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7.
아침. 부슬거리는 빗방울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이 가을 휴일을 집에서 보내기엔 너무 아까워서 그 곳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을 찾았다.
평소 같았으면 야생화 탐사팀 몇은 보일텐데 날씨 때문인가 인적이 없다.
가을비를 맞으면서도 개화를 시작한 자주쓴풀이 꽃잎을 활짝 펼쳤다.
올해도 틈나는대로 몇 번을 찾았지만 매번 언덕 위를 대충 둘러 보곤 아래로 내려 와서 이번에는 언덕 끝까지 찬찬히 살폈다.
물매화가 다섯 개의 왕관으로 진주알 하나 품고 하늘바라기 하고 있다. 물매화에 반가운 가을 손님이 찾아 들었다.
이 곳의 물매화도 억새와 나무들이 우거지면서 그 세가 약해져서 개체가 많이 줄어 들었다.
이 언덕에는 청미래덩굴이 많다. 붉은 청미래덩굴 열매도 한껏 가을색을 물들이고 있다.
자주쓴풀과 함께 당잔대가 제철을 만났다. 언덕은 온통 당잔대의 꽂잔치로 보라색이 지천이다.
물매화를 찾았던 손님이 어느새 당잔대한테 와서 칭얼거리고 있다. ㅎㅎ
부슬거리는 가을비 때문인가 흐릿한 안개구름 너머 산 아래 마을이 흐릿하다.
마지막 늦깎이 솔체가 이 가뭄에 곱게도 꽃을 피웠다.
몇년 전만 해도 이 언덕에는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 찾는이들 감탄을 자아내었는데
식생 환경이 변하면서 구절초 세력도 많이 약해졌다.
동래엉겅퀴가 벌써 피었다. 내려오는 길 아래 보라색 꽃송이가 얼쩡거렸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냥 지나쳤을 뻔 했다.
아직 빠를 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법 많이 피었다. 논둑의 풀을 베면서도 동래엉겅퀴를 남겨둔 논 주인이 고맙다.
해마다 꽃쟁이들이 찾아와 논둑에 업드려 절하는 걸 봤으리라. 꽃 찾아 날아드는 꽃쟁이들 마음을 알아주는 논 주인의 인심이 정겹다.
늘 별 생각 없이 엉겅퀴를 들여다 보았는데 작년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잎에 결각이 있는 것과 버들잎엉겅퀴로 생각할 수 있는 결각이 전혀 없는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종류가 논둑에 한데 섞여 자생하고 있는데 다른 종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같은 종으로 봐야 할지...
나는 단지 의문만 제기한다. 판단은 분류학자들이 할 일이다.
1. 동래엉겅퀴 잎에 결각이 심한 개체이다.
개체1. <줄기잎>
개체1. <뿌리잎>
2. 결각이 없고 매끈한 버들잎처럼 생긴 개체이다.
개체2. <줄기잎>
개체2. <뿌리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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