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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덕유산 꽃 탐사(2009.7.5)

by 여왕벌. 2009. 7. 6.

덕유산(무주리조트~향적봉~중봉~삼거리) 2009. 7. 5.


덕유산에 산다는 날개 달린 녀석을 만나러  영주의 두분과 7시에 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에서 합류하여,

 8시 화원나들목에서 대구의 세분과 만나서 2주 전 설악의 반가움을 다시 나누었다.

무주까지 큰 재를 넘어야 하지만 거리가 많이 가까워서 거창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를 탔다.

 

거창을 지나고 무주를 향하여 덕유산으로 가는 동안 낮은 구름이 걷히질 않는다.

일기예보에 소나기 정도는 각오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탐사도 시작하기 전에 비가 오는 건 아니겠지.

산행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곤도라를 타고 오르내리자는 데는 다들 한 마음이다.

하기사 설악산 탐사에 혼이 났기 때문에 또 1600 고지를 걸어서 오르내린다면 엄두도 못내었을 테니까.


무주리조트에 도착하니 10시 가까이 되었다. 구름은 가볍게 산 능선으로 오르고 있었고

굴비 엮듯이 엮어서 오르는 곤도라는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등산화 끈을 바투 매고 향적봉을 향하여 오르는데  발걸음이 부담스럽지 않은 걸 보니

다리에 힘이 제법 오른 것 같다. 등산로 초입 목책 사이로 꽃쥐손이가 반긴다.

뾰족한 부리를 내밀고 바람따라 도리질을 하고 있는 꽃쥐손이는 중봉에 갈 때 까지 길동무를 해주었다.

봉오리 품은 개시호와 속단이 가끔 보일 뿐 향적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에는 눈에 띄는 꽃이 없다.

지금이 가장 꽃이 드문 시기라서 그럴거라 생각은 했지만 아쉽다.

 

 

무언가 없을까 하고 바닥을 살피면서 가는데 넉장의 갈라진 꽃. 너무 작아서 눈에 잡히지도 않는다.

두메갈퀴다. 꽃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실패했지만 증명 자료로 남긴다.

 

향적봉 한 발짝 아래 바위에 붉은색이 강한 참바위취가 적당한 크기로 자리 잡고 있다.

다들 멋진 모델에 매료되어서 샷을 날리느라 분주하다.

우리 일행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엎드려 있으니 “야생화 사진 찍는다” 

 “그거 무슨 꽃인데요?”오가는 이들이 한 마디씩 궁금해 한다.

 


곤도라를 타고 정상 아래까지 올라 올 수 있으니 향적봉에는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 아닌 관광객이 정상에 올라간 증거 사진을 찍느라고 와글 와글이다.  

 

바닥에 깔린 돌틈 사이로 바위채송화가 노란 꽃술을 터뜨리고 있다.


향적봉에서 아래 대피소 쪽으로 내려오니 노란 원추리와 범꼬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대피소에서 잠시 간식 후 중봉 쪽으로 출발하니 길섶에 원추리가 지천이다.

 

 

등산로에는 그다지 크지 않은 신갈나무 숲이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서 등산객들의 더위를 식혀 주고 있다.

북덕유에 걸친 능선들이 구름에 덮여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고 있다.

사진을 담기에는 좋지 않은 날씨가 탐사하기에는 오히려 덥지 않아서 다행이다.  

중봉에 가까워지자. 시야가 트이면서 깔끔한 차림의 박새가 포우즈를 취하고 기다리고 있다.

 

곁에 붉은 기운이 강한 좀조팝나무가 마악 꽃을 터뜨리고

역시 붉은 기운이 강한 지리터리풀이 화사하게 여름을 열고 있다.

 

 

 

 

 

등산로는 목책으로 울타리를 만들어서 안드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중봉 가까운 등산로 주변에는 원추리, 지리터리풀, 범꼬리가 한창이다. 

 

중봉에 가기 전 앞 서 가던 또기님이 등산로에서 벗어나 북사면을 뒤지는데 실망스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녀석 때문에 여기 왔는데 작년 바로 7월 6일 그녀석을 만났다는데 그 자리에 흔적도 없단다.

우리 일행이 두런두런 풀 숲을 헤치고 있는 사이에 전주에서 왔다는 부부가 우리 일행에게 말을 건다

그 부부는 이 주인공을 찾으려고 벌써 세 번째 왔단다. 풀이 우거져서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니가 하여

꽃이 피면 눈에 잘 띌테니가 때를 맞추어 왔다는데 아무래도 누군가 남채해 간 것 같다고 한다.

꽃은 자연에 그대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왜 다들 그렇게 욕심을 낼까?

데리고 가도 환경이 맞지 않아서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결국 죽여버리기 십상이라는데....

다들 실망만 안고 김이 빠지는데, 그래도 덕유산에 올랐으니 삼거리 까지라도 갔다가 돌아 오자면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꽃 구경 유람하는 셈 치기로 한다.

 

중봉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이면서 덕유평전이 나타난다.  중봉에서 삼거리 쪽으로 내려다 보면서 잡은 덕유평전

 

뒤돌아보면서 잡은 중봉과 덕유평전의 원추리 밭

 

 

덕유평전 원추리밭을 헤매다가 꿩의다리, 선백미꽃, 때 늦은 고광나무, 죽대와 알현하였다.

덕유평전 안내 표지판에는 각시원추리, 노랑원추리, 골잎원추리가 있다고 하는데

화서가 다른 꽃대를 담아 오긴 했으나 어느 녀석이 어느 녀석인지 모르겄다.

꽃잎 6장 중에 뒤쪽 석장이 갈색 기운이 있는 것을 골잎 원추리라고 아는 체를 했는데 

 어쩐지 뒤꼭지가 간자러운 것 같더니 엉터리 정보를 알려주었당. 에거~! 돌파리가 야생화 잡겄네. ㅎㅎ........

<세 종류의 원추리 화서>

 

 괴불나무 종류? 확인 결과 꽃자루와 잎자루에 털이 없는 <지리괴불나무>에 가깝다.

 

 <좀조팝나무>인지 <참조팝나무>인지 판단하기 애매하다.

 

<죽대>

  

점심을 먹고 나니 2시가 가깝다. 혹시나 소나기 한 줄기는 올지도 모른다는 염려와 함께

4시 30분 마지막 곤도라는 타야겠기에 부랴 부랴 하산을 서둘렀다.

예상했던 대로 북사면에서 비를 품은 구름이 서서히 몰려 온다 했더니  

어라? 중봉을 지나자 말자 빗방울이 후둑 후둑거린다.

다들 우의를 꺼내 입고 발걸음이 바빠진다. 향적봉에도 아직 다다르지 않았는데 완전 소나기다.

 

근데 이상타. 오늘 이렇게 다람쥐처럼 빨리 걸어도 되는감?

 베낭과 다리의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설악산 14시간의 지옥 훈련 효과일까?

하긴 곤도라로 오르내렸으니 힘들 일이 없었응게여.  

원추리와 범꼬리, 터리풀 정도 밖에 없던 덕유산 보려던 주인공은 끝내 만나지 못하였지만

 15여 년 전 북덕유에서 남덕유까지 17시간 종주했던 그 산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