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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양심불량 보고

by 여왕벌. 2007. 9. 6.
 

에효! 

허리가 찌뿌둥합니다.

내리 이틀을 방바닥을 업고 지냈거덩요.

이 주일간 연수 받느라 장거리 통근을 하다 보니

잠이 엄청 모자랐거덩요.


그래도 일요일 오후에 연구원 사무실에 갈까하고 꿈지럭거리는데

엄니가 방앗간에 미싯가루 빻으러 함께 가자시네요.


사는 집이 풍산읍 내에서 2Km 쯤 떨어진 곳이라서

다리 아프신 엄니 혼자 장터에 나가시는 건 엄두를 못내시고

내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만 기다려서야 장터에 볼 일을 보신답니다.


쪄서 말린 멥쌀과 찹쌀 두어 되,콩 두어 되, 땅콩에 현미에.....

엄니는 밥을 쪄서 아랫채 옥상 위에서 펴 놓고서는

가을 볕을 빌어서 한 할 한 알 손바닥이 아리도록 부벼 부수었답니다


식구가 많은 맏이네는 젤 많이 담고,

제 식구 멀리 외국에 보내고 혼자 있는 막내도

한 봉지 낫게 보내주어야 하고,

우유 한잔으로 아침 떼우는 딸년 몫으로도 한 그릇 남겨야 하고...

엄니 마음 속에는 벌써 보따리 보따리 여며 두었겠지요.


방앗간에 짐을 부려 놓으니 모레 쯤 곤짠지(무 말랭이 김치) 담는다고

물엿이랑, 멸치액젓, 김장봉투, 빨랫 비누를 사오시라네요.

부리나케 근처 농협마트에서 장을 보았는데,

에구~~!! 멸치액젓을 한 통만 사왔더니 한 통을 더 사야 한답니다.


되돌아가서 액젓을 한 통 더 사온 후 무심코 영수증(카드)을 보았는데...


두번 째로 얼핏 들고 온 통이 액젓이 아니라 물엿이지 뭡니까?

그런데...아까 처음에 산 것과 똑같은 5Kg의 물엿이

처음 영수증에는 7000원이 조금 넘고

두번째 영수증에는 10000원이 넘는 가격이지 뭡니까?


분명히 두번 째 잘못 산 물엿을 멸치액젓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가격이 틀린 이유를 밝혀야 하겠지요?


제가요? 

어떻게 했을까요?

암말도 않고 그냥 멸치액젓으로 물건을 바꾸면서

두번째 산 물엿의 10000원이 넘은 영수증(카드)을 취소하고

영수증(카드)을 다시 끊었답니다.


왜냐고요? 

똑같은 물엿이 왜 처음에는 7000원이고

두번째는 10000원이 넘느냐고 따지다가

진짜 가격이 10000원이면 어떻게 하게요?


ㅎㅎㅎㅎ.... 

이상 양심불량 여왕벌의 오늘 일과 보고였습니다.

 

2005. 11. 읍내에서.

 

*********************************

제 맘과 너무 똑같아 웃으며 보았습니다. 양심불량자2입니다!~~ 05.11.20 19:06
ㅎㅎㅎ....지가요. 사실은 거짓말 할라고 하믄 발가락이 간질간질 하거덩요. 근디 돈 3000원에 눈이 멀어서 그만 흑!ㅎㅎㅎ 05.11.21 16:45
 

 

에효~~~사람 마음이 다 고만고만허구먼유.... 05.11.20 19:18
 
끼끼끼....3000원 가지고 풀빵 사서 돌릴까요? 05.11.21 16:48
 

 

가장 인간다운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식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말이죠. 05.11.20 20:53
 
맘껏달리자님! 등단하셨으니 아름다운 글 많이 읽을 기회 있겠지요? 저녁에 생각해도 우스워서 이야기 한번 올렸어요. 아마 정말로 7000원이었을걸요. ㅎㅎㅎ 05.11.21 16:46
 

 

ㅍㅎㅎㅎ지는 그래는 몬사는데요...더하면 더 줘야 맘이 편하고 덜하면 그냥 냅둬도 괜찮은지라...남편이 맨날 계산 못하고 산다꼬 잔소리를 합니다. 그냥 이렇게 생겨먹어서리..ㅎㅎ 남았다 치는 3000원으로 담에 밥 사슈~~ 05.11.20 21:29
에그! 돈 3000원에 양심팔았는디....원래 7000원이었더래도 웬지 3000원 벌었다는 느낌에 기분 괜찮던디요. ㅋㅋㅋ. 05.11.21 16:39

 

하하하 파안대소!!! 저에게 무공해 웃음을 선뭃해 주시네요.이라고 재미있게, 이라고 사심없이 웃어보기도 쉽지않은 이즘인지라 ...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래서 제가 여왕벌님 팬인가봅니다. 05.11.20 22:49
 
히히! 물푸레한잎님. 부담없이 웃으셨다니 캄솨! 웬지 굉장히 횡재를 했다는 느낌이던디요. ㄲㄲㄲ.. 05.11.21 21:53
 

 

ㅍㅎㅎ.여왕벌님. 읽다가 배 터질뻔 했슈. 썩은 무 사와도 바꾸러 못가는 소심쟁이거든요. 일케라도 속 풀게되니 울매나 고마븐지요. 짱벌님. 건투!! 05.11.20 23:14
 
끼끼~~어떻게 할까 한참 잔머리 굴려서 그렇게 해버렸지요 . ㅎㅎㅎ 05.11.21 16:40
 

 

옷..!! 나두 다음에 써 먹어야지..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었군요...룰루루루루.... 05.11.21 05:52
 
헤~~비우님. 이거이 자주 써먹으믄 진짜루 나쁜 사람된다요. 비우님은 착한 어른하세유. 05.11.21 16:43
 

 

ㅍㅎㅎㅎㅎ 여왕벌님 잘 지내시지요?!! 05.11.21 09:28
 
헤헤! 용담님 가을 끝나셨지요? 좀 한가하시겠네요. 05.11.21 16:38
 

 

아이고..그러다가 처음것 나중것 다 7000원이면 우짤라고..내 생각에는 액젖이 10000이고 물엿이 7000원인것 같은데.아참.저 12월 11일에 안동 가요. 결혼식 있어서.나두리인가,모두리인가.그런 웨딩에서 남편친구딸결혼식 있어요. 05.11.21 13:52
 
핫! 12월 11일 아무 약속도 없는디요. 두리원 웨딩에서 하나 봐요. 깜희님 오시믄 전화 주세요. 019-588-4349 보고접거덩요. 05.11.21 16:19

 

여왕벌님.. 꿀은 많이 모아 놓으셨어요..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 건강하세요.. 05.11.22 11:59
 

 

ㅋㅋ 여왕벌님 양심불량이 귀엽습니다. 그 정도 양심불량이면 법도 눈 감아 줄겝니다. 입가에 작은미소가 번지게 하는 글 잘 보앗습니다.^^ 05.11.22 15:25
 

 

^^ 05.11.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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