 볼 수 있다.
땅속 뿌리로 벋어서 번식을 한다.
하~! 벌써 3시 30분 가까이 되었다. 짧은 가을 해를 아껴야 하는데 너무 지체되었다.
참나무겨우살이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3시 40분이다.
우와~! 이 녀석이 참나무겨우살이구나.
녀석은 방풍림으로 심은 까마귀쪽나무를 완전히 접수해서 마치 제 집처럼 만들고 있다.
육지의 겨우살이 정도로 생각 했던 참나무겨우살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숙주나무에 떠억하니 뿌리를 박아서 마치 우거진 나무 처럼 가지가 늘어졌다.
4개의 빨간 수술 색이 차암 곱고 꽃 모양이 개성이 있어서 자꾸만 눈이 간다.
사진을 담기에 적당한 높이에 있는 곳이라 이곳을 많이 찾나 보다. 처음보는 참나무겨우살이가 신기하여서 정신 없이 담았다.
잎이다. 이 녀석은 환전한 목본으로 가지를 벋어서 자란다.
육지의 겨우살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렇게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다.
숙주나무는 간 곳이 없고 참나무겨우살이가 기세등등하다
아직도 호자덩굴, 추분취, 좀딱취를 봐야 하기에 급히 자리를 뜬다.
추분취를 봐야 한다는 내 요청에 해가 기우는 시각 꽃동무는 산사 숲으로 안내를 해 준다.
산록도로를 지나 소로로 접어들더니 어느 사찰 진입로로 들어선다. 벌써 숲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많이 기울었다.
숲 길로 몇 걸음 내 디뎠을까? 추분취가 눈에 익혀 있던 모습으로 숲 가장자리에서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전초가 담배풀을 많이 닮았지만 열매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추분취를 처음 만났다.
이 녀석은 한라산의 그늘진 숲 속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아쉽게도 열매만 가득하여 꽃을 담지 못하였다.
산책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숲 안쪽으로 들어가 있던 꽃동무가 급하게 소리친다.
있나 보다! 좀딱취. ㅎㅎㅎ.....생태숲에서 꽃을 보지 못하여서 혹시나 이 숲에 피었을지도 모른다더니
그렇게 소원하던 좀딱취가 한 가득이다. 별꽃처럼 작은 바람개비가 하얗게 바닥에 깔려 있다.
넘어가는 햇살로 빛이 약하긴 하였지만 행여 밟힐까 조심하면서 정신없이 눈 맞춘다.
그 옆에 아직 꽃잎 싱싱한 한라돌쩌귀까지 내 고픈 꽃허기를 채워준다.
덩굴용담과 호자덩굴 열매를 찾으러 숲 바닥을 헤매었지만 산호수와 천남성 열매만 눈에 띌 뿐이었다.
이미 어두워지고 있는 숲은 아쉬움만 더 한다.
다른 곳에서 좀더 서둘렀더라면 그렇게 보고 싶던 덩굴용담과 호자덩굴 열매를 볼 수 있었을텐데...
하긴 내년에 볼 것도 남겨 두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