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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동네 한 바퀴 /벗풀/가막사리/왕원추리/조밥나물/바위솔/좀싸리/개곽향/자

by 여왕벌. 2009. 7. 24.

2009. 7. 24

 

오후에 자료를 올리려고 노트북을 두드리니 속도가 너무 느리다.

매일 이 곳 저 곳 틈나는 대로 담아 온 자료는 많고 정리할 시간은 없는데....

 

느림뱅이 속도에 답답하여 카메라를 들고 동네 한 바퀴 휘 돌았다.

전부터 가막사리와 미국가막사리 비교 자료를 담으려고 했던 터라 집 옆의 논두렁을 살피는데,

벼 포기 사이로 보이는 석장의 하얀 꽃. 어라? 벗풀 꽃이 아닌감?

아니? 바로 집 뒤에 벗풀이 있었다니? 물달개비가 있는 줄은 알았는데.....

 

허 참~! 등잔 밑이 어둡다고 웃기게도 벗풀을 멀리서만 찾아 다녔다니.  

헌데 이상하게도 벗풀이 한 군데 논에서만 발견된다. 물달개비는 전에 보지 못했던 앞 논에서도 자라고 있는 게 보이고..

 

 

 

가막사리와 미국가막사리를 여러 장 담았다. 미국이란 이름이 붙은 녀석들의 기세가 얼마나 등등한지

토종들이 주눅이 들어서 열심히 논둑을 살펴야 몇 포기 정도 보인다. 80%는 미국가막사리다.

 <가막사리>                                                          <미국가막사리>

 

 

 매일 지나치면서 눈길 주지 않던 둑방의 왕원추리도 오늘 보니 나름대로 곱다. 

 

앞산에 오르니 조밥나물이 노랗게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잎에 돌출된 결각상 톱니가 특징인 녀석. 며칠 후에 다시 오면 제대로 핀 녀석을 담을 수 있겠다.

 

 

 무덤 주변에 보이던 타래난은 흔적이 없다.

꽃은 이미 졌겠지만 꽃이 진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어디로 사라졌을까?

참나무 발 아래에는 바위솔이 이끼로 자리를 깔고 조용한 평화를 만끽하고 있다.  

 

 장마 끝 산들 바람이 좀싸리의 코 끝을 간지르며 그네를 태우느라 즐겁고...

이녀석 좀싸리 꽃을 보면 꼭 미키마우스 한테 맨날 당하는 덜떨어진 멍멍이가 떠오른다.  

 

기름나물이 여러 포기 실하게 자라고 있다.

호랑나비 애벌레가 가장 좋아하는 풀이 기름나물이라던가?

아무튼 이 녀석은 꽃이 필 때 쯤 되면 새끼손가락만한 애벌레가 우글거려서 가까이 접근하기도 싫다.

 

산을 내려와서 길을 따라 어슬렁 거리면서 주변을 살핀다. 바쁘게 서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

싸리나무 꽃 색이 너무 고와서 몇장 담아 본다. 여름 햇살에 코끝이 까맣게 그을었다. ㅎㅎ...

 

싸리꽃 건너 편에 비수리가 꽃을 피우고 있다. 붉은색이다.

비수리는 흰색 꽃으로 알고 있는데 붉은색 꽃은 본 기억이 없다.

몇 발짝 옆에 흰색의 꽃을 피우고 있는 비수리가 보인다.  

 

 

논둑 옆에 이파리가 단풍잎을 닮은 나팔꽃 덩굴이 우거져 있다.

아쉽게도 저녁 때라 꽃이 모두 시들어 버려서 잎만 담아 본다. 

 

장마 중이라 하지만 낮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은 덕분에 오히려 시원해서 좋다.  

큰 동네 입구에 자귀풀이 싱싱하다. 돌콩 덩굴이 자귀풀에 매달려서 응석을 부리고 있다.

역시 다 저녁 때이라 제대로 핀 콩꽃 모양을 잡지 못해 아쉽다. 

 

 

오잉?클 났다. 단풍잎돼지풀이 우리 동네까지 침입했다.

이거 아무짝 쓸모도 없을 뿐더러 생태계 위해 식물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던데...

근데 개체가 제법 많다. 꽃이 피고 있는데 씨앗을 맺기 전에 쉬는 날 이게 제거하러 다시 와야겠다.  

 

 

 큰동네 앞을 지나는데 일가 아주머니 두 분이 콩밭에 풀을 뽑고 계신다.

반갑게 인사를 드리니 웬 일이냐며 반기신다.

잠깐 바람 쐬고 온다면서 나가선 한 시간이 넘도록 기척이 없으니 엄니가 언제 오냐시며 전화를 하신다.

금방 들어간다고 대답하고선 집 앞 찻길을 두리번거리는데...

 

이런 이런! 이게 무시기? 개곽향이다!

앙이? 며칠 전 아마풀 보러 갔다가 처음 만나서 신나게 담았던 개곽향이 집 앞 둑에 있었단 말가?

아고야~~! 이런 황당한 ......쑥대궁 속에 개곽향이 여러 개체다.

풀베기 작업 때문에 베어진 것들이 다시 싹을 올리는 중이라 바닥이 좌악 깔렸다.

허참! 기가 막혀서리.

 

 

삽살개가 사납게 짓고 있는 이웃 할머니네 집 앞에 새모래덩굴 잎이 참 곱다.

 

 

바삐 걸음을 서두는데 한쪼가리 땅도 그냥 두기 아까운 농심이 보라색 콩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이 녀석은 아마 된장 메주를 쑤는 노란콩이지 싶다.

 

앞 집 친구가 둑에 심은 세로티나벚나무는 동글동글 열매를 여물리고.

나뭇잎 사이로 넘어 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면서 동네 한바퀴를 마무리 한다.

 

이제 집으로 가서 엄니랑 저녁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