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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발길 따라

겨울 봉정사 소요 3

by 여왕벌. 2010. 2. 25.

2010. 2. 24.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인사 발령으로 오고가는 사람들로 학교가 부산하다.

몇년 동안의 인연이 헤어짐을 아쉬워 하고, 새로운 만남에는 아직 서먹하게 인사를 나눈다.

올해는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새학년 준비에 걱정이 많다.

 

내일 비가 온단다. 설 이후 눈과 비가 자주 오고 여러 날 동안 날씨가 따뜻하다.

성질 급한 개불알풀 몇 송이 꽃 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퇴근 길에 봉정사를 찾는다.

 

얼었던 논둑이 녹아서 질벅질벅하다. 미끄러진 발자국을 보니 등산객이 많이도 다닌 모양이다.

개암나무의 동아는 아직 별 반응이 없는데, 생강나무 꽃눈이 볼록하니 부풀어 있다.

 

만세루 북편 지붕의 눈이 녹느라고 낙수물이 떨어지고 있다. 흥건하게 젖은 마당을 보니 봄이 더 간절하다.

 

 

낙수물 떨어지는 자리에 종지만한 웅덩이마다 작은 하늘이 내려 앉았다.  

 

만세루 위에는 불교 사물 중에 목어, 법고, 운판이 있고 범종은 따로이 서편 범종각에 자리하고 있다.

 

 

 

만세루 누 아래 문을 지나고 화엄강당 축대 아래를 앉은 걸음으로 살핀다. 

ㅎㅎ....아직 암녹색이지만 개불알풀 잎에 생기가 돌고 있다. 휘유~! 안심이다.

사라질까 걱정했던 녀석이 봄이 되니 되살아 나고 있다. 역시 잡초의 생명은 질기다.

 

겨우 서너 장의 자그마한 잎을 달고 있는 어린 것들이 달포 전 보다 더 많이 보인다.

눈 여겨 보지 않으면 개불알풀이 숨쉬고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잎도 작고 개체도 작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개불알풀이 보실님들 손에 자꾸만 뽑혀서 걱정되는 녀석이다.

 

어라? 한 포기 두 포기....포기를 세고 있는데, 좁쌀만한 연보라색 꽃이 한 송이 보인다.

정말 좁쌀만하다. 그래도, 요 자그마한 꽃 속에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일주일 정도 더 기다리믄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할 것 같다. 이제 자그마한 꽃을 실컷 볼 수 있겄제.

 

 

  

안 그래도 작은 것들이 점점 희미해 져서 돋보기 돗수도 높였는데, 얼마나 작은지 맨눈으로는 자세히 보여지지 않는다.

가지끈 조준을 해서 담아 본다. 접사의 한계 때문에 내 카메라로는 담아서 크롭할 수 밖에 없다.

 

 

 

축대 가까이 자리잡은 녀석들은 싱싱한데, 지나다니는 방문객의 발길에 밟힌 녀석들이 제법 보인다.

에고~! 봄이 되면 또 보살님들이 마구 마구 뽑아내어 버리겠지?

밟힌 녀석들도 제대로 꽃을 피우기 힘들테고..........

짓이겨진 녀석들 몇 포기를 조심스레 퍼 담았다. 안전한 곳에 새 터를 마련해 주어야겠다.  

 

 

 

무량해회 요사채 축대 아래 개쑥갓이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다.

이 녀석 잎에도 이렇게 긴 털이 있었던감?

  

 

 

이엉을 엮여서 지붕을 덮은 김장독 간을 보니 김장 맛이 무척 정갈할 것 같다.

저 김장 독 속에는 맛이 잘 든 동치미도 있겠지? 갑자기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저녁 공양 한 그릇 얻어 먹고 싶다.  

 

 

 

지난 번 이곳에 왔을 땐 극락전 문이 닫겨 있어서 내부의 모습을 담지 못하였는데

마침 문이 열려 있어서 급하게 내부를 담았다. 극락전 가운데 앉은 아미타불은 4개의 기둥 위에 세워진 닫집 지붕을 가지고 있다.  

대웅전의 닫집은 천정 안으로 함몰되어 있는데 극락전의 천정은 대들보가 다 보이고 닫집은 가마 지붕을 한 형태이다.

맞배지붕이라서 그런가? 세밀하게 조각된 지붕살 장식이 아기자기하다.

 

 

 

" 이 보세요. 사진 찍지 마세요."

" 거기 사진 촬영 금지라고 써 있지 않아요? "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돌아보니 젊은 보살이 쌩~! 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고 있다.

 

"네~! 죄송합니다아~~!" 뭐 꼬리 내릴 수 밖에 없다.

분명히 그리 쓰여 있는데 문맹자가 아니니 몰랐다고 할 수도 없다.

얼렁 몇 장 담는다꼬 서둘렀는데 셔터 소리에 들켜 뿌렀다.

 

근디 청량사나 봉정사나 젊은 보살들이 왜그리 못땠으까이? 겨울은 겨울이지만 찬바람이 분다.

 왜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하는 걸까? 이유를 모르겠다.

 

극락전 앞쪽 3칸 벽면 위에는 4개의 발톱을 가진 3마리의 개성 있는 용이 그려져 있다.

용의 발톱 수가 시대나 국가에 따라 좀 다른 모양이다. 중국 황제는 발톱이 5개의 용을 사용했고

신라시대에는 3개, 고려시대에는 4개의 발톱을 사용했다는데, 조선시대의 임금 곤룡포에는 5개의 발톱을 수 놓았단다.

일본은 3개의 발톱을 사용했단다.(인터넷 여기 저기서 얻은 내용이라서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다)

 

가운데 있는 욘석은 백룡?

근데 세마리 용의 표정이 위엄이 있기 보다 개구장이 같이 참 익살스럽다.

 

오른쪽 동편의 이 녀석은 청룡

 

왼쪽 서편의 요 녀석은 흑룡?

 

 

대웅전과 영산암을 다시 들러서 지난 번 미흡했던 부분 다시 담았다.

만세루 동쪽 작은 쪽문(진여문)을 지나는데 쪽문 옆 매실나무에 꽃봉오리가 뽀얗게 봄을 맞고 있었다.

정말 봄이 가까이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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