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5.
제주 꽃 나들이 사흘째다.
하나라도 더 만나게 해 주기 위하여 출발 시각을 일찍 잡아 주시는 ㄴ님과 한라수목원에서 조우를 하였다.
동쪽부터 시작하여 서귀포로 이동하여 1100도로를 타고 어리목 계곡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잡아 놓으셨다.
ㄲ 오름 삼나무 숲 아래서 각시족도리풀을 만났다.
아침 햇살이 아직 숲 사이로 들어오기도 전이라 간벌을 한 삼나무 가지 틈에 동글동글 각시가 하얗게 웃고 있었다.
다른 족도리와 다른 점이 족도리 속의 꽃이 희고 잎자루도 많이 길고 색이 연하다.
꽃잎이 화통에 발랑 뒤로 말려서 붙어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한다.
청개족도리가 있는 가까운 곶자왈로 자리를 옮긴다.
2월 초에 새끼노루귀를 만나러 왔던 곳이다. 제주에서 가장 봄꽃이 빨리 피는 곳이라
봄이 시작할 무렵이 되면 제주시의 꽃님들이 이 곶자왈을 제일 먼저 찾는 것 같다.
곶자왈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 길 옆에 자주광대나물이 무리지어 있다.
이 녀석은 꼭 기운 빠진 대머리독수리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다.
제주에는 흔하게 만나는데 육지에도 이 녀석이 보이는 곳은 군락을 이루는 모양이다.
번식력이 엄청나다. 외래 귀화종이 다 그렇다.
숲으로 들어 서다 말고 개구리발톱과 눈씨름을 한다.
꽃이 작고 꽃대가 길어서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얼마나 간들더리는지 이 녀석 담다가 성질 다 베리겠다.
야호~! 성공이다. 어제 이 녀석 꽃 속을 담으려고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는데 ㅎㅎ
크롭한 게 요정도다. 바깥 흰색 4장은 꽃받침잎이고 안의 노란색이 꽃잎이다.
잎이 개구리발톱과 거의 같아서 구분이 어려운 만주바람은 안의 노란 꽃잎이 없다.
열매가 개구리발톱처럼 생겼남? 내 눈에는 병아리 발톱 같구먼. ㅎ
청개족도리라 한다. 그런데 정식 이름이 아니다. 그냥 개족도리의 꽃 변이로 보면 되겠다.
이 녀석이 핀 위치를 찾느라고 안내하신 ㄴ 님이 몇 차례나 통화를 하셨다.
결국 내가 찾았다. ㅎㅎ..내 눈썰미는 쪼매 인정할 만 항게.
그런데 개화한 지 오래 되어서 꽃잎이 마르고 있었다. 옆에 몇 개체가 있었지만 잎만 보였다.
곶자왈 바닥 볕이 잘 드는 곳에는 갖가지 식물들이 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었다.
키가 10cm 정도로 2 개의 잎을 가진 좀현호색이 홍자색으로 작은 꽃을 피웠다.
<좀> 이란 접두어는 작다는 의미로 붙는 거라 무척 작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 보다는 작지 않았지만
좀현호색으로 이름이 붙을 만큼은 되는 것 같았다. 2개의 잎은 다시 소엽으로 3개씩 2회 갈라진다.
옆에 나도물통이 잎이 보이길래 꽃이 핀게 있겠지 싶어서 두리번 거리니 하얗게 터진 듯한 꽃이 보인다.
나도불통이 꽃이 작다고 하더니만 정말 작아서 내 카메라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도 최대한 들이대어 담으려니 눈에 쥐가 날라칸다. ㅎ. 크롭하여 보니 그런대로 봐 줄 만하다.
어제 ㅊㄹ님이 곶자왈에 푸른별꽃이 있다고 살펴보라고 하셨다.
푸른별꽃이라 하길래 꽃잎이 파란가 했더니 흰색이란다.
일반 별꽃과 마찬가지로 암술이 세갈래인데 꽃이 조금 더 크다.
별꽃의 꽃밥은 자주색인데 푸른별꽃은 수술이 더 많고 꽃밥이 노랗다.
흰털괭이눈이 한 그릇 가득 갈색 종자를 담고 금방이라도 한 그릇 쏟아 부을 기세다.
이미 비워진 그릇이 있는 걸 보니 종자가 여문지 한참 되었나 보다.
곶자왈에서 시간이 좀 지체 되었다. 꼬마은난초를 보기 위하여 한참 산록로도를 달렸다.
다소 너른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청미래덩굴과 비목나무가 연두빛 잎을 난들거리고 있는 숲으로 들어선다.
바닥에는 각시붓꽃이 가금씩 보이지만 이 녀석은 육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니 관심이 가지 않는다.
세상에나~!! 참말로 땅꼬마다.
키가 5cm 정도 될까? 요렇게 작은 은난초도 하나의 식물체라니!
안내하신 ㄴㄱㄴ님도 어제 본 녀석을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맸다.
꼬마를 찾았다고 하여 다가 갔는데도 얼른 보이질 않는다.
딱 두 개체만 있었는데 핀지 며칠 되어 꽃잎 끝이 마르고 있었다
비목나무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바닥에 있는 나무 가지를 주워서 높은 가지를 당겼다.
그런데 왜 이 녀석만 보면 비목 노래가 떠오를까? 전혀 상관 없는데 말이다.
제주시에서 출발하여 동쪽을 돌아서 서귀포 근처에 까지 왔으니 반바퀴는 훨씬 돌았나 보다.
몹시 시장한 걸 보니 점심 때가 지난 것 같다. 서귀포에 가기 전 순대국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서 금난초와 세바람꽃을 만나러 길을 서둔다.
무슨 체육관인지는 모르겠다. 제주의 한 분과 합류하여 체육관 부근 숲길로 들어서는데 노랗게 핀 난초가 눈에 들어온다.
금난초다. 처음보는 녀석이다. 하순판 위의 붉은 무늬가 인상적이다.
숲 속에 보이는 거 모두가 육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것들이라 자꾸만 걸음이 뒤쳐진다.
하트 모양의 잎이 하도 이뻐서 들여다 보는데 엽병과 가지에 가시가 있다.
잎은 뽕나무 비슷한데 꽃이 진 걸 보니 딸기 종류가 분명하다. 담아와서 찾아 보니 수리딸기다.
흰꽃을 담지 못하여 아쉽다. 어린 가지는 녹색으로 밀모가 있는데 고부라진 가시가 드물게 보인다.
뒤쳐진 발걸음을 재게 놀리는데 검은 눈이 숲 속에서 노려 보고 있다.
핫~! 큰천남성이다. 석장의 번들거리는 커다란 잎.
천선과나무가 연두색 잎을 토끼 귀처럼 쫑긋 세우고 있다. 잎이 좁은 걸보니 좁은잎천선과다.
잎 겨드랑이에 매달린 작은 열매는 열매가 아니라 화낭이다.
그 동그란 꽃주머니 속에 암꽃과 수꽃이 숨어 있는 은화과이다. 이 화낭이 열매로 익어가는 거다.
숲길을 빠져나오니 두 분이 한참을 기다린 모양이다.
주차장 옆에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도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구실잣밤나무는 참나무과라 화서가 참나무 종류를 닮았다.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정작 후박나무는 상록성으로 따로 있다.
세바람꽃을 보려면 해가 기울지 않아야 한다.
4시가 넘으면 꽃잎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어리목으로 급히 출발한다.
1100도로 따라 가는 한라산 도로 길 옆에는 고지가 높아서 그런가 아직 봄이 멀리 있는 듯 많이 삭막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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