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6.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부석사의 무량수전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그게 봉정사 극락전으로 인하여 내용이 수정될 수 밖에 없었다.
1972년 사찰 보수 시에 극락전의 상량문에서 공민왕 12년(1363)년에 지붕을 수리하였다는 기록이 발견되어서
무량수전 보다 더 오래된 목조 건물이란 걸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극락전은 대웅전 서편에 자리잡고 있다. 대웅전과 사이에는 화엄강당이 가로 놓여 있어서 마당을 달리하고 있다.
극락전은 전면이 3칸 측면이 4칸으로 전면의 가운데 칸에 문이 있고 양 옆칸에는 창문을 내었다.
그런데 우째 내 눈에는 극락전이 볼 때마다 창고 같게 보일까?
가운데의 문살 없는 판자문과 좌우에 세로로 창살이 있는 작은 창문은 꼭 사찰의 행랑채나 창고 같다.
뭐 내 생각에 그렇다는데 시비를 걸겠는감? 그래도 그렇게 말했다가는 불경죄로 알밤 맞겠지? ㅎㅎ...
극락전 안에는 불상을 모셔놓고 그 위로 나무를 조각한 닫집을 세웠는데
그 닫집이 가마 지붕처럼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다.
아쉽게도 문이 닫겨 있어서 안의 모습은 미처 담지 못하였다.
보통 사찰이나 기와집 지붕의 옆 모습은 팔작지붕인데
극락전 지붕은 옆에서 볼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다.
기둥은 가운데가 볼록한 배흘림 형태이나 다른 절에 비하여 그리 심한 배흘림이 아닌 것 같다
화엄강당의 공포 모양이 매우 단조롭다.
은은하게 색 바랜 단청의 고색미가 새로 지은 종각 단청의 화려함을 오히려 무색하게 한다.
극락전 앞에는 3층 석탑이 소박하게 서 있다. 무엇을 기원함일까 기단 위에 동전이 소복하게 던져져 있다.
석탑 서편의 고금당. 보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극락전의 유명세 때문에 별로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다.
1-극락전, 2-대웅전, 3-화엄강당, 4-고금당, 3층석탑, 6-무량해회, 요사체 7-만세루, 8- 삽문?
9-범종각, 10- 삼신각, 11-영산암, 12-지조암, 13-해우소
범종각을 세우면서 만세루에 있던 범종을 따로 옮겨 놓았다. 웅장하고 화려한 듯하지만 그 화려함이 오히려 가치를 반감시킨다.
전에는 천도제를 지낸 후 물건을 태우던 곳이었는데...
종각과 마주 보고 있는 동쪽의 삽문 진여문이다. 쪽문같은 작은 문이 정겹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봉정사 동편에 자리잡은 영산암이 노승과 수도승 동자승의 번뇌와 해탈의 모습을 담은 영화를 촬영한 곳이다.
영산암 지붕의 곡선이 주변 숲의 휘어진 고목등걸과 어울려 자연과 건축물의 배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동판에다가 촬영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두었던 기념비가 이젠 자취를 감추었다.
웬지 사찰과 어울리지 않는 이물질 같더니만 공사를 하면서 파 낸 모양이다. 참! 잘 ~했어요.
영산암으로 오르는 돌계단
영산암의 돌담 너머 장작더미가 보인다.
누가 이렇게 장작을 패고 쌓았을까? 이것도 수행의 한 과정일까?
영산암은 6개의 건물이 입구자 형을 이루고 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데 큰 기침 소리가 뒤에서 들리길래 돌아보니 출타하신 스님이 영산암으로 들고 계신다.
덜컹 방문 여닫는 소리를 듣고서야 살금살금 우화루 문지방을 넘는다.
영산암으로 들어가는 우화루 입구 문지방도 아래로 휘어진 반야용선 사상을 볼 수 있다.
누마루 아래 입구 저 끝에 영산암 정원이 살짝 엿보인다.
사찰 정원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힌다는 영산암의 작은 정원이다.
잘 짜여진 6채의 건물 지붕의 곡선과 반송, 배롱나무와 돌계단, 나지막한 석등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 작은 정원은 3단계의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우화루로 들어오면 만나는 첫째 낮은 마당,
앞에 보이는 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둘째 마당이 있는데 작은 석등이 보인다.
셋째 마당으로 오르려면 마당 왼쪽의 소나무와 배롱나무 사이의 작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계단을 오르면 셋째마당을 통하여 오른쪽의 응진전으로 갈 수 있다.
셋째 마당까지 오르는 동선은 지그재그로 이루어져 있어서 영산암을 안을 좌우로 둘러 보면서 오르도록 설계 되어 있다.
왼쪽의 승방인 송암당
송암당과 마주 보고 있는 관심당. 영산암 건물의 특징 중의 하나는 건물마다 마루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송암당은 건물 앞쪽의 쪽마루와 왼쪽에 넓은 툇마루를 가지고 있고, 관심당과 응진전은 앞에 좁은 마루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마당의 석등과 마주 보이는 응진전, 왼쪽 작은 건물이 삼성각이다.
응진전 앞의 쪽마루가 앙징스럽다.
삼성각
세번째 마당에서 입구 건물인 우화루 쪽으로 보이는 풍광이다. 입구자형 건물 배치와 반송과 배롱나무 정원수가 조화롭다.
저녁 공양을 하느라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진흙과 암기와로 만든 굴뚝이 정겹다.
한국 사람들의 기원 사상은 작은 돌덩어리도 그냥 두지 않는다. 돌만 보이면 쌓아올리는 것이 습관적이다.
영산암으로 오르는 돌계단 옆에도, 지팡이를 짚고 있는 소나무 아래도 작은 미니 돌탑을 쌓아 놓았다.
저 돌멩이 하나 하나에 무에 그리 기원할 게 많았을까?
겨울 오후 늦은 시각 봉정사 산책을 마친다. 오랜만에 내린 눈으로 가랑잎 밟는 느낌이 부드럽다.
덕분에 올 봄은 가뭄이 덜하겠다.
내려오는 길 명옥대 옆 계곡의 얼음장 아래로 돌돌돌~~~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봄이 멀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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