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0. 추암 바다.
가을 해국 기행을 동해안 추암 바다로 갔다.
가을 바다는 심심하게 모래밭으로 흰거품 밀어 올리며 물그림을 그리고
촛대바위 너머 멀리 망부의 손짓을 찾는 물어린 시선도 전설이라
아침 낚시질을 준비하는 갈매기는 추암 무릎 위에서 잠시 휴식을 즐기고 있다.
무심한 바다물은 하릴 없는 모래톱 어깻죽지를 간지르며 깔깔거리고
그 바다를 배경으로 나신의 여인이 오히려 조롱하듯 스스로의 애증에 빠져 바다 위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바위가 서 있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국의 멋진 그림을 상상하고 기대했는데.
아직 자료 사진 정도로 찍을 줄 아는 내겐 너무 먼 그대였다.
너무 밝은 빛의 백사장과 바다, 어두운 그늘에 서 있는 해국이 난감하게 하였다. 아무튼 그냥 신나게 담았다.
좀 멋지지 않으면 어떠리, 좀 모자란들 누가 탓하리. 그냥 마음 빈 터에 차곡차곡 소중한 시간을 채우듯이
화강암 바위 구석에서 괄호 밖 시간만 줄긋기 하고 있는 외토리 수송나물
노란 사데풀도 흰바위 어깨너머로 갈매기의 소식을 기다리는가.
하얀 참으아리는 한 여름 밤의 분주함에서 깨어 나 앉은뱅이 걸음으로 가을 해를 쫒고 있다.
보라색 줄무늬 열매가 브로우치처럼 이쁜 갯사상자, 관심어린 눈길로 다시 살아난다.
내가 나를 버리지만 않는다면 나는 자연 속에서 한껏 행복할 수 있으리
절망도 고통도 길지만은 않다. 동해의 너른 품이 부드럽게 싸 안아 주어 모태의 평안을 안고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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