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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사곡 일기 5-초보교감

by 여왕벌. 2007. 9. 6.
 


초보 교감


다른 날 보다 좀 일찍 잠이 깨었네.

오늘 새학기 첫날이라 긴장했던 탓이겠지.

평소보다 좀 일찍 출근해서 오늘 할 일을 챙겨야 했거던.


학급 담임과 업무 배정 관계는 새로 부임하는 교장선생님께

대강 윤곽은 말씀드렸지만

정식으로 결재를 득해야겠기에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교무한테

내부결재 시행문을 작성하라 일러 놓고, 교장실 문을 열었나 확인을 했지.


전화로 교장이 학교로 오고 있는 중임을 확인하고는

연신 교문 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었다네. 현관 앞에 슬리퍼도 준비해 두고 말이야.


새로 부임하는 3명의 교사에게 자리를 배정해 주고,

오늘 일정을 기록하고 있는데, 현관 뒤쪽이 부산하데.


아차! 그 사이에 교장이 도착해서 앞이 아니라 뒤쪽으로 들어 온거야.


급하게 나가서 교장을 맞고는 교장실로 안내했지.


문을 여는 순간 교장실의 냉랭한 공기.

아뿔싸! 미리 난로불을 피워 놓지 않았던거야.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쳤던 거지.

담임과 업무 배정 결재를 맞고 시업식과 입학식에 대한 일정을 설명드린 뒤

교무실에 와서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잠시 숨을 돌리는데,


이런! 교장선생님께 차도 한잔 안 드린거 있지.

급하게 교무보조한테 차 한잔을 보내도록 했지.


차 한잔의 시간이 지나고 식구들을 모두 교무실로 모이게 한 후

부임한 교장과 교사 소개를 하게 되었지.

교장 소개까지는 좋았는데 아차!


"이번에는 의성 사곡에서 오신 신인숙...(사곡이면 우리 학교 이름인데?). 아니 의성에서 오신...."


암튼 3명의 소개와 인사가 끝나가는데.

으이구! 이번에는 한 사람이 빠진거야.

교무보조(일용직)를 오늘 임용하게 되어 처음 출근하였거든


"그리고 이번에 10개월간 우리의 일을 도와줄.....권혜정...."


일부러 마지막에 소개할려고 따로 빼 두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인사를 시켰지.

간신히 실수를 모면하고 학급 담임과 업무 배정 발표를 모두 끝내었다네.


10시에 시업식 겸 입학식을 시작했지.


병아리처럼 꼬물거리는 4명의 일학년과 언니들 28명을 데리고 급식실에서 식을 거행했지.

지난 번 유예를 하고싶다던 명선이는 부모와 의논하여 그대로 입학하기로 했다네.


애국가를 부르는데 일학년 세놈이 얼마나 이쁘게 노래를 하는지, 꼭 깨물고 싶더군.

명선이는 몸만 배배 꼬고 입도 벙긋하지 않았고.



"이어서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을 소개 하겠습니다,

지난 3년동안 우리들을 보살펴 주시던 박광도교장선생님께서 퇴임을 하시고,

새로 멀리 영덕에서 박태화 교장선생님이 오셨습니다.

그러면 박광도 교장선생님의 인사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난 근엄(?)하게 소개를 하고 한 발 물러 났지.

그런데 내가 한 말이 이상하지?

교무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의 웃음짓는 얼굴과 눈짓을 보고

금방 나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다네.


아차! 이런 실수를! 오늘 왜 이런다냐?

할 수 없이 나도 함께 자라목을 하고 웃었지 뭐.


그런데 말이야, 새로 온 3명의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이 소개하기로 사전에 약속이 되었었는데,

그것까지 내가 모두 소개해 버린거 있지?

그것도 시업식과 입학식을 모두 마치고서야 생각난 거라네.


에구! 오늘 초짜배기 교감 실수 연발이었다네.


웃기지? 웃기잖아. ㅎㅎ

 

     2003.3.2 사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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