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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나도 좀 봐 줘!

by 여왕벌. 2007. 7. 14.

주말마다 강원도쪽을 헤매느라고

한참 소원했던 가까운 사찰 숲을 찾았다.

 

숲 꼭대기 일렁이는 나뭇가지와

비벼대는 잎새들의 아우성을 들으니

태풍이 일본 근처로 상륙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거 같다.

 

숲길 초입에는  오래된 시멘트 기둥 하나 <풍치 보호 수림>

문구로 봐서 50년 나이는 되지 않았을까? 혼자 짐작해 본다.

 

숲 곳 곳에 매어 있는 빨간 경고<입산절대금지>

주지 스님 이름으로 절 ~~때 금지란다.

ㅎㅎㅎ..왠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송이밭이라는 걸.

 

새 주지스님이 부임해 와 보니

전 주지스님이 2년 후 까지 송이밭을 계약해 버려서

할 수 없이 3~4년 후를 계약했겄다.

오는 주지마다 이러다 보니

이 절의 송이는 벌써 십년 후까지 다 팔아 버렸다는 이야기.

예전에 들은 다소 과장된 이야기라 확인할 길은 없다.

 

산책로를 먼저 택하려다가 올라가면서 사찰 진입로 양쪽 숲을 먼저 보고

산책로로 내려오기로 하고 한아름 소나무 숲 아래를 살핀다.

장마 뒤라서 풀이 우거져서 발 들여놓기 조심스럽다.

 

양쪽 숲에 가장 많이 보이는 보라색  꽃.

나비나물일까 하고 잎을 보니

깃꼴 작은잎 6장, 작은 잎이 타원형, 턱잎이 있다.

광릉갈퀴나물같기도 한데... 비슷한 녀석들이 많으니.....

 

5월 초 참꽃마리 하얗게 피어 있던 그늘 자리에는

가는장구채가 가느다란 줄기에 하얗게 꽃을 흔들고 있다.

실같이 가는 줄기에 어떻게 요런 앙징스런 꽃을 피우는지...

참 신기하기도 하지....

 

풀 숲이 모양을 갖추기도 전, 분홍의 연꽃 같은 꽃을 피워 주던

***는 키 큰 풀 속에 뭍혀서 동그란 잎사귀 찾기도 어렵다.

 

봄에 매주 녀석을 만나러 오가다가

내년에 꽃대 많이 올려 주길 기대하던 가장 튼실한 포기가 있던 자리

빈구덩이만 남아 있는 것 보고 휑~~하니 가슴 쓰리던 .....

 

지천으로 깔려 있어서 아직 손을 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어린 개체만 보이고 오래된 개체가 잘 안보였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멸종위기식물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해야 할 것인지... 

 

혹시나 뱀이 나올까 조심 조심 발 자국 옮기는데, 바지 가랑이를 붙잡는 녀석.

하얀 쌀알같은 꽃을 달고 있는 가시여뀌다.  꽃은 핀듯 안 핀듯 .

붉은색 꽃만 있는 줄 알았는데 흰색의 가시여뀌도 있다.

주로 꽃을 중심으로 녀석들을 기억하다 보면

꽃이 없는 전초를 만났을 때 짐작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녀석도 그 중의 하나다.

석기시대 화살촉 같은 꽤나 넓고 큰 잎사귀를 보고

분명 여뀌류인데 뭐지? 갸웃거렸던 녀석이다.

 

가시여뀌 줄기의 붉은 가시를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데

건들 건들 바람에 흔들리는 녀석! 큰도둑놈의갈고리다.

잎이 깃꼴로 7장. 쭈욱 뽑아올린 꽃줄기까지 족히 1m는 된다.

이제 막 불그스름한 콩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 곁에 팥잎처럼 끝이 뾰족한 3출엽 도둑놈의갈고리

마치 노란 콩나물콩같이 전초에 털이 많고

둥그스름한 3출엽 개도둑놈의갈고리도 함께 보인다.

도둑놈의갈고리가 다 모여 집성촌을 만들고 있다.

숲 속이라 그런지 두 녀석 모두 꽃대는 올리지 않고 있다.

 

봄 내도록 진입로를 넓히는 공사로

흙먼지를 뒤집어 썼던 나뭇잎은 장맛비로 목욕을 하여

짙은 녹색 이파리 태풍 바람 핑계삼아 신나게 흔들고 있다.

 

잘 닦여진 진입로의 흙길이 좋다.

1km 족히 되는 이 진입로는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죽죽 뻗어 있고  

갈참나무, 신갈나무, 쪽동백, 쇠물푸레나무, 벚나무,  단풍나무가 사이사이 끼어들어

숲은 시원하고 온갖 야생화를 품고 있다. 

제발 이 진입로는 포장되지 않기를....

 

싱싱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서 느적느적 걷고 있는데,

청년같이 늘씬한 소나무 한 그루가 말라 있다.

<이 소나무는 소나무재선충 감염이 의심되어 수피를 채집 조사 중에 있으므로 이동을 금합니다>

하! 이 수려한 숲에까지 소나무재선충이? 줄기에 붙여놓은 경고문이 걱정스럽다.

솔잎혹파리는 구제 가능하다던데 소나무재선충 감염이 확실하다면

이 울창한 소나무 숲은 모두 베어져야 한다. 큰일이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소나무 주변을 살피는데

잡나무를 베어낸 사면 풀숲에 빨간 나리꽃이 눈에 들어 온다.

길을 버리고 겨우겨우 풀숲을 헤치고 올라간다.

 

상큼하게 치마자락 펼치고

발레아가씨처럼 깨끼발 들고 있는 하늘말나리다.

포기마다  씨앗을 맺고 있는 걸 보니 한창 때가 지난 모양이다.

주근깨를 박고 있는 가늘고 작은 꽃은 마알간 두살박이 아기 같이 귀엽다.

풀숲에는 하늘말나리와 어울려 흰여로 꽃이 한창이다.

강원도 백두대간 고개에서 보았던 짙은 자주색 여로는 보이지 않는다.

 

샛노란 원추리도 녹색의 풀숲에서 단연 눈길을 붙잡는다.

원추리는 진딧물이 우째 그리 좋아하는지,

마악 성충이 되기 전의 하얗고 통통한 진디가 줄기를 죄 점령하고 있다.

 

"앗! 따거!"

 

귀여운 하늘말나리에 혹하여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있는데

허벅지가 따끔하다.

 

"나도 좀 봐 줘! "

 

톱니를 가시처럼 빳빳하게 내밀고 꽃봉오리 만들고 있는 삽주다.

하늘말나리 한테만 눈길 주고 있는 것을 보고 녀석이 심술이 났나 보다.

아니면 저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갈까 봐 조바심이 났을까?

 

수년 전

근무지 옆 어느 밭에 심어둔 이 녀석 처음 봤을 때 

꽃봉오리를 맺어놓고 달이 다가도록 피지를 않는지라.

근무처를 옮기게 되어서 결국 녀석 피는 거 보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꽃을 구경하게 되었던 적이 있다.

 

산책로로 내려 오면서 봄에 만났던

노루귀, 노랑무늬붓꽃, 금붓꽃 , 민백미 들의 안부를 물으려니

키 자란 풀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야생의 도라지 보라색 접시 펼쳐 들고

하늘은 담으려 애쓰고 있다.

 

산책로 끝 단풍나무 아래를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내 기척에 놀란 꿩 한마리 푸드득 날아오르고

여린 풀, 방석 삼아 쉬고 있던 새끼 고라니 화다닥 놀라 달아난다.

녀석들의 휴식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하다.

 

일주문이 소란하여 쳐다보니

갈색 승복을 입은 젊은 스님 세분이

행사 현수막을 거느라고 오르락 내리락 분주하다.

 

저 스님들은 이 사찰림이

멸종위기식물을 품고 있는지 짐작이나 하고 있을까?

 

가는 도중 피목 마을앞 개울 건너편에서

말오줌때 나무 꽃 한창 피고, 피나무 열매 맺은 거, 산팽나무, 팽나무 보고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