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
짜라라락! 꽈르르르릉!
우와~ 죽는 줄 알았슴다.
일요일
경북의 북쪽에 있는 산에 갔지라..
8시 산행 시작하여
일행 두 사람과 함께 쉬엄 쉬엄 올라가면서 구름 속을 헤맸슴다.
“오후에 한 때 소나기 20ml~50ml 확률 40%, 곳에 따라 천둥번개”
기상청 예보가 언제 맞았던가 코웃음 치면서
일기 예보에 비 안 올 확률 60%에 기대를 하고 기운차게 나섰슴다.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되어서 일회용 비닐 우의는 베낭에 쑤셔 넣었습져.
솔나리, 일월비비추, 네귀쓴풀, 동자꽃이며...
꽃이 나타날 때마다 탄성을 지르면서 눈 맞춤하는디
두 분은 촬영을 하느라 시간이 제법 지체 되었지라.
일찍 서둘러 출발한 탓에 다들 아침 식사가 부실하였음은 뻔한 일.
하여 12시쯤 정상 못미처 자리를 잡고 김밥으로 허기를 때운 뒤
주변 바위를 뒤지면서 열심히 이쁜이들을 담고
1시쯤 산 정상 아래에 막 도착했는데.
번쩍~~!
짜라라락! 꽈르르릉...콰광!
헉~ !
불이 번쩍거리고 번개에 이어 천둥이 치더니
숲이 요동을 치면서 후둑! 후두둑! 소나기가 떨어집니다.
황급히 비닐 우의를 꺼내 입고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데.
하이고!!!!
바람이 어찌나 센지, 우의가 찢어질 듯 사납기 그지 없슴다.
한 분은 영상 자료 만든다고 무거운 비디오 카메라도 가져갔으니
카메라가 젖을까 노심초사.
나무 아래서 세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묵념만 하고 있었슴다.
이십여 분 그렇게 꼼짝 못하고 있는데..
오예~!
다행스럽게도 얼핏 비가 그치네여.
옳다꾸나 이제 살았다 하고
정상에 있는 한 녀석을 꼭 봐야겠기에
엉금엉금 바위 위를 기어오르는데.
또 다시 쫘르르르.........
오히려 비가 오는 기세는 더 세어지고
바람은 더 사나워져서 내동댕이쳐질 거 같슴다.
이럴 땐 작전상 후퇴다 하고 뒷걸음질로 얼렁 내려왔는디...
옴마야~!
천둥 번개가 더 요란을 떱니다.
아고고....! 천지신명이시여!.
지는요. 벌 받을 짓 한 적 없슴다요.
넘의 밭에 참외도 딱 한번 따 먹었고요.
떡개구리 뒷다리 구운 것은 오빠야가 줘서 먹었고요.
지붕에 잠자고 있는 참새 잡는데 지는 후레쉬만 비추었걸랑요.
긍께요 지한테 벼락 때리지 말아주세여.
정상에는 바위 바로 아래 숲에서 꼼짝 못하고 서 있는디,
탐사대장님은 삼각대를 얼렁 바닥에 던져 버립니다...
그래도 지는 등산용 지팡이를 땅바닥에 꽂고 끝까지 들고 있었습져.
하모요.
어제 배초향 이파리 갉아 먹는 메뚜기 잡은 정도 가지고 벼락 때린다믄
천지신명님 소갈때기는 분명 밴댕이 소갈때기일텡게요. 암만.
아침 일기예보 듣고 설마 했더니,
요즈음 기상청에 지보다 똑똑한 사람 들여 놓았나 봅니다.
우의를 타고 내린 빗물이 바지 가랑이를 타고 흘러서
등산화 속으로 기냥 줄줄 흘러들어 옵니다.
지가 같이 산에 가보자고 해서 따라온 샘은
고가의 비디오 카메라 땜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우선 급하게 비닐 봉지 속에 넣었지만
강풍과 거센 빗줄기는 감당을 못할 지경이었습져.
오늘 탐사 대장님은 비가 그칠 때 까정 기둘렸다가
꼭대기에 있는 흰장구채 녀석을 보고 가자 하심다.
여그까정 다 와서 기냥 돌아가믄 너무 억울하다고요.
근디 비는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지요.
비디오 샘은 자꾸만 내려가자 하지요.
번개는 더 번쩍거리지요...
하늘이 말리는디 우쨉니까.
결국 비 그치기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내려 왔습져.
나무 계단을 내려올 때는 강풍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한 손에 지팡이 집고, 한 손으로 밧줄 잡고 버티는디.
하이고~~~!
우의가 홀라당 뒤집어져 아이스께끼를 합니다.
하기사 우의는 베낭 덮개 정도 구실 밖에 할 수 없을 텡게여.
허겁 지겁 산을 내려오는데
그 난리통에 전화는 왜 신나게 멜로디를 울립니까.
" 야야! 내 지금 니하고 입맞출 정신 없다이.
이따 내려가서 보장께, 기둘리그라."
등산화는 질벅거리고, 길은 미끄럽고....
3시간을 덜덜거리면서 내려오니
오전 내내 구름 속을 헤매었는데,
거의 하산할 때 쯤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쨍하게 맑아졌슴다.
그래도 비맞으면서 산을 타니 재미있던데여. ㅎㅎㅎ...
하산하여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경천동지하는 날씨가 걱정되어서 엄니가 전화를 하였구만요.
"야야! 거기 괜찮나? 여기 난리 났다"
"여기요? 비 한방울도 안 왔는디여."
요럴 때 거짓말 하는검다.ㅎㅎㅎ...
여분으로 가져간 양말과 운동화를 갈아 신으려고
젖은 신발은 벗으니...
발가락이 불어서 하얀 알감자 다섯개가 참 합디다....ㅎㅎㅎ
저녁 뉴스에 등산객 5명 벼락으로
사망했다는 소식 듣고
흐미~~~!
참말로 간이 부었었구나......
아찔합디다.
헤헤~~!
그래도 솔나리는 원 없이 봤고요. 흰솔나리에 네귀쓴풀도..,
동자꽃, 참취, 참배암차즈기, 은분취, 솜분취, 등대시호, 개시호, 속단(처음 만남),
꽃봉오리 맺은 산부추와 구절초, 가는장구채, 작은산꿩의다리, 산꿩의다리,
뚝갈, 마타리, 등골나물, 벌등골나물, 방울고랭이, 왜솜다리,
난쟁이바위솔, 좀바위솔, 새끼꿩의비름(냉중에 잎자루에 살눈 확인해야),
병아리난, 참꽃나무겨우살이(꽃이 다졌지만), 일월비비추
산앵도나무 열매, 바위채송화, 돌양지.... 등을 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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