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6.
뭐 별로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1시간 일찍 퇴근을 하였다. 할 일이 없어서라기 보다 꼭 확인해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봉정사 아래 동네에 차를 주차해 두고 매표소를 피하여 논둑 길을 통하여 사찰로 향한다.
처음 봉정사를 찾는 방문객들이야 매표소를 통하여 출입을 하지만 자주 찾는 안동 시민들은 이 논둑으로 무상 출입을 한다.
겨울 저녁 때라 등산객이 별로 안 보인다. 겨울의 봉정사는 번잡하지 않아서 좋다.
방금 내가 걸어 온 길을 누군가는 내려 가고 있다. 녹의를 벗은 나목 사이로 보이는 명옥대가 왠지 쓸쓸해 보인다.
퇴계 이황이 후학을 가르치던 것을 기념하고자 후세 선비들이 세운 정자다.
명옥대를 지나 100m 정도 솔숲 길을 오르면 천등산 봉정사란 현판을 달고 있는 일주문이 나타난다.
역시 겨울은 너무 허전하다. 가지만 앙상한 신갈나무 숲을 배경으로 선 일주문이 너무 황량해 보인다.
일주문 옆, 마른 이끼 옷을 덮고 있는 돌무더기는 무슨 사연을 안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십 여 년 전에도 이 돌무더기가 여기에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이 돌무더기 옆을 지나다녔을꼬.
봄부터 가을까지 내 놀이터, 봉정사 입구의 신갈나무 숲이다.
여기서 쑥부쟁이도 만나고, 옷섶에 도둑놈의갈고리 씨앗도 붙여 온다.
신갈나무는 수령이 오래된 고목들이라서 고사하는 나무들이 자꾸만 늘어나서 안타깝다.
일주문을 지나서 신갈나무 길을 오르면 안내소가 나타난다.
방문객이 드문 겨울 산사라 문화해설사도 안내소 안에서 책을 읽으면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여름이면 시원한 물로 오가는 나그네들 목을 축여 주었을 샘물. 우물 속은 가랑잎 몇 장이 달그락 거리면서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샘물 옆 오리나무도 닭발같은 수꽃 주저리 늘어뜨리고 발갛게 얼어 있다.
사찰 주위에는 고목들이 많다. 느티나무 군락은 깊은 그늘로 산사 방문객들의 땀을 식혀 준다.
만세루 앞의 감나무에는 알 자잘한 감이 달려서 새들의 겨울 먹거리고 제공되고
노령의 소나무는 비스듬한 가지를 지탱하기도 힘겨운지 지지대에 의지하여 버티고 서 있다.
반송은 몇년 전의 폭설로 가지 몇개가 부러지는 부상이 있었다.
극락전 옆의 은행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었는데, 그 때 수령이 400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봉정사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빈 곳이라 내겐 특별한 곳이다. 안내소에서 바라 본 봉정사 전경이다
만세루로 오르는 돌계단
1-극락전, 2-대웅전, 3-화엄강당, 4-고금당, 6-무량해회, 요사체, 7-만세루, 8- 협문(?
9-범종각, 10- 삼신각, 11-영산암, 12-지조암, 13-해우소
돌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만세루가 나타난다. 2층 구조로 된 이 만세루 아래에 봉정사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만세루 아래 문. 사찰 건물 입구의 문지방은 아래로 휘어져 있다. 이는 반야용선 사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반야용선(般若龍船)은 천도제를 지낸 후 그 흔적을 태워 고통이 없는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배를 말한다.
반야란 인도의 고대어로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지혜를 터득하면 반야, 곧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나도 저 반야 문을 통과했으니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 선 걸까?
만세루 위에는 불교 4물 중에 3물인 법고, 운판, 목어가 있다. 범종은 서편에 따로이 종각을 지어서 매달아 놓았다.
운판은 세상의 만물 중에 날 짐승을, 목어는 물속의 중생을, 법고는 축생세계의 중생을, 범종은 지옥의 중생을 위하려 소리를 낸다고 한다
<범종>
절에서 쓰는 종을 말하며 절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이도록 하거나 모든 이들에게 때를 알려주는 종으로 그 소리가 아주 신묘하여 예경이나 의식에도 쓰이게 되었다. 범종 소리는 우리의 마음 속을 깊이 울려 어리석은 몸과 마음을 자비하신 부처님의 품으로 이끌어 준다. 지옥에 있는 중생들을 위해 소리를 낸다고도 한다.
<법고>
절에서 아침 저녁으로 예불할 때와 의식을 치를때 치는 북이다. 북소리가 널리 퍼져나가는 것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이 널리 퍼져서 모든 이에게 언제나 참다운 이치를 전하여 준다는 뜻이 있으며 축생세계의 중생들을 위하여 소리를 낸다고 한다.
<목어>
나무를 잉어 모양으로 만들어 속이 비게 파낸 것으로 아침 저녁으로 예불할 때와 경전을 읽을 때 두드리며 "방"이라고도 한다. 물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고기들을 위하여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한다.
<운판>
청동으로 된 판을 구름 모양으로 만든 것을 말하며 허공에 떠돌아 다니는 모든 것들의 괴로움과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치는 물건이다. 참선을 하는 절에서 여러 사람에게 끼니 때를 알려주기 위해 울리기도 한다.
<봉정사 대웅전>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께서 창건하신 사찰이다.
천등산은 원래 대망산이라 불렀는데 능인대사가 젊었을때 대망산 바위굴에서 도를 닦고 있던 중 스님의 도력에 감복한
천상의 선녀가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안을 환하게 밝혀 주었으므로 '천등산'이라 이름하고 그 굴을 '천등굴'이라 하였다.
그 뒤 더욱 수행을 하던 능인스님이 도력으로 종이 봉황을 접어서 날리니 이곳에 와서 머물러 산문을 개산하고,
봉황이 머물렀다고 하여 봉황새 봉(鳳)자에 머무를 정(停)자를 따서 봉정사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대웅전은 일반 한옥에서 볼 수 있는 툇마루가 앞에 있다. 마루뿐 아니라 가장자리에 난간까지 있는 점이 특이하다.
사실 오늘 봉정사를 찾은 건 이 녀석 때문이다. 꽃을 기대하고 온 게 아니라 작년 가을 죄다 뽑혀버린 걸 봤는데
혹시나 목숨 부지한 녀석을이 싹 틔우고 있을까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큰개불알풀이야 흔하게 볼 수 있지만(사실 여기선 흔한 것도 아니다) 개불알풀은 여기 대웅전 마당에서만 보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몇포기 이파리가 보이길래 흙을 살짝 헤집으니 꽤나 보인다. 올해 꽃 피우면 안전한 곳으로 몇 포기 옮겨 주어야겠다.
개미자리도 함께 파랗게 색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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