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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설악산 풀꽃 탐사-서북능선(2009.6.21)

by 여왕벌. 2009. 7. 1.

 

설악산 서북능선(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 2009.06.21

 

"산솜다리 보러 갈래요? 조금만 오르면 능선길이라서 힘들지 않대요."

일년 가까이 제대로 걷는 운동 조차 하지 않았는데 힘들지 않는다는 말에 솔깃해서 아무튼 갈거라고 쉬이 대답을 해 버렸다.

토요일 비가 와서 일요일의 산행이 제대로 될까 걱정을 했지만 밤 1시 출발할 때

오락가락하는 부슬비와 일기예보에 기대를 하고 3시간 가량 걸려서 4시에 한계령에 도착...

먼저 도착한 대구 팀과 합류하여 자동차 불빛을 도움받아서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5시 산행을 출발하니

안개로 사위는 어두 컴컴한데 아고고~~! 처음부터 계단이 가로막는다.  턱! 턱! 내딛는 내 걸음이 돌맹이를 매단 듯 천근이다.

내 발걸음 무거운 걸 본 일행들은 다들 걱정스런 표정이다. 나중에 한 이야기지만 중도에 포기할 줄 알았단다.

 

 

조금만 더 가면 능선이라고 자꾸만 힘 실어주는 둘긍레님 덕분에 용기를 내어서 조금씩 조금씩 고도를 높여갔다.

어두운 새벽 기운을 맞고 바위 벽에는 금마타리가 노랗게 꽃을 피우고, 꽃개회나무도 드문 드문 나타난다.

<금마타리>

 

설악산은 힘들지 않은곳이 없다더니 역시 설악은 설악이다.

겨우 겨우 힘들여 올라가면 곤두박질 하듯이 내리막이 나타나서 한 봉우리 넘고 또 다시 나타나는 오르막....

무거운 발걸음 도저히 떼지지 않을 것 같가다도 꽃이다~! 하는 소리에는

언제 지쳤냐는 듯이 생기가 돌고 눈이 반짝거리니...천상 꽃귀신이 쓰인게 확실하다. ㅎㅎㅎ 

<꽃개회나무>

  

<정향나무>

 

 

주먹만한 베낭도 무겁다고 맡겨버리고 되돌아 갈 수도 없으니 죽으나 사나 앞으로 전진할 수 밖에....

전날 비가 와서  심한 더위는 느끼지 않았고, 다들 꽃을 찾느라고 진행 속도가 느린게 퍽이나 다행스러웠다.

세잎종덩굴은 등산로 주변에 수시로 나타났는데 다들 그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대었으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세잎종덩굴>

 

 

잠시 간식으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쉬는 자리 분홍색 꽃을 풍성하게 피우고 있는 인가목이 시선을 끈다. 

가까운 곳에 흰인가목이 있어서 잎과 꽃을 함께 놓고 비교 자료를 찍을 수 있었다.

<인가목>

 

<흰인가목>

 

 귀때기청봉 오르막은 바위너덜지대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댕댕이나무와, 흰인가목, 정향나무, 꽃개회나무 등을 담으면서 쉬엄쉬엄 바위 위를 올랐지만 

귀때기청봉의 너덜지대에서 두손 두발 다들어 버렸다.

 

가는 도중 털진달래, 정향나무, 꽃개회나무를 담고,  정상에서 후 점심을 해결한 후 홍괴불나무와 멍덕딸기를 담았다.

<털진달래>

 

 

산솜다리와 만병초 기생꽃을 보려면 정상에서 대승령 쪽으로 1200미터 정도 더 가야 한단다. 

탐사대장은 바위 위에서 남사면의 숲을 주변을 찬찬히 살핀다.

잎이 넓은 만병초는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이 보인 듯하면 너무 멀어서 접근이 어렵고....

 

아무도 카메라에 담을 만한 만병초를 찾지 못하고 흰인가목 무더기에 카메라를 들이 대고 있는데

혹시나 하고 바위 위에서 한발 끝으로 다가가서 바로 아래 숲을 내려 보는 순간~!

주먹만한 하얀 꽃 덩어리와 넓은 잎이 보인다.   "만병초다~!"

반가워서 내지른 내 고함 소리에 인가목을 찍다 말고 다들 허겁지겁 되돌아 온다.

 다행스럽게도 봉오리와 막 피어난 싱싱한 꽃송이가 모델로는 그만이었다.

급한 마음에 마주보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달덩어리같은 얼굴도 잡힌다. ㅎㅎㅎ 

베낭까지 맡기면서 늦장을 부리더니 만병초 발견으로 짐 값은 톡톡히 했다며 한 바탕 웃었다.  

<만병초>

 

만병초를 뒤로 하고 걷기를 30여 분

먼저 도착한 둥글레님이 벼랑 위에 자리잡은 산솜다리와 바람꽃을 찾아 놓고 기다리신다.

방석처럼 펼쳐진 눈향나무에 의지하여 절벽 위의 산솜다리를 담는데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서 발가락이 간질간질하다.

<산솜다리>

 

마지막 으로 만나려고 하던 바람꽃과 산솜다리를 보고 난 후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가던 길 되돌아 오기에는 너무 험하고 좀 멀더라도 그대로 대승령까지 내리막이라는 말에 멀더라도 앞으로 가잔다.

제일 뒤쳐지는 내가 무슨 발언권이 있간디? 그냥 따라 가는 수 밖에.

귀때기청봉을 오를 때부터 나타나던 이름 모를 목본이 내려가는 등산로 옆에는 까만 열매를 달고 있다.

분명 인동과로 보이는데...털댕강나무는 아니고. 들쭉나무인가? 아무도 모른단다.

열매를 입에 넣으니 쌉싸름하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댕댕이나무였다.

<댕댕이나무>

 

미끄런 내리막에  엉덩방아를 오지게 두번이나 찧고 바지도 찢어져 버렸다.

귀대기청봉을 지난 후 대승령까지는 계단을 얼마나 설치해 두었는지 난간을 잡고 버티고 당기면서

  다리 힘이 아니라 팔 힘으로 움직였다. 너무 뒤떨어질까 봐서 일행들이 쉴 때에도 계속 같은 페이스로 걷고 또 걷고 ...

 

어드메 쯤 대승령이 나타날까 줄어드는 이정표 거리를 가늠해 보는데....

대승령에 도착하자 말자 쉴 사이도 없이 그대로 아래로... 2,7km 내리막은 죽음이었다. 

 발가락과 무릎의 통증은 거의 울고 싶은 지경이고 앞으로 쏠리는 발가락의 통증은 정말  참기 어려웠다.

 앞서 간 일행들도 계획하지 않던 장시간의 산행에 물조차 떨어져서 기진맥진하였다.

 

 

마지막 후미에 쳐져서 어기적 어기적 헤매는데 둥글레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결국 14시간 시간 가까운 산행으로 발톱 4개가 새까맣게 죽어버렸다.

 

그래도..................따라가길 참 잘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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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