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죽나요?
사곡 외통 굽은 길 옆에는
산수유가 곧 터질 듯이 노오랗게
분단장을 하고 있다.
주말 쯤에는
보소소 노오란 꽃술로
오가는 사람 드문 이 길을
웃음짓게 해 줄 것이다.
요즈음
소주 넉잔에 휘청거리던 윤정이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사람은 다 죽나요?
묻고 다닌단다.
이기사도 들었고, 김양도 들었고
유치원 김선생도 들었단다.
이 화사한 봄에
그 애의 화두는 죽음인 모양이다.
몇번 웃어 넘기던 우리 어른들은 윤정이의 물음에 심각하다.
왜 어린 아이가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사춘기가 오나보다 라고 하다가
애살더배기 6학년 담임인
13년 경력의 똘똘한 여선생님한테
관심있게 지켜보라고 했다.
그 선생님이 오늘
사람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는 것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로 토론을 시켰단다.
6학년답게, 사곡 시골 아이들답게
각자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데
정작 윤정이는 이 친구 저 친구 찝적거리면서
무관심하게 산만하기만 했다고.
자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런 시간을
가지게 하는 것도 모른 체.
다소 엉뚱하고, 학습 능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지 때문에 걱정하는 선생님을 김 빠지게 하고
왜 그렇게 이야기도 안 듣고 친구들을 방해하냐고 꾸중하면
"죄송합니다" 는 습관처럼 내뱉고는 아무렇지도 않단다.
"사람은 다 죽나요?"
그 아이는 단지 궁금할 뿐인데,
우리만 괜히 심각한 건 아닐까?
2003. 4. 사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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