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4.
계획에도 없었던 뜻밖의 탐사였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부산까지 오게 된 출장이라 부산 해변을 둘러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단체 생활에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감히 마음을 내지 못하였는데...
갑작스런 연락에도 오전 시간을 허락해 준 꽃동무 덕분에 보고잡던 여러 가지 고운 녀석들을 담아 올 수 있었다.
따가운 햇살 가득한 여름 해안은 하얀 구름 수평선 위로 가볍고
시원한 바닷 바람 한 자락은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 주었다.
계획에 없었으니 내 복장이야 두말 할 것도 없었기에 지금 팔뚝이 발갛게 익어서 붉은 발진이 생기고
그래도 면 양말 차림에 샌달을 신었던 발등은 땀띠가 나서 가려움을 참기 어렵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하면서 만난 해안 절벽 입구의 참나리 군락.
바다 쪽이든 솔숲 쪽이든 온통 붉게 피어 한 여름을 장식하고 있다.
어제 동백섬을 산책하면서도 유리공예품처럼 이쁜 계요등 꽃을 담지 못하여 애가 타더니
여기도 하얀 설탕가루를 덮어 쓴 녀석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돌부추는 거의 끝물이었지만 증명용으로 두어 개체 담을 수는 있었다.
해변 언덕 한 자리를 차지한 닭의장풀은 유난히 파란색이라 그냥 갈 수가 없다.
처음 대면하는 흰꽃여뀌는 마악 꽃을 피우면서 멀리서 온 여왕벌을 반겨준다.
그리도 만나고자 했던 녀석이라서 여러 장 정성을 다 했는데 우째 제대로 담겨진 게 없다. 엥~!
땡글땡글한 잎이 귀여운 땅채송화도 너럭바위에 어울려 있고
참골무꽃이 파란 별처럼 소나무 발치를 덮고 있다.
이 녀석은 뿌리줄기로 벋어 나가니번지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된다.
6월 제주에서 낚시돌풀을 못 만나고 왔었는데 여기서 이리 쉽게 만났다.
아침 햇살이 너무 강하여 초보 찍사는 탄성만 연발 했을 뿐 담아 온게 영 신통칠 않다.
귀여운 낭아초. 이 녀석이 진짜 토종이다.
절개지 비탈에 사방용으로 마구 심은 키 큰 녀석과 비교도 안될 만큼 이쁘고 귀여운 녀석이다.
무덤 앞 잔디 속에 꽃주저리 꼿꼿하게 세우고 제철을 만났다.
갯패랭이 때문이었다. 내가 안달을 하였던 것은.
6월 20일 경에 제주 해안에서 꽃봉오리만 품고 있는 걸 보고 왔다.
이미 지금은 다 져버렸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부산에 있는 이 녀석이라도 보고싶었던 거다.
7월의 해안 초지는 갯패랭이의 붉은 춤사위로 황홀경에 빠졌다.
두메대극이 해안에? 두메라면 산골짝에 있어야 할 녀석인데...
한라산 1500고지 정도에서 만났던 두메대극이 바닷가에 자생하다니...
허~! 참 해안대극으로 개명혀야 하겄다.
바닷가라서 그런가? 온통 드러누워 있다. 이 비수리 녀석도 바닥에 납짝 업드렸다.
어떤 녀석인지 신상 조회를 혀야겄다.
딱지꽃도 마찬가지다. 무슨 딱지일까?
포복하다시피 바닥에 업드려 있는데, 잎에 광택이 더하고 잎이 짧고 작다.
나중에 이 녀석을 원산딱지꽃이라고들 부르는 걸 알았다.
갯기름나물이 동글동글 화서를 펼쳤다.
멀리 바다를 배경으로 에지간히 담아도 그럴 듯한 그림이 된다.
갯패랭이 어깨 너머 여름 바다가 시원하다.
8시30분 부터 11시 30분까지
하얀 등대가 있는 해안 초지에서 여왕벌의 즐거운 땡땡이 시간이었다.
안내해 주신 꽃동무님께 감사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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