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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사곡 일기 4-자장면 배달

by 여왕벌. 2007. 9. 6.
 

봄비가 자주 오고 있다네.

한번 비가 내리고 난 뒤면 햇살이 비치는 각도가 10도쯤 상승하는 것 같고,

도로 옆의 누런 겨울 잔해 속에서 파릇한 기운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네.


사곡의 학구 내에는 마늘 농사를 짓는 가정과 과수원을 경영하는 가정이 많다네.

작약도 유명하다는데, 아직 싹이 오르지 않으니 어디쯤에 작약 밭이 있는지 가늠하기는 어렵고,

작약꽃 피는 5월쯤이면 멋진 작약꽃 축제를 감상할 수 있겠지.


지금 한창 마늘밭을 덮고 있는 비닐을 뚫어주는 손놀림이 분주하다네.

3월이 가까이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동안, 비닐 속에서는 추운 겨울 언 땅 속에서

새 생명이 끈기 있게 용틀임을 하고 있었던 게지.


마늘 한포기 마다 구멍을 뚫어주고 그 사이 제법 자란 마늘 포기를 비닐 밖으로 끄집어 내어서

훈훈한 봄바람에 살갗 부비게 해준다는 걸 처음 알았네.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마늘 밭에서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스럽게 손질하는 시골 아낙네들의 일하는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네.


봄방학 동안 학교 소재지에 유일하게 있는 작은 식당에 점심을 배달시켜 먹는데

(평소에는 학교 급식을 먹으니까), 어제는 주문한지 40분이 넘도록 감감 소식인 거야.


독촉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도착한 쥔장의 말이 마늘 밭에 배달이 많아서 늦었다는 거야.

시골에는 인력이 모자라서 하루 품값이 만만찮게 비싸다네.


그러니까 식사를 준비해야 할 안주인도 비싼 일손을 메우느라고 밭에 나가니

식사는 식당에서 배달시키는 거지.

하긴 준비하는 비용이나 배달시키는 비용이나 크게 차이도 안 나고

품값 하나 절약되니 그게 현명할지도 모르지.


"짜장면 시키신 분 !"

하고 철가방이 온 밭둑을 헤집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새참 메뉴가 국수에서 짜장면으로 막걸리에서 맥주로  바뀌었다네.

안그러면 대접이 부실하다고 다른 집 일하러 가버린다고 하지 뭔가.


이번 봄비가 끝나면 아지랭이도 피어 오르고,

"탈탈탈!" 거름 실은 경운기 소리도 분주하겠지.


학교 오가는 길이 바쁘게 생겼네.


2003. 3. 4 사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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