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4.
제주 이틀 째 어제 하루 종일 운전을 하면서 서귀포 쪽을 돌아 댕겼더니
해가림용 안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얼굴이 좀 탄 것 같다.
손등도 많이 그은 것 같다. 이쁜 얼굴 망가지믄 품위 유지에 지대한 지장이 있는디..ㅎ
이틀 째 탐사를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다.
제주의 해안에 자리잡은 숙소는 조용하고 깔끔하여 여행의 기분을 행복하게 해준다
멀리 한라산이 흐리게 다가 오는 청보리밭 가운데 어느 조상님의 표정도 평화스러워 보인다.
아침 8시 숙소 근처에서 ㅊㄹ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들뜬 기분으로 오늘 일정에 따라 방향을 잡는다.
해안도로를 따라 모슬포 쪽으로 가면서 저수지 부근을 먼저 들렀다.
부근의 습지 규모가 대단 하다. 이곳에 수생식물이 꽤나 있을 것 같은데 본 적이 없는 물까치수염이 있단다.
아직 시기가 일러서 물까치수염을 보지 못하는게 아쉽지만 너무 욕심이 과해서도 안되겠지? ㅎ
아직 이른 아침이라 뚜껑별꽃이 입을 열지 않을 거라시더니 옥녀꽃대 가득한 어느 조상님 무덤 옆에는
무심한 뚜껑별꽃은 내게 눈도 맞춰주지 않는다. 옥녀꽃대는 홀아비 꽃대보다 하얀 술이 무척 길었다.
습지 주변을 살피던 ㅊㄹ님이 습지 안쪽에 있는 노란 꽃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물솜방망이다.
산자락 양지 쪽에 사는 솜방망이 보다 털이 없고 튼실하면서 꽃도 풍성하였다.
길섶에 조롱조롱 첨보는 나무 열매가 보이길래 그냥 지나칠 수가 있간디 ㅊㄹ님이 상동나무라 일러 주신다.
꽃은 양성으로 10-11월에 피고 다음해 4-5월에 흑자색으로 성숙한단다. 여릿여릿한 연두색 어린 잎이 너무 이쁘다.
ㄷㄷ봉에서 만나지 못한 참꽃받이를 담으러 오름으로 진입하는데 길가에 꽃을 담고 있는 한 분,
뜻밖에 ㄷㄴㅁ님을 만났다. 2월 제주에 내려 왔을 때 잠시 뵈었던 분이다.
길가에는 유럽장대로 추정되는 십자화과를 두고 유럽장대다 민유럽장대다. 아니다 다른 녀석이다 왈가 왈부하였는데
씨방이 줄기에 찰싹 달라 붙고 백색털이 별로 없는 걸로 봐서 민유럽장대인 것 같다.
유럽장대나 민유럽장대는 선형의 열매 꼬투리가 줄기에 찰싹 달라붙은 특징이 있다.
또 하나 키가 30cm 이상 자라는 십자화과가 보인다. 열매는 다닥냉이 같은데 잎은 냄새냉이와 닮았다
첨에 냄새냉이가 아닌가 잠시 의아해 했지만 바로 옆에 땅바닥을 깔고 있는 냄새냉이와는 또 다른 녀석이다.
도대체 어떤 녀석일까? => 2002년 경 기 보고된 Lepidium bonariense로 국화잎다닥냉이로 명명하였단다.
이 녀석이 냄새냉이다. 전초에서 특이한 냄새가 난다.
열매는 납작한 원통 2개가 붙은 형상을 하고 잎은 열편으로 잘게 찢어졌지만 길이가 짧다.
냄새냉이 줄기는 위로 서지 않고 바닥을 긴다.
감귤 밭 옆에 참꽃받이가 파랗게 꽃을 피웠다. 이곳이 가장 빨리 핀단다.
재작년 ㄷㄷ봉에서 보았던 녀석과 비슷하긴 한데 좀 다르다. 그 도두봉에는 흔적도 없던데...왜 사라졌을까?
어제 담았던 아욱메풀 꽃을 다시 담고 조개나물을 보러 가시는 ㄷㄴㅁ님과 헤어져서
암대극을 담으러 해안 쪽으로 방향을 튼다.
암대극이 피는 곳을 찾느라고 가던 길을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길 두어 차례
한참을 헤매다가 제대로 찾은 해안에는 암대극 무더기가 검은 현무암 사이에서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다.
열매에는 오돌도돌한 돌기가 보인다. 대극 종류 중에서 개체가 가장 큰 녀석이다.
모래밭에 좀보리사초가 하얀 암술을 혓바닥처럼 내밀고 보리알을 여물리고,
그 옆에 현무암 틈새에 갯까치수영이 둥지를 틀고 따가운 봄볕에 꽃봉오리를 살찌우고 있다.
마침 지나는 길 옆에 뚜껑별꽃이 있어서 신나게 담았다. 길가라 그런지 포기가 실하고 꽃이 크다.
다시 ㄷㄴㅁ님과 합류하여 현무암 암반 위에 자그마하게 핀 갯장구채를 만났다.
참 귀엽고 앙징스럽기도 하지. 어째 이런 돌바닥에서 꽃을 피웠을까?
헌데 갯장구채만이 아니라. 돌채송화며, 갯개미자리, 좀개자리까지 현무암 틈새에서 한데 어울려 있다.
.
우와~! 아고~! 이뻐라!
모래지치를 담으려고 이동한 해안에서 뜻밖의 정경에 다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뚜껑별꽃이 한 가득 검질처럼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좀 전에 길 옆에서 담은 녀석보다 비교도 안될만큼 작은 뚜껑별꽃이
현무암 틈을 따라 줄나라비를 서서 파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옆의 개미자리와 벼룩이자리와 거의 비슷한크기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볕이 잘 들어서 일찍 꽃을 피운 모래지치를 담는데 현무암 바위 위에서 꽃을 피웠으니
바위지치로 이름을 바꾸어야 겠다면서 함께 웃어본다.
녀석들은 찍느라고 바위 바닥에 다리를 뻗고 엎드리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여기서 놀자고 해도 실증이 나지 않을 정도로 꽃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암대극 갯장구채, 뚜껑별꽃 모래지치가 흐드러진 바닷가를 떠나기 싫었지만
일찍 핀 새우란이 있다는 곶자왈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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