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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개차즈기 이렇게 만나다니

by 여왕벌. 2007. 10. 6.

모처럼 오랜만에 갈라산에 오르다.

며칠 사이 부쩍 따가워진 가을 볕에 실눈 뜨면서

늘 그러했듯이 골짜기 쪽으로 파고 든다.

 

마을 끝

밑 둥치의 연륜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듯한 산팽나무 

여전하게 버티고 서서 노란 열매로 오가는 이를 맞고 있다.

 

돌담 밭둑 아래

털별꽃아재비와 털진득찰이 다투어 꽃피우고 있다.
잎새 모습이 무척 비슷하다.

 

"뭐가 있나요?"

잎새를 비교하면서 들여다 보고 있는데

지나는 등산객이 참견을 한다.

 

"아니요. 그저."

 

그냥 빙긋 웃어준다.

그네들 눈에는 심심한 사람 풀장난하고 있는 걸로 보이겠지.

 

마지막 고추를 수확하는 농심 옆에

분홍색 나도송이풀이 아랫 입술을 쑤욱 내밀고 제철을 만났다.

꿀벌 몇 마리 연푸른 향유 속살을 헤집으면서 젖가슴을 탐하고 있다.

왜소하고 가냘픈 꽃 이삭, 갸름한 잎 모습이 꽃향유와 다르다.

 

참취를 재배하는 밭둑에 진자주색으로 피던 꽃향유가 흔적도 없다.

매 번 올 때마다 제초제에 녹아내린 풀들의 주검만 있었으니 돌인들 남아나겠나.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지나가는데, 등산로 갈림길 팻말 아래 진자주색 눈에 들어온다.

 

"어? 찾았다. 꽃향유가 피고 있어요. "

전파를 타고 내 반가운 말소리 그네한테 전해진다.

 

그 척박한 곳에 꽃향유,  털부숭이처럼 한창 꽃 피우고 있다.

변변치 못한 자갈흙이니 키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겨우 난쟁이처럼 목숨 부지하여

그래도 진자주색 가을을 가난하게 토하고 있다. 

 

"음~! 이파리가 더 둥글고 넓네요.

꽃 이삭도 더 충실하고, 톱니가 아주 뚜렷한 게 향유랑 차이가 나요."

 

조금 멀리 수분이 충분한 길 옆에는 가히 군락이라 할만큼 꽃 피고 있다.

이제 안심해도 되겠다.

 

여름 내 노란 꽃 주저리 충실하게 꽃 피웠을 활량나물

가을볕 빌어서 부드러운 잎사귀에 엽록소 부지런히 담고

노박덩굴 노란 주머니 터드리고 붉은 종자 꽃처럼 내밀어 눈길을 끈다.

 

시호, 아직 노란 종자를 매달고 가느다란 허리 흔들고 있다.

단지 걸리적거리는 잡풀로만 여겨질 뿐인 산박하,

싹둑 베어져 꽃 피우지 못하더니 뒤늦게 꽃대 올려 푸른 꽃밭을 만들고 있다.

 

"......"

 

길어지는 통화에 아예 길가에 주저 앉아 버린다. 언제나 그랬으니.

그령 포기 위에 앉아서 쌍둥이 아빠를 도마 위에 올려 놓고 깎두기를 썬다.

ㅎㅎㅎ.....귀가 간지러울거다.

 

앉아 있는 발치 앞 풀 속에 여우주머니가 조롱조롱 열매를 달고 있다.

마주 나고 있는 갸름한 잎이 여우구슬과 다르다.

둑 아래 콩밭으로 시선을 낮추는데 낯선 개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혹시? '

전화기를 귀에 댄 채로 밭으로 내려간다.

역시! 개차즈기다!

 

"히야~! 개차즈기 찾았다!"

들뜬 내 목소리가 저 편으로 전해진다.

 

실물을 만나지 못하여 꼭 보고싶어 하던 녀석을 여기서 우연하게 만나다니.

전화 통화가 길어지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잎이 세갈래 장상으로 갈라진 모습, 드문 톱니가 깊다. 콩밭 여기 저기 개체가 많다

 

차즈기와 잎 모양새가 전혀 다른데 왜 개차즈기라 했을까?

맨눈으로 잘 살펴지지  않는 꽃을 유심히 들여다 본다.

흠~~! 차즈기 꽃 모양이 닮았다.  마치 입벌린 배암처럼.

 

당집 입구 볕 좋은 풀밭에 물매화 연록의 실핏줄  

여름 끝에 왔을 때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걱정했더니

여기 저기 많이도 피어 있다. 물도랑을 따라 씨앗이 많이 번진 모양이다.

 

샘터 가까이 고려엉겅퀴도 몇 개체 보이고, 까실쑥부쟁이 한창이다.

수까치깨 씨앗 받으려 했더니 아직 여물지 않았다.

 

분명 까치깨보다 수까치깨를 더 좋아할거라고 그네가 놀린다.

우이쒸~! 만나기만 해 봐라. 가만 안둘테다. ㅎㅎㅎ...

 

밤나무 아래서 떨어진 밤송이

송이마다 탱탱한 알밤 그대로 담고 있다.

잠시 동안에 반 됫박 좋게 베낭에 담아 왔다.

밤 늦게 삶은 토종밤, 달기도 하다.

 

<풀꽃나라 운곡야화님 개차즈기 사진 빌려옴>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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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아씨 이리 말씀만 들어도 신바람 납니다... 아구~~ 좋아라,, 좋으셨겠다... ㅋㅋ 밤은 혼자만 드시구,,, 제게도 조금 던져 주셔요... 근데 늦은 밤에 토종밤은 토실토실~~~ 여왕벌님 넉넉하신 마음이 더 살찌워지겠어요... ^^ new 07.10.09 00:41
 
헤헤~~! 떨어진 밤송이가 발에 채이는데 고거 다 줍지 못하고 온 게...알찌근..ㅎㅎㅎ new 07.10.09 14:45
 

고놈...꺼내서,반으로 나누고..입에다 털어 넣으면~~~^^ / 노오오란 것이...푸근푸근하고,딱딱한 듯함이...혀 끝에 닿으면,풀어져 버리는 것처럼...씹히는......^^ 이,맛이었지요?? new 07.10.09 10:18
 
암만! 혀끝에 닿아서 사르르 풀어지는 달콤한 맛. 바로 이맛이여. ㅎㅎ new 07.10.09 14:45
 
어릴때,엄니는 가을내내 상수리며 산밤을 털어다가,상수리는 그냥 말리고...밤은 삶아 말려가며 껍질을 까서 갈무리해 놓고,묵도 쑤어먹고...특히나,쌀을 안칠 때 말린밤을 넣어서 밥을 짓곤했지요. 마당에서 키운 엄지마디만한 콩도 넣었고요......^^ new 07.10.09 16:24
 
삶은 고구마 말려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침으로 불려먹던 짠득한 맛도 아시겠네요.ㅎㅎ new 07.10.09 23:09
 
말린 밤을 산에 갈때 갖고가면,^^V...말씀대로,두어 개를 입속에 넣으면 점점 불어가면서 씹으면,뱃속도 든든하니 멈춰서 간식을 먹을 필요도 없고... / 지금도 겨울산행에는 떡대를 썰어서 비상식은 따로두고,별도의 것에서 조금씩 꺼내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요. 날씨가 좋지않은 산행에서는,^^V... new 10:47
 

어쩌면 글을 그리도 맛깔나게 쓰시는지, 어깨너머로 들여다 본 것 같네요. 수확이 한 지게입니다. new 07.10.09 11:52
 
방금 출장 갔다가 돌아오니 선물이 도착해 있네요. 소금호수님 감사하게 잘 받았습니다. 아껴 아껴 읽겠습니다. new 07.10.09 14:47
 
바람난살구꽃 ^^.V.. new 07.10.09 16:15
 

개차즈기라는 녀석도 있나요?....그냥 지나치기 쉬운 들꽃을 보고 다니시느라 행복하셨겠군요.... new 07.10.09 11:56
 
사진으로만 봐 와서 어디 가서 만날까 했던 녀석이지요. 별로 눈길 끌지 못하는 보라색 자잘한 꽃이 피는 녀석. 우연히 만났으니 반가울 수 밖에요. 그 골짜기는 시간 나면 자주 가 보는 곳이었는데.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 되도록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느라 발길이 뜸했었지요. 모처럼 시간이 나서 가보았더니 개차즈기로 반겨 주네요. 숨비소리님 잘 계시지요? new 07.10.09 16:59
 

개차즈기라니....도데체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왕벌님이 다니는 뒤에 졸졸 따라 다니면 모를까..지는 도무지 감이 안 오네요....아~~~~~~~~~~~~~~!!!심술난다.. new 07.10.09 12:31
 
그런 거 있어요. 너무 알면 다쳐요. ㅎㅎㅎ new 07.10.09 14:52
 
이 아둔한 사람, 까치깨보다 수까치깨를 더 좋아할 거라고 놀리다니? 하고 생각했다가 뒤늦게 하하 웃었습니다. 풀꽃에 미친 사람들은 증세가 다 비슷하군요? 들길 걸으면 풀꽃에 관심 두느라고 옆 사람의 말은 건성건성 듣게 되더라고요.^^* new 07.10.11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