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1.
단양쑥부쟁이....이 가을 내게 던져진 화두다.
어긋난 출장 덕분에 오늘 기어이 여주의 남한강변으로 출발하였다. 단양쑥부쟁이를 확인해야 했기에.
단양읍 절벽 부근의 단양쑥부쟁이에 대한 의구심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단양의 단양이가 진짜 <단양쑥부쟁이> 가 아닌 듯해서.
1시간 40여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국도를 거쳐서 도착한 곳. 자갈돌 가득한 남한강변이다.
혹시나 벌써 다 사그러졌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그래도 1년생이라도 만나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안 가면 끙끙거리다가 결국은 가 볼거라는 거 알기 때문에 출발했던 거다.
국도에서 잠시 몇번 멈추어 길을 확인하면서 제대로 도착한 강가. 표지판이 눈에 먼저 들어 온다.
도착하자 말자 처음 확인한 게 20cm 정도 자란 1년생 단양이와 로제트다.
잎이 길고 2~3mm 정도 너비를 가진 선형으로 드물게 결각상 톱니가 있다.
이게 단양읍 절벽 부근에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였다.
꽃이나 열매는 단양의 개체와 거의 같았다.
이곳의 단양이를 확인하고 내린 결론은 단양읍 절벽 부근에서 담은 녀석은 단양이가 아니라는 거다.
모 교수님이 절벽위에 자라는 단양쑥부쟁이를 발견했다고 했는데, 그 단양쑥부쟁이가 그 절벽에서 내가 담아온 거와 같은 거라면
아무래도 가는쑥부쟁이를 잘못 본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여주의 단양쑥부쟁이와 잎이 다를뿐 아니라 단양쑥부쟁이라면 왜 그 부근에 1년초 로제트가 전혀 없냐는 거다.
내가 그 로제트 1년생초를 발견하지 못한 거였는지 아니면 정말 거기 로제트가 없다는 게 확실한지....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바위늪구비라는 지명이 이 습지 때문인가? 낚시터가 있길래 물가를 어정거리는데 용수철처럼 꼬인 수초가 눈에 들어 온다.
ㅎㅎㅎ..예상대로다. 분명 여기서 나사말을 봤다는 내용이 있었거덩. 돌돌 말린 나사같은 것 끝에 꽃이 피고 있다.
모두 암꽃이다. 수꽃은 떨어져서 물위에 떠다닌다고 한다.
하얀 실처럼 꼬이지 않는 화경을 가진 녀석도 있고 나사처럼 배배 꼬인 화경을 가진 녀석이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 지 궁금했다.
일단 두 녀석을 자세히 담아 와서 찾아 보니 개화 상태와 꽃이 진 상태의 화경의 변화 때문이었다.
가느다란 긴 화경이 꽃이 지면 도르르 말리고 자방이 물 속으로 가라 앉는단다.
분명 수염마름이 있다고 했는데, 물 가를 아무리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붉게 물든 마름이 열매를 달고 있는 전초를 담았다.
마름 열매는 말밤이라고 하여 삶아 먹기도 했는데 꼭 밤맛 같아서 무척 달았다.
잘려진 붕어말 줄기도 물에 둥둥 떠다닌다.
이 강변에도 가시박이 보인다. 여긴 아직 세력이 강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얼마 못가서 이 강변을 뒤덮게 될 거다..
경북의 하천변에는 이미 가시박이 점령군처럼 풀이며 나무 가릴 것 없이 뒤덮고 있는데
실쭉하니 배가 고파온다. 시간을 보니 1시가 넘었다.
가을햇살이 너무 강하여 내 카메라로 제대로 담겼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쓸만한 거 몇장은 있겠지.
더 이상 욕심을 버리고 차를 돌린다. 돌아 오는 국도변에 조경된 붉은나무 열매가 보이길래 급히 차를 세우니
그저께 일요일 강원도에서 담아온 이름을 찾지 못한 열매다. 나중에 ㅅㅇ님이 미국산사나무로 확인해 보라해서 확인하니 맞다.
산초 열매를 제대로 담은 게 없었는데 반갑게도 차를 세운 곳 옆에 잘 여문 산초 열매가 보인다.
비록 먼길이었지만 참지 못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여 단양쑥부쟁이를 만나고 나니
이제사 후련하다. 헌데 그곳 4대강 개발 보를 설치하기 때문에 물에 잠긴다고 하니 참 아쉽다.
실제로 그 곳에 빨간 무늬를 칠한 표고목을 세워 둔걸 봤는데 건물 3층 높이 정도로 수심이 올라 갈 모양이다.
꼭 그렇게 자연 환경을 바꾸면서 까지 해야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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