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4. 제주.
뚜껑별꽃 해안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만나야 할 게 아직 남아 있으니 바삐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모슬포항 포구 식당에서 두분과 함께 낙지 물회 한 그릇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아침 일찍 햄버거 하나로 해결하였던 터라 시장기가 있었지만 함께 한 두분 역시 시장하기는 마찬가지였으리라.
가파도와 마라도를 가려면 모슬포에서 배를 타야 한단다. 그래서 이곳 포구가 여행객들로 북적북적 하는 것 같다.
손에 닿을 듯 가까이 가파도가 보이고 그 뒤로 마라도도 선명하게 보인다.
왼쪽으로 멀리 산방산을 비껴 보면서 해안에 도착하였다. 저 멀리 용머리해안이 있다.
순비기나무가 깔려 있는 풀밭에 파란 별들이 박혀 있다. 반디지치다.
이 녀석은 꽃잎이 쉽게 상하거나 벌레가 뜯어 먹어서 깨끗한 모습을 담은 게 없다.
역시 여기도 마찬가지로 꽃잎이 마르거나 시들은 것이 대부분이다.
해안으로 난 비포장 길로 들어 섰다가 물구덩이를 지나느라 바퀴에 묻은 진흙 털리는 소리가 탈탈거린다.
렌트한 차라서 신경이 좀 쓰이지만 뭐 상채기가 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을 거다.
참꽃받이를 담으려고 산 비탈을 오르는 길에 패인 구덩이를 피하느라 나뭇가지에 긁힌 자국이 좀 걸리긴 한다.
산록도로를 달리다가 샛길로 들어선다.
공사 근처 대형 트럭이 오가는 길 옆에 차를 정차하고 곶자왈로 들어서니.
우와~! 이게 새우란인가요?
난초 종류는 거의 만나보지 못하였던 터라 새우난초 군락에 눈이 커지며 탄성이 절로 터진다.
숲에는 송충이 애벌레들도 숲의 한 식구로 함께 기어다니고 있었다.
뱀도 무서워하지 않는 내가 애벌레라면 질색인데도 그리 놀라지 않는 건 이 풍성한 새우란의 반김 때문일까?
함께 새우란을 담던 ㅊㄹ님이 개구락지발톱이 있다고 알려준다.
육지에서 개구리발톱을 구경한 적이 없다고 얘기 했더니 깔린 게 그 녀석이라면서 웃으셨는데
이태 전에 꽃 봉오리만 보고 갔기 때문에 이 번에 그 녀석도 꼭 담고 싶었던 거였다 .
사진으로만 보면 만주바람꽃과 무척 흡사하여서 꽃이 꽤 클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작아서 여간해서는 속을 보여주지 않았다.
바람만 살짝 불어도 간들거리니 이 녀석 담느라고 눈이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열매가 개구리발톱이 아니라 마치 새 발가락 같이 생겼다.
공사 차량 통행에 지장이 있다고 차를 옮겨달라는 연락에 점박이천남성을 급히 담고 서둘러 곶자왈을 빠져 나온다.
급하게 나오면서 빈 밭을 지나는데, 노랗게 핀 좀가지풀이 그냥 갈 거냐고 바지가랑이를 잡는다.
남방바람꽃을 찾아서 얕은 오름 주변에 차를 주차하는데, 도랑가에 길마가지나무가 있다고 일러 준다.
내게 일러준 게 아니라 그 곳에서 만난 다른 분 한테 일러준건데 정작 내가 반가워서 화들짝 호들갑을 떨었다.
올괴불나무는 지천으로 만나는데 길마가지나무는 본 적이 없었던 터였다.
이미 꽃은 다 지고 파란 열매가 맺혔지만 가지 끝에 두어 송이 핀 걸 발견하고 반갑게 담았다.
고맙다. 길마가지야! ㅎㅎ.
기울어진 햇살에 꽃잎 닫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잰 걸음으로 숲을 지난다.
상산나무가 우거진 곳, 습한 곳에 남방바람꽃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이미 개화 적기를 넘기고 있었다.
그래도 연분홍 뒤태를 담을 수는 있었는데, 몇장 담지도 않았는데 배터리가 껌뻑거린다.
아고야~! 클났다.
상산나무 암꽃과 수꽃도 담아야 하는데... 급하게 상산 꽃을 찾으니 수꽃이 대부분이다.
꽃이 안 보이는 나무를 찬찬히 살피니 드문드문 암꽃이 보인다. 연두색 암술 아래 볼록한 자방이 귀엽다.
배터리가 꺼지기 직전까지 다행하게도 상산과 남방바람을 자료로 쓸 정도로 담았다.
아직도 시간은 4시가 조금 지났지만 배터리도 아웃되었으니 오늘 꽃들과 눈맞춤을 일찌감치 마무리 한다.
물회 한그릇으로 이곳 저곳 안내하시느라 종일 수고하신 ㅊㄹ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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