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곡 풀꽃나라 작은 잔치(2003. 7. 29)
어제 저녁부터 마음이 바빴다.
과일도 골라야 하고 김밥이며 증편도 맞추어야 한다.
세련되고 우아한 식사보다 된장 냄새 구수한 상차림이 제격이겠지.
풋고추와 오이는 학교 텃밭에서 따고, 쌈 거리는 시장에서 좀 사고,
장마철이라 과일이 달지 않을텐데, 그래도 시원한 수박은 있어야지.
고구마를 찔까? 아니면 옥수수를 찔까?
학교 마을 주변 옥수수 밭은 옥수수 수염이 아직 빨갛게 싱싱하던디.
시장에는 생 옥수수가 나올려나?
교무실의 사무원 아가씨도 덩달아 붕붕 뜬다.
전혀 모르는 손님이 찾아온다니까 어떻게 그럴 수도 있냐면서 참 재미있단다.
오늘 종일 비가 왔는데 내일은 날씨가 덥다고 하니 다행이다.
학교 기사님과 함께 호두나무 아래서 비 맞고 있던 평상을 목욕시켰다.
비에 흙이 튀고 관리를 안 해서 지저분했지만 퐁퐁 묻힌 걸레질에 금새 깨끗해진다.
리어카에 평상을 싣고 운동장 남쪽에 있는 그늘 깊은 은행나무 아래 자리를 잡아 놓았다
히! 이만하면 됐지?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빛깔 곱고 살 깊은 천도를 한 봉지 챙기고,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닌 끝에 생옥수수 자루를 10자루 샀다.
자루가 제법 굵어서 먹을만 해서 좋다.
증편은 전화로 주문하고 김밥은 사무원 아가씨가 주문해 준다고 했다.
자잘한 것은 사무원 아가씨가 준비해 주기로 해서 일이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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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분주하다.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엄니는 옥수수를 쪄놓으셨다.
소쿠리에 담아 싣고 출근을 하니 옥수수 냄새가 구수하다.
의성읍내에 도착하여 김밥을 찾고, 떠방아간을 찾아
기름 자르르 흐르는 증편 한 되를 차에 실었다.
10키로를 달려 학교에 도착하니 사무실 아가씨는 쌀을 씻어서
밥을 안칠 준비를 하고 있다.
냉커피도, 고추와 오이도 싱싱하게 얼굴 드러내 놓고 있다.
대구에서는 아직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괜히 교무실을 들락날락하며 시계만 쳐다 본다.
11시 20분
읍내 버스터미널에 나가서 빠뜨린 쌈장 한통 사서 챙기니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거의 되었다.
터미널 옆 공터 그늘에서 버스 하차장 쪽으로만 눈길을 고정하고,
각시붓꽃님과 통화하니 읍내가 시야에 들어오고 있단다.
각시님이 내릴 때, 입 꼭 다물고 있을테니 누가 누군지 알아 맞추어 보란다.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에구! 내가 왜 이럴까.
대학시절 편지 주고 받던 애인 만나는 것도 아닌데.
아이구! 워쪄. 드디어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차창을 통해 아줌씨 몇몇이 두리번거리며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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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말 쓰기 ]
● 여왕벌 : 각시붓꽃님, 백합화님, 두메자운님, 찔레꽃향기님, 보라국화님, 꽃봉지님. 무사히 잘 들어가셨남유? 그리워하던 님들을 만나서 을매나 반가웠던지.....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 걱정이 되누만유, 환한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시는 모습을 보니 지도 마음 뿌듯하더이다. 자주 뵐껴. [2003/07/30]
● 찔레꽃향기 : 세상에나, 버스에서 내리니 여왕벌님이 과연 여왕벌답게 일일이 풀꽃이름들을 다 맞추시는것 있죠? 대구달성공원 옆에다 돗자리 깔아드려도 되겠더라구요. 정말 놀랐습니다. 여왕벌님과 함께 수고하신 사무원 아가씨, 혜정씨에게도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2003/07/30]
● 초록향기 : 반가운 손님 맞이 준비로 바쁘신 여왕벌님 모습이 눈에 선해요. 반가운 손님일수록 청소부터 한다잖아요. 증편도 옥수수도 모두 제가 좋아하는 음식인데...덕분에 혜정씨, 관리아저씨까지 수고 하셨군요. 그 평상 언저리에 제 맘도 진즉에 가 있었다는 것, 모두 웃음보따리 푸시느라 까맣게 잊으셨지요? [2003/07/30]
● 꽃봉지 ; 여왕벌님!..몸도 안좋으시던데 ....꽃들보내고 병원으로 가시진 안으셨는지요.?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2003/07/30]
● 백합화 : 뭔가를 잔뜩 많이도 먹고 떠들고 왔는데 맘에 가득한 것은 여왕벌님의 함박진 하얀 웃음...그 고운 눈매와 예쁜 얼굴입니다. 학교 화단의 어떤 꽃보다도 더 어여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거에요. 그리고 대구 나오실때 꼭 소식 전해주세요. 아시겠죠? [2003/07/30]
● 여왕벌:향기님! 풀꽃나라 님들이 이렇게 만날 수 있도록 카페를 열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꽃봉지님! 제 다리 거뜬하니 걱정마세요. 백합화님, 대구 가면 연락 드릴께요. 찔레꽃향기님! 걍 눈치껏 이름을 맞추었는데 지도 놀랐시유. [2003/07/30]
● 보라국화 : 여왕벌님 건강하세요~~! [01:29]
● 각시붓꽃 : 간이 딱 맞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만남...정말 행복했습니다....마음을 연다는 것...그 편안한 행복의 순간은 천국이 따로 없더이다...하늘의 흰구름마저 바람결 따라 흐르질 않고 우리 머리 위에 종일 머물러 주었지요. [06:09]
● 두메자운 : 여왕벌님! 당당하고 시원한 모습 이켠에 아직 가슴에 손 모으고 바람에 한들이는 곱고 여릿한 소녀 모습 어여쁘게 남아있으심을 나는 보았지요!! 그대 팬들이 대구에 넘쳐남을 잊지마시고 언제 거동 한번 하시지요? [09:01]
● 꽃보숭이 : 에구 내가 다 가슴이 콩닥거리네.. 나두 가서 평상 한 언저리에 앉아서 옥수수 한자루 뜯고 왔어야 하는데.. 언제 기회가 오려나.. 부러워라.. [09:32]
● 여왕벌 : 헤! 꽃보숭이님. 부럽쥬? 은행나무 평상 잔치 열고 나니 전국 풀꽃잔치 열고 싶네....에비에비 내가 무슨말 하고 있능겨? 워찌 다 감당할라고? ㅎㅎㅎㅎㅎㅎ...곰팡이 쓴 돈다발 다 날아가도 좋다! 우리 풀꽃님들 한데 모아 놓으문 어떤 향기가 날까? [10:22]
● 각시붓꽃 : 중독이여~~~~~. ㅋㅋ [11:35]
● 꽃향유 : 무지개빛 향기가 넘쳐 나겠쥬?..ㅎㅎㅎㅎㅎ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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