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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가래 열매 줍다

by 여왕벌. 2009. 9. 6.

2009. 9. 6.

 

세뿔투구와 놀다가 풀밭을 어슬렁거리는데 유난히 큰 알밤이 보인다.

벌써 알밤이 떨어지다니? 위를 쳐다보니 20m 가 넘는 가래나무가 있다.

커다란 가래나무를 왜 봄에는 못 보았을까? 근데 가래 열매는 하나도 안보인다. 

 

 

바닥을 다시 보니 알밤처럼 보이던 게  아항~! 가래 열매다.

발로 비비적 거리니 껍질이 뭉그래지면서 길쭉한 호두가 드러난다.

청설모가 따다가 떨어뜨린 걸까? 벌써 열매가 익을 때는 아닌데...

산중이라 가래 열매는 청설모 차지가 될 건 뻔한 일. 군데 군데 풀이 베어진 걸 보니 아마 누가 열매를 떤 모양이다

  

 

속살이 들어 있긴 한가? 쭉쟁이가 아닐까 싶어 돌멩이로 열매 한알을 두드렸다.

얼마나 단단한지 에지간히 내리쳐도 깨어지지 않는다.

수차례 두드리다가 안되어서 박살이 나도록 두드리니 그제사 한쪽에 금이 간다.

다행히 쭉쟁이는 아니다. 하얀 속살이 호두처럼 들어 있다. 어릴 적 이걸 산추자라고 했다.

깨어진 열매는? 워뜨케 했간?

 

워떡하긴. 피땀 흘린 노동의 댓가를 그냥 버릴 수 있간디?

가지고 있던 미니칼로 살살 후벼 팠지. 맛이 워쪄?

흐 ~! 아직 꼬시한 맛은 그리 많지 않지만 수분이 빠지면 맛있겄스.

환삼덩굴을 들추니 알이 들어 있는 가래 열매가 많이도 떨어져 있다.

 환삼덩굴과 쑥대궁을 뒤집어서 봉지 가득 열매를 주웠다. ㅎㅎㅎ....땡 잡았다.

청설모야 미안허다. 니 먹이 쪼매만 얻어간다이. 절~~때로 훔친기 아이다.

 하기사 이산 저산 뺄뺄거리고 쏘댕기는 녀석이 가래 열매 뺏긴 거 알기나 하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