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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병산서원 가는 길(쉬나무/조령으아리/백리향/금불초/배롱나무/산당화열매)

by 여왕벌. 2009. 7. 28.

2009. 7. 28.

 

그냥 하루 쉬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몇 번 가 보려고 벼르기만 하던 병산서원으로 나가 본다.

싸리 종류 자료를 만드는데 괭이싸리를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털부숭이 괭이싸리를 기대하고 점 찍어 둔 장소에 차를 세우긴 했는데....

사실은 오는 도중에 햇빛 가리개 달린 모자를 쓴 아주머니들이 풀베기 작업하는 걸 보고 이미 포기해야 했다.

역시 예상대로 잔디밭은 깨끗하게 정리되었고...뿌리가 남아 있으니 9월 쯤 다시 오면 새순에서 꽃이 나오겠지?

 

물도리동 입구를 지나치고  비포장 도로로 접어드는데 쉬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다.

달리 꿀을 얻을 수 있는 꽃이 없는 때라 쉬나무에 꿀벌들이 와글와글 거린다.

일전에 고운사 가는 길에  쉬나무 꽃을 급하게 담느라고 제대로 담지 못했는데, 요렇게 보충할 기회를 주는구마.  

 

멀리 낙동강이 언덕 아래로 구비져 유유자적하게 흐르고 있다.

  

혹시나 별다른 게 없나 하고 아까 지나쳤던 으아리에 다시 눈길을 주는데

오잉? 하얀 꽃받침이 6장짜리 조령으아리다! 에구~!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잖여.

 

신나게 으아리를 담고 한 구비 돌아가는데 마을 앞 숲에는 쉬나무가 천지삐까리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사진 찍기에 적당한 높이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옆의 나무에는 벌써 열매가 조롱조롱이다. 꽃과 열매, 수피를 한꺼번에 해결해 버린다.  

 

 

 

2km 남짓한 비포장도로는 병산서원의 매력 중의 하나이다.

이 길을 포장한다고 하더니만 먼지나는 고향 길에 대한 향수가 그리웠던가 보다.

언덕 가장 높은 곳에 바위벽에 백리향이 산다.

6월이면 연분홍색으로 차일 드리운 백리향 향기는 오가는 길손의 피로를 달래준다.

 

늦둥이 백리향을 담고 있는데 노란꽃이 눈에 들어온다. 조밥나물인감? 다시 고개 돌리니 금불초다. 

야생에서 금불초를 만나기는 첨이다. 이 녀석도 이제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길 양쪽에 쇠서나물이 무척 많았었는데 가로수 조경을 하면서 잡초를 정비해서 그런지 죄다 사라지고 없다.

아줌씨 한 사람이 바위벽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모습이 신기한지 지나는 차들이 먼지를 날리면서 흘낏거린다.

보라면 보라지. 나는 당신들한테 아무 관심 없다우.

 

병산서원 가까운 마지막 구비에 솔체가 있다. 보라색 브로우치보다 더 이쁜 솔체. 가을에 찾아 와야겠지?

솔체 옆에 털중나리가 씨방을 여러 개 달고 있다. 아깝다. 이 녀석 꽃 필 때 왔어야 했는데....

 

병산서원 앞 정원은 고운 잔디로 잘 손질되어 있었다. 배롱나무와 산당화(명자꽃)로 조화롭게 조경되어 있다.

산당화 나무 열매가 주절주렁이다. 모과보다 더 못 생긴 명자 열매.

 

 

 

병산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여유롭게 흐르고 그 건너 편에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어서 풍광이 빼어나다.

서원 마루에 앉으면 만대루 아홉 기둥 사이로 보이는 아홉 폭의 자연병풍은

자연과 건물의 조화로움의 극치로 여러 사람들한테 회자되고 있다.

건축학도들의 답사 일번지로 병산서원을 찾고 있다 하니 자연미와 인공미의 아름다움을 가히 짐작할만 하다. 

 

  

 

12시가 조금 넘었다. 하루를 접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봉정사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 소산 김씨 마을 앞에 만들어 놓은 연못에 백련이 너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