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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발길 따라

낙동강변 산책

by 여왕벌. 2010. 1. 19.

2010. 1. 19.

 

칼끝같이 매섭던 추위가 서서히 꼬리를 감추면서 얼어 붙었던 응달 길 얼음도 모두 녹아 내렸다.

푸근한 날씨를 핑계로 낙동강 고수부지에 나가 보았다.

풀린 날씨 덕분에 운동하러 나온 어르신들이 여유 있게 강변을 걷고 있다. 

 

 

댐 아래부터 낙동대교 까지 4km 넘는 거리라서 저녁 어스름할 때부터 걸으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낙동강 상류에 안동댐과 반변천에 임하댐이 만들어지면서 유속이 느려지다 보니까 강 가운데는 모래가 쌓이면서

버드나무가 자라기 시작하여 이제는 길다랗게 섬을 이루고 있다.

저 섬도 여름이면 가시박이 온통 도배를 한다. 가시박 정말 골치꺼리다. 무슨 수가 없을까?

 

낙동강 고수부지를 정리하면서 이곳을 시민의 휴식 공간과 문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건 정말 잘 한 거다.

강변도로를 낀 고수부지에는 체육관, 청소년수련원, 탈춤페스티벌이 개최되는 광장으로 조성되어 있다.

지금 청소년수련원 옆에는 문화센터가 거의 완공되어 가고 있다.

 

 

수심이 얕은 곳에 오리 떼가 여유롭게 먹이를 찾아 헤엄을 친다.

수인사 나눈 처지도 아니니 이 녀석들한데 뉘집 자손인지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ㅎ

 내가 아는 오리라곤 청둥오리밖에 없으니 섭섭하겠지만 그리 불러 줄 수 밖에 없다. 

 

 

1월 초에 4대강 개발을 한다고 이 고수부지에서 기공식을 하였단다.

븕은 깃발이 꽂혀 있길래 무언가 싶어서 다가가니 강에 보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된 표식인 모양이다.

 

 

 

 아랫 쪽에 보를 만들면 수심이 깊어져서 여기 강 가운데의 섬이나 강 섶의 풀도 모두 물 속에 잠기게 된다.

큰비짜루국화도, 울산도깨비바늘도, 까치발도 다 사라지게 된다. 하기사 이 잡초 녀석들 이름 불러주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자연스레 흙이 쌓이면서 수생식물도 자라서 저절로 물이 정화되기도 했는데, 설마 강 가장자리를 시멘트로 도배하지는 않겠지?

 

 

조성될 내용을 보니 기대가 되기는 한데, 문제를 최소화 하여 자알 되야 될텐데......  

 

 

고수부지 동쪽의 야생화 단지도 겨울잠에 빠져 있다. 아니다, 이 녀석 쥐똥나무는 무에 미련이 남았는지

발갛게 상기된 이파리를 떨구지 않고 꿋꿋하게 겨울을 나고 있다. 

 

그 옆에 쉬땅나무 겨울눈도 덩달아 옷을 벗고 어드메 쯤 봄이 오는지 고개를 빼고 있다.

 

 꽃보다 더 이쁜 기린초 열매는 하얀 별이 내려 앉은 듯 하고 범부채도 까만 눈 빤짝이면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게 걷는 것도 좋지만 더러는 혼자서 계획 없이 유유자적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고 부담 없이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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