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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겨우살이 사냥

by 여왕벌. 2009. 11. 29.

2009. 11. 29.

 

그려~!

든든한 밧줄만 있으믄 올라가는 건 누워서 떡 먹기지.

50cm간격으로 매듭을 짓고 한쪽 끝에 고리를 만들면 준비 끝인 겨.

암만. 이 매듭을 잡고 발로 버티면 못 올라 갈라구?

 

그렇게 나무 타기에 도전장을 내밀었지 않았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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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에 들면서 오매불망 겨우살이 타령을 하지 않았간?

겨우살이, 붉은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사진을 보니. 하이고야! 을매나 이쁘고 탐나던지.

가까운 곳에 겨우살이가 있으면 금방 달려갈 기세였는디.... 

 

이곳 저곳 겨우살이가 있는 곳의 정보를 입수하였지만, 정보가 있으믄 뭣 하간디.

내가 가진 카메라는 망원렌즈도 없고, 그 눔 담을라꼬 망원렌즈를 구입하기엔 안즉 내 솜씨로는 과욕인건 자명한 일일 터.

에고~! 끙끙거리고만 있던 차.

 

"오잉? 겨우살이가 아니간! "

퇴근 길. 혹시나 하여 길 주변 참나무를 쳐다보면서 느릿느릿 저속으로 차를 운행하는디,

눈에 확 띄는 동그란 모양. 가지가 겹치는 곳에 자리 잡은 까치집이 아니고

뻗은 가지 위에 밀집한 모양새가 분명 겨우살이였겄다. 차를 세우고 올라다 보니 요거이 확실히 겨우살이란 말시.

 

허 참~! 주변에 참나무가 요로코롬 많은데 왜 여그서 찾아볼 생각을 못했으까이?

맨날 다니는 길 옆에 있는 것도 모르고 뭐 합천입네, 홍천입네 하면서 너무 먼 곳이라고 궁시렁거리고만 있었잖소. 

참나무 잎이 우거져 있을 때는 잎에 가려서 보질 못하였고, 잎이 떨어진 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으니 있는 줄도 모를 수 밖에여.

 

이 눔은 어린 나무에는 터를 잡지 않고 오래 된 나무 꼭대기 가지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산 아래서 쳐다보니 까마득하더만요.

자~! 이제 있는 곳은 알았는디, 담을 방법이 없능게여. 망원렌즈가 없으니 나무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디...

 

사다리를 세워 놓고 나무에 오를까? 사다리를 어떻게 싣고 간다?

사다리로 오른다 하여도 꼭대기 가까이 접근할라믄 가지를 잡고 쉽게 오를 수 있어야 하는디?

그려! 굵은 밧줄을 준비하여 줄을 잡고 오르면 제깐 녀석이 허락하지 않고는 못 베길껴. 암만~!

오만 궁리 끝에 꿈도 야무지게 결국 밧줄을 준비하기로 결정하지 않았간.

 

적당한 굵기의 밧줄을 10m나 구입하여 

학교 기사님 더러 일정 간격에 매듭을 짓고 한 쪽 끝에 고리를 만들어 달랬더니 뭣에 쓸거냐고 묻지 않갔소?

까치집 후비러 나무에 올라 갈 거라고 하니, 농담인 줄 알고 웃길래 그냥 농담하는 줄 아는 게 낫다 싶더만요.

진짜로 나무에 올라갈라꼬 밧줄 준비하는 줄 알믄 대빵 아지매 우야 된줄 알고 오만 걱정 늘어질 게 뻔 할 터 .

 

아무튼 밧줄 준비는 완료혔는디 한 가지 걱정이 또 생기는기라요.

밧줄을 잡고 오르다가 발에 힘이 없어서 미끄러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

 

"옳다꾸나! 등산 장비 아이젠을 신발에 부착하면 나무 껍질에 콱 콱~! 박혀서 안 미끄러질 겨."

"역시 내 머리는 비상 혀. 암만"

 

이럴 땐 내 머리 반짝 반짝 잘도 돌아간다 아이요.

해서 십년이 넘게 묶어 둔 등산 장비 보따리를 풀지 않았갔소.

아이젠과 함께 비상용 끈까정 주머니에 넣고 5학년 아지매가 이렇게 감히 나무 오르기에 도전장을 내밀었잖슴.

 

헌데 오늘 난 요로코롬 밖에 담지 못하였소. ㅎㅎ....

 

 

 

 

 

 

  

비가 뿌리는 날씨였지만 용감하게 길을 나서서 아이젠을 신발에 장착도 하였고,

매듭을 지은 밧줄을 들고 나무 아래까지 가긴 혔는디...

 

밧줄을 걸쳐야 할 나뭇가지가 너무 높아서 애시당초 밧줄은 꺼내 볼 생각도 못하였고, 

나무 둥치를 껴안고 용을 쓰긴 혔는디, 당최 땅바닥에서 발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디 내가 어쩔 거여.

팔 다리에 힘도 없는 내가 감히 나무에 오를라꼬 오만 작당을 다 혔으니....우리 집 맹돌이가 들어도 웃을 일이지라. ㅋㅋㅋ...

푸하~~! 나무를 껴안고 낑낑거리는 거시기한 내 폼을 봤더라믄 아마 배꼽을 잡았을 거구먼.

 

참나무 오르기 도전은 이 것으로 끝날 것인감? 

아니제. 내는 기필코 겨우살이를 담을 것이여. 나무 타기에 적당한 나무 하나 포섭해 두었응게여.

4m 높이에 가지가 나 있어서 접이식 사다리만 걸치면 겨우살이가 있는 곳까지 가지들이 잘 벋어 있어서 오르기 쉬운 나무가 있더만.

비가 그치면 재도전 해 볼 거구만.

근데 혹시 모르겄소. 나무 위에서 119 구조대를 부르게 될지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