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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학가산 탐사(2009. 7. 15)

by 여왕벌. 2009. 7. 16.

혹시나 누린내풀이 폈을까 하여 퇴근하면서 학교 뒤에 있는 학가산으로 차를 몰았다.

봄부터 한번 찾아 봐야제 했던 게 장마가 오고서야 발걸음 옮겨 본다.

 

학가산은 안동 인근에서 제일 높은  해발 882m로 여기도 식생이 재미 있는 곳이다.

높은 곳의 평활한 지역에는 사과 과수원이 넓고 약초나 담배 등을 많이 재배하여 소득이 꽤나 좋은 듯하다.

 

고개를 오르는데 보라색 층층이꽃이 눈에 들어 온다. 차를 댈 곳이 없어서 아쉽지만 그냥 지나친다.

작은 고개 마루에 차를 세우고 주변 풀밭을 살피니

에거~! 좁쌀풀이 다 져버리고 열매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잡풀에 의지하여 편안하게 누워 있다.

 

과수원 철망 너머로 버드쟁이나물이 가느다란 꽃자루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고개길 내리막에 술패랭이가 보이길래 커브길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멈추고 몇 컷 담느라 끙끙거렸더니

학가산 마을 도착할 때 까지 술패랭이 군락이 수시로 나타났다. 이렇게 술패랭이가 자생하는 곳은 아마 잘 없을 거다.

 

 

도로 옆에는 노랗게 딱지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장마비 덕분에 목축임을 넉넉하게 하여 얼굴이 뽀샤시하다. 

 

 

털부숭이 박주가리도 한 자리 끼어서 장마 중에 잠깐 비치는 햇살에 썬텐을 즐기고 

 

 땅바닥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모습에 지나가던 차들이 궁금한지 기웃기웃 서행을 한다.

에거~~! 학교 아그들이나 학부형들 보믄 체면이 안 서는데.... 마스크라도 하고 돌아댕겨야 하겠다.

멀찌감치 전신주 철사를 기어오르고 있는 녀석이 눈에 들어 온다.   

올라갈 곳을 찾지 못한 쥐방울 덩굴이 전신주를 지탱하는 철사 줄에 매달려 열매를 여물리고 있다. 

 

 천천히 차를 몰면서 도로 주변 풀 숲을 살피는데 노란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다가가니

엥~~! 애기똥풀이다. 실망하여 주변을 살피는데, 오잉? 달맞이와 쑥이 우거진 풀 속에

참마 암그루와 수그루가 열심히 꽃을 달고 있지 않는가? ㅎㅎㅎ........ 땡 잡았다.

어제 밤에  돼지 뒷다리도 보지 못했는데 이런 행운이?  애기똥풀아 고맙다.

애기똥풀 덕분에 참마 꽃을 제대로 담을 수 있었다. 

 

 

 작년에 이 곳에 왔을 때 꼬리조팝나무가 있는 걸 봤었는데 역시 꼬리조팝나무가 붉게 여름을 맞고 있었다.

도로 주변 초록의 풀 숲에는 꼬리조팝 붉은 색 꽃술이 유난히 드러난다. 

여기 저기 꼬리조팝이 자생하고 있어서 산간 도로가 심심치는 않다. 

 

 논둑이든 밭둑이든 꼬리조팝나무와 함께 노루오줌도 붉은 잔치에 한 자리 끼어 들고   

 

물소리에 고개 돌리니 도랑가에 큰물레나물이 이미 꽃잎을 말고 있다. 

 

시간이 너무 지체 되어서 누린내풀이 있는 곳으로 속력을 내는데

그제 내린 장마비로 도로에 붉은 흙이 쓸려 내려 와 있는 곳이 보인다. 집중호우가 지면 사태가 우려된다.

누린내풀 개체가 꽤 많았던 걸로 기억되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니 서너 포기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꽃봉오리도 아직 만들지 않고 칡덩굴에 목이 조여 있다. 비상용 칼로 칡덩굴을 잘라내어 주니

그제서야 고맙다는 듯 바람을 핑계로 이파리를 흔들어 준다.

아마 저 칡덩굴 속에도 탈출을 시도하느라 용을 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장마는 신통하게도 밤에 세차게 쏟아 붓고 낮에는 흐리기만 한다.

덕분에 짬을 내어서 가까운 숲을 헤맬 수 있어서 지겨운 장마를 용서해 주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에 큰조아재비가 길다랗게 목빼고 있는 거 한 장면 담는다.

 

늦게 찾은 학가산이지만 오늘 수확이 제법 쏠쏠하다. 

누린내풀 필 때 쯤 다시 가 봐야겄다. 덩굴박주가리도 찾아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