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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사곡 시골학교 풀꽃잔치

by 여왕벌. 2007. 9. 6.

사곡 풀꽃나라 작은 잔치(2003. 7. 29)



어제 저녁부터 마음이 바빴다.


과일도 골라야 하고 김밥이며 증편도 맞추어야 한다.

세련되고 우아한 식사보다 된장 냄새 구수한 상차림이 제격이겠지.

풋고추와 오이는 학교 텃밭에서 따고, 쌈 거리는 시장에서 좀 사고,


장마철이라 과일이 달지 않을텐데, 그래도 시원한 수박은 있어야지.

고구마를 찔까? 아니면 옥수수를 찔까?

학교 마을 주변 옥수수 밭은 옥수수 수염이 아직 빨갛게 싱싱하던디.

시장에는 생 옥수수가 나올려나?


교무실의 사무원 아가씨도 덩달아 붕붕 뜬다.

전혀 모르는 손님이 찾아온다니까 어떻게 그럴 수도 있냐면서 참 재미있단다.

오늘 종일 비가 왔는데 내일은 날씨가 덥다고 하니 다행이다.


학교 기사님과 함께 호두나무 아래서 비 맞고 있던 평상을 목욕시켰다.

비에 흙이 튀고 관리를 안 해서 지저분했지만 퐁퐁 묻힌 걸레질에 금새 깨끗해진다.

리어카에 평상을 싣고 운동장 남쪽에 있는 그늘 깊은 은행나무 아래 자리를 잡아 놓았다


히! 이만하면 됐지?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빛깔 곱고 살 깊은 천도를 한 봉지 챙기고,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닌 끝에 생옥수수 자루를 10자루 샀다.


자루가 제법 굵어서 먹을만 해서 좋다.

증편은 전화로 주문하고 김밥은 사무원 아가씨가 주문해 준다고 했다.

자잘한 것은 사무원 아가씨가 준비해 주기로 해서 일이 수월하다.


%%%%%%%%%%%%%%%%%%%%%%%%%%%%%%%%%%%



아침부터 분주하다.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엄니는 옥수수를 쪄놓으셨다.

소쿠리에 담아 싣고 출근을 하니 옥수수 냄새가 구수하다.


의성읍내에 도착하여 김밥을 찾고, 떠방아간을 찾아

기름 자르르 흐르는 증편 한 되를 차에 실었다.

10키로를 달려 학교에 도착하니 사무실 아가씨는 쌀을 씻어서

밥을 안칠 준비를 하고 있다.


냉커피도, 고추와 오이도 싱싱하게 얼굴 드러내 놓고 있다.

대구에서는 아직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괜히 교무실을 들락날락하며 시계만 쳐다 본다.


11시 20분

읍내 버스터미널에 나가서   빠뜨린 쌈장 한통 사서 챙기니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거의 되었다.

터미널 옆 공터 그늘에서 버스 하차장 쪽으로만 눈길을 고정하고,

각시붓꽃님과 통화하니 읍내가 시야에 들어오고 있단다.


각시님이 내릴 때, 입 꼭 다물고 있을테니 누가 누군지 알아 맞추어 보란다.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에구! 내가 왜 이럴까.

대학시절 편지 주고 받던 애인 만나는 것도 아닌데.


아이구! 워쪄. 드디어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차창을 통해 아줌씨 몇몇이 두리번거리며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



[ 꼬리말 쓰기 ]


여왕벌 : 각시붓꽃님, 백합화님, 두메자운님, 찔레꽃향기님, 보라국화님, 꽃봉지님. 무사히 잘 들어가셨남유? 그리워하던 님들을 만나서 을매나 반가웠던지.....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 걱정이 되누만유, 환한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시는 모습을 보니 지도 마음 뿌듯하더이다. 자주 뵐껴. [2003/07/30]




● 찔레꽃향기 : 세상에나, 버스에서 내리니 여왕벌님이 과연 여왕벌답게 일일이 풀꽃이름들을 다 맞추시는것 있죠? 대구달성공원 옆에다 돗자리 깔아드려도 되겠더라구요. 정말 놀랐습니다. 여왕벌님과 함께 수고하신 사무원 아가씨, 혜정씨에게도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2003/07/30]



● 초록향기 : 반가운 손님 맞이 준비로 바쁘신 여왕벌님 모습이 눈에 선해요. 반가운 손님일수록 청소부터 한다잖아요. 증편도 옥수수도 모두 제가 좋아하는 음식인데...덕분에 혜정씨, 관리아저씨까지 수고 하셨군요. 그 평상 언저리에 제 맘도 진즉에 가 있었다는 것, 모두 웃음보따리 푸시느라 까맣게 잊으셨지요? [2003/07/30]



● 꽃봉지 ; 여왕벌님!..몸도 안좋으시던데 ....꽃들보내고 병원으로 가시진 안으셨는지요.?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2003/07/30]



● 백합화 : 뭔가를 잔뜩 많이도 먹고 떠들고 왔는데 맘에 가득한 것은 여왕벌님의 함박진 하얀 웃음...그 고운 눈매와 예쁜 얼굴입니다. 학교 화단의 어떤 꽃보다도 더 어여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거에요. 그리고 대구 나오실때 꼭 소식 전해주세요. 아시겠죠? [2003/07/30]



여왕벌:향기님! 풀꽃나라 님들이 이렇게 만날 수 있도록 카페를 열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꽃봉지님! 제 다리 거뜬하니 걱정마세요. 백합화님, 대구 가면 연락 드릴께요. 찔레꽃향기님! 걍 눈치껏 이름을 맞추었는데 지도 놀랐시유. [2003/07/30]



● 보라국화 : 여왕벌님 건강하세요~~! [01:29]



● 각시붓꽃 : 간이 딱 맞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만남...정말 행복했습니다....마음을 연다는 것...그 편안한 행복의 순간은 천국이 따로 없더이다...하늘의 흰구름마저 바람결 따라 흐르질 않고 우리 머리 위에 종일 머물러 주었지요. [06:09]



● 두메자운 : 여왕벌님! 당당하고 시원한 모습 이켠에 아직 가슴에 손 모으고 바람에 한들이는 곱고 여릿한 소녀 모습 어여쁘게 남아있으심을 나는 보았지요!! 그대 팬들이 대구에 넘쳐남을 잊지마시고 언제 거동 한번 하시지요? [09:01]



● 꽃보숭이 : 에구 내가 다 가슴이 콩닥거리네.. 나두 가서 평상 한 언저리에 앉아서 옥수수 한자루 뜯고 왔어야 하는데.. 언제 기회가 오려나.. 부러워라.. [09:32]



여왕벌 : 헤! 꽃보숭이님. 부럽쥬? 은행나무 평상 잔치 열고 나니 전국 풀꽃잔치 열고 싶네....에비에비 내가 무슨말 하고 있능겨? 워찌 다 감당할라고? ㅎㅎㅎㅎㅎㅎ...곰팡이 쓴 돈다발 다 날아가도 좋다! 우리 풀꽃님들 한데 모아 놓으문 어떤 향기가 날까? [10:22]



● 각시붓꽃 : 중독이여~~~~~. ㅋㅋ [11:35]



● 꽃향유 : 무지개빛 향기가 넘쳐 나겠쥬?..ㅎㅎㅎㅎㅎ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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