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9. 드르네 외
만항재 부근의 꽃밭을 돌아다니다가 해가 기운 느낌에 시간을 보니 설핏 4시 가까이 되었다.
남은 김밥과 음료수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서둘러 드르네를 향한다.
삼거리 부근에서 끈끈이장구채가 있다면서 손가락질 하는 곳을 보니
더위를 피하느라 물장난 하는 사람들과 이 장마에 불어난 물이 반갑다고 낚싯대를 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아직 장구채는 꽃 피울 시기 이르니 다음 기회에 그 녀석을 만나리라 하고 드르네로 들어서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다.
큰제비고깔 부근 가까워지는데 길옆의 풀들이 싸악~~하니 정리가 되어 있다. 큰일 났다. 우엉~! 큰제비고깔이 위험하다!
"어~! 없다~! 안 보여!!!!"
대장의 낙심한 목소리에 만남에 부풀었던 기대가 와르르................
빈 터에 차를 주차하고 보니 천만다행하게도 예취기의 공격에 간신히 살아남은 패잔병들이 두어 포기 보인다.
색깔이 진한 녀석들은 이미 댕강댕강 목이 달아나 버리고 시신들만 너부죽하게 누워 있다. ㅠㅠ;
오전에 여기 먼저 들렀다면 싱싱한 녀석을 담을 수 있었는데...우짠지 예감이 좋지 않더라니..
그래도 이 정도라도 감지 덕지다. 작년에는 몽땅 베어 버려서 구경조차 못했더랬는데.
길에서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있는 덕분에 목숨 부지한 녀석을 열심히 담았다.
그늘이라서 그런가? 색깔이 그리 진하지 않다.
진자주색의 꽃 모양을 보면 꼭 빗자루 타고 날으는 고깔 쓴 마귀할멈 같다. ㅎㅎ
하도 아쉬워서 잘려버린 꽃 줄기를 주워서 산딸나무 위에 올려 놓고 찍으니 그럴 듯하다. ㅎㅎㅎ
한 시간 쯤 일찍 왔어도 이 녀석 싱싱한 모습 만날 수 있었을텐데....쩝!
계곡을 벗어나면서 산토끼꽃이 있던 자리를 보니 유난히 큰 녀석의 모습도 안 보인다.
역시 주변의 풀들이 죄다 베어져 있다. 산토끼꽃도 여긴 끝인가 보다. 올해에 다른 곳에서 찾아 봐야겠다.
아쉬운 대로 큰제비고깔을 담았으니 병아리난을 만나러 ㅎㅂ사 계곡으로 접어든다.
지난 6월 중순에 담았던 가래나무는 여전하게 열매를 여물리고 있고, 분홍색 노루오줌이 드문드문 보인다.
병아리난이 있는 바위벽에 도착하니 오후 햇살이 적당하게 비추어 주고 있다.
메말랐던 절벽은 장맛비 덕분에 뚝뚝 떨어지는 물로 참바위취 가느다란 꽃대가 축축 늘어져 있다.
등따리에 물이 떨어지건 말건, 엉덩이가 젖건 말건 아랑곳 않고 피사체에 촛점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찍사의 프로 정신? 내가 무시기 찍사인감? 고저 꽃바람 난 아낙이제. ㅎㅎㅎ..
아무튼 미끄러지면서 젖으면서 참바위취와 병아리난을 담았다.
시기를 놓지지 않고 이 녀석을 보려고 좋지 않은 일기 예보에도 불구하고 부랴부랴 서둘렀던 거다.
다행스럽게도 날씨는 흐리다가 해가 나다가 하면서 탐사하는 우리 사정을 알아 주는 것 같았다.
병아리난이 바위 벼랑 구실사리 이불 속에 발치를 묻고 연분홍 입술같은 꽃으로 배시시 웃고 있다.
근데 촛점을 제대로 맞추지 않고 흔들려서 병아리난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아깝다. 또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엥~~!
6월 중순에 피었던 도깨비부채는 이미 흔적만 남아 있다. 근데 쥐털이슬이 여기 있는 줄은 첨 알았다.
앙징스런 이파리도 귀엽지만 빨간 꽃받침도 매력적인 쥐털이슬. 개화 시기에 때 맞춰 오게 되어 다행이다.
요렇게 이쁜 이슬도 있을까? 귀여운 이파리 발그레하게 홍조 띄우고
빨간 꽃받침에 하얀 눈썹 깜빡이면서 계곡 물소리 바람 소리에 여름 장마조차 잊고 있다.
오늘 개아마풀로 출발해서 개곽향, 만항재의 천상의화원에서 분홍바늘꽃과 푸른여로.......... 등
드르네의 큰제비고깔, 병아리난 까지 멋진 탐사로 꽃고픔의 포만감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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