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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좀딱취를 찾아서(천선과/갯고들빼기/보리밥나무/여우콩/우묵사스레피/해국

by 여왕벌. 2009. 11. 11.

2009. 11. 1.

 

"좀딱취가 피었던데요. 둥근바위솔 다음 주로 미루고 부산 가시더."

ㅁㅈ님의 블러그에 올라온 좀딱취를 보고 때를 놓칠까 안달이 나서 계획을 바꾸자고 쪽지를 날렸다.

일기예보는 걱정스러웠지만 남쪽이라 분명히 비가 오지 않을거란 신념같은 확신이 드는 건 왜일까?

 

저녁 늦게까지 불알 친구들이랑 이슬 아가씨랑 입맞추느라고

좀딱취가 어떤 녀석인지도 보지 못하고 검색도 못했다는 ㅇㄱ님은 아직도 부스스한 모습이다.

 

아무튼 7시 45분, 약속 시간보다 15분 늦게 서안동 IC에서 만나 부산으로 향한다.

안내를 해 주기로한 ㅍㅅ님과 몇 차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10시 30분. 목적지 ㅁㅇㄷ에 도착

뜻밖에 ㅅㅇ님, ㅁㅈ님까지 반가운 모습으로 기다리고 계신다.  

 

영천의 꽃향유 만남이 일주일 전인데 무척 오랜만에 만난 듯 수인사 나누니 참 신기하다.

꽃을 좋아한다는 단 한가지 공통분모로 이렇게 반갑게 인사 나누고 반갑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좀딱취를 향하여 공원 길을 오르는데 앞서 가시던 ㅍㅅ님이 맨 땅에 코를 박고 주변을 정리하신다.

 

?? ....아무 것도 없는데?

아고야~! 손가락 두 마디도 안되는 난쟁이

집중을 해야만 볼 수 있는 크기의 좀딱취가 하얀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다.

낼름 땅바닥에 업드려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렇게 메마른 곳에,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 좀딱취가 피어 있다니 정말 뜻밖이다.

작년에 제주에서 본 좀딱취는 다소 습기가 있는 숲 계곡에 있어서 제법 키도 컸고 꽃도 컸었는데

아마 생육 환경 때문에 크기가 다른 것 같다.

좀딱취는 꽃이 암수 따로다. 아래 녀석은 암술 갈래가 갈라진 것이 보인다.

 

 

이 자그마한 녀석을 조준하느라 다들 진지하다.

"뭐 이쁜 거 있나요?"

대여섯 명의 진사들이 땅바닥에 코를 박고 있으니 지나는 사람들 모두 한 마디씩 궁금해 한다.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 좌우에는 젖꼭지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천선과가 자주색으로 익어가고 있다.

천선과는 꽃 없이 열매가 달리는 무화과 종류이다. 그러나 사실 열매(꽃주머니,화낭) 속에는 많은 꽃이 숨어 있다.

 

화낭을 잘라서 본 단면이다. 암꽃과 수꽃이 가득 들어 있다.

사진을 찍은 후 먹어보니 푸석푸석하여 물기가 없고 풋가지를 씹는 맛이다.

 

갯고들빼기가 해안 절벽을 노랗게 장식하고 있다.

어린 개체의 잎은 육지의 고들빼기류에 비하여 다소 두툼하였으며 백색 기운이 있는 연녹색이다.  

 

주변에 보이는 1년생에서 두가지 형태의 잎이 관찰되었다. 

깃꼴의 잎은 갯고들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로 한참 왈가 왈부하였으나

꽃이 핀 개체의 잎을 조사한 결과 근생엽이 결각상의 거치를 가진 것과 밋밋한 잎을 가진 것 두가지가 관찰되었다.


 

절벽에는 보리밥나무도 하얀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이 녀석은 잎이 두텁고 앞뒷면에 백색의 인모가 덮여 있다.

보리밥나무 꽃피는 시기는 10~11월로 봄이 되어서야 열매가 익는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상록성 수종이다.

상록성 보리수나무 중에 뒷면이 분백색인 보리밥나무에 비하여, 갈색을 띤 백색인 보리장나무가 있다.

 

 

헛! 그런데 보리밥나무를 타 오르고 있는 녀석은?

여우콩이다!

까만 눈 반짝이면서 바닷가 절벽에 보리밥나무 가지 부여잡고 파도 소리 맞춰 노래부르고 있었다.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녀석. 여기 부산에 와서 드뎌 만났다. 전초에 누런 털이 밀생한 털보다. 하기사 여우니까 털이 많겠지만.

어쩐지 만날 수 있을 것 같더라니..소원 풀었다.ㅎㅎ

근데 이녀석 보면 여우라기 보다 커다란 눈을 굴리고 있는 사마귀가 자꾸 떠오른다.

이 녀석과 비슷한 <큰여우콩>은 잎꼬리가 길게 빠진다.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 하기사 여우콩도 오늘 처음 만나는데 뭐.

 

  

부산의 북쪽에 있는 바닷가에는 우묵사스레피 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까만 열매를 매달고 있는 나무와  꽃을 조롱조롱 달고 있는 나무가 싱싱한 잎을 반짝이고 있다.

자그마한 타원형 잎 가장자리가 뒤쪽으로 말려 있고 둔한 톱니가 있다. 암꽃이 수꽃보다 작다고 한다.

 

하얀 꽃이 다글거리는 나무에는 열매가 전혀 보이지 않고, 열매가 달린나무에는 꽃이 전혀 보이지 않기에

나무가 해걸이를 하는가 싶어서 다들 궁금해 했더니 암수딴그루라. 하얀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는 수그루니 꽃만 있을 수 밖에.

암그루에는 열매가 달린 가지 위쪽 잎겨드랑이에 좁쌀만한 암꽃 봉오리가 달려 있다.

 

<우묵사스레피 수그루>

수꽃은 암꽃보다 크다. 이 나무에 열매가 없던 이유가 이제사 이해된다. 근데 이녀석 개화기는 6월 이라고 되어 있는데

지금이 오히려 개화기처럼 꽃이 한창 피고 있었다. 하기사 요즈음 제정신 있는 나무가 어디 있간디. 

 

우묵사스레피 암그루다.

까만 열매가 다닥다닥 열려 있는데 열매 위쪽 가지에 좁쌀만한 꽃봉오리가(자주색 꽃받침잎에 싸인 봉오리) 보인다.

 

기청산 식물원에서 겨우 한번 만난 주홍서나물이 부산 바닷가에는 지천이다. 

비록 귀화종이지만 색이 참 곱다. 주홍서나물은 화경이 굽어서 화서가 아래를 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녀석과 비슷한 붉은서나물이 더 있는데, 주홍서나물을 화서가 고개를 숙이는데 비해 붉은서나물은 화서가 꼿꼿하게 선다.

붉은서나물은 정작 꽃은 흰색이다. 다만 줄기가 자색을 띤다하여 붉은서나물이라 한다는데, 자색보다 오히려 녹색 기운이 더 강하다. 

 

바다를 바라보는 갯쑥부쟁이의 시선이 아련하다. 무에 그리 주눅이 들었누?

키조차 크지 못하여 앉은뱅이로 꽃을 피웠다.

갯쑥부쟁이는 높이 30-100cm이고 곧게 선다하는데, 이 곳의 갯쑥부쟁이는 유독 키가 작다.  

이 녀석을 담을 때 바닥에 하도 딱 달라 붙은 난쟁이라서  눈개쑥부쟁이를 떠올렸는데...그냥 갯쑥부쟁이다.

 

 

내륙의 가을꽃이 끝나갈 때 쯤이면 해안가 해국이 개화를 시작한다.

역시 해국은 바다가 있어야 제격이다.

 

 

노간주비짜루. 참 재미 있는 녀석이다. 막 꽃이 피고 있는가 하면.

탱탱한 열매를 붉게 달고 있는가 하면, 짜글짜글 주름이 진 늙은 열매도 보인다.

 막 들이대긴 했는데 겨우 꽃술이 보일 듯 말듯 잡혔다. 암수딴그루이다.  

 

 

 

 

이 검은 열매를 금방 보고 정금나무인 줄 알고 열심히 담았는데,

가만히 보니까 비슷한 듯 하면서 불규칙적인 못생긴 모양이 아무래도 정금나무는 아니었다.

잎을 봐도 그러하고. 그 못생긴 모양이 아무래도 노린재나무 같더니...검은색의 열매로 봐서는 검노린재나무라 추정이 되었다.

노린재나무는 열매는 푸른색이지만 검노린재나무 열매는 검은색이다. 역시 확인해 보니 검노린재나무가 맞다. 

 

천선과 열매를 분해하고 검노린재나무와 광나무 열매를 담느라고 혼자 뒤쳐졌다.

점심 때가 늦어서 다른 일행들은 나를 기다리느라 배가 꽤 고팠을 거다.

전어회로 점심을 해결하고 ㅎㅎ님이 기다리는 북쪽 해안으로 급하게 차 머리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