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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6월의 앞산은 진토닉 냄새가 납니다

by 여왕벌. 2007. 6. 15.

“실장님, 입이 왜 시커머요?.”
“어? 으응~~~ 아무 것도 아녀.”
ㅎㅎㅎㅎ

4시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동화 끈을 바투 잡아 매었습져.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아~“
말꼬리라도 잡힐까 봐 휑하니
굴참나무 수려한 앞산을 향하여 종종 걸음 칩니다.

그제 내린 비 덕분에 숲은 생기가 납니다.
시원한 바람으로 굴참나무와 신갈나무는 신이 났슴다.

얼마 전 산책을 하다가
줄기를 옥죄고 있는 인동덩굴을 잘라 주었던 어린 신갈나무는
편안하게 숨고르기를 하며 손바닥을 흔들고 있네여.
가지에 걸쳐서 말라 비틀어진 인동덩굴을 보니 좀 미안하지만
뿌리가 있으니 아마 곧 다시 자라겠져.

혹시라도 급한 호출 있을까
바지 주머니에 넣은 핸폰이 걸리적거리지만
부엽토의 푹신한 느낌이 이질감을 상쇄시켜 줍니다.

굴참나무 숲이 끝나면
마악 빨간 열매 물들이고 있는 
딱총나무 두어 그루 나타납니다.

여기서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근처에 산뽕이랑 가새뽕나무가 있거덩요.
땅만 보고 산책하는 사람은 뽕나무가 있는 줄도 모릅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길섶 풀밭을 살피고
나무를 두리번거리는 덕분에
뽕나무가 어디쯤 있는지는 당근 알고 있습져.

아니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이크!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고요.
그런 말이 있당게요.
그랑께 죄진 사람처럼 땅만 보지 말고
위를 좀 살피고 다니믄
맛있는 오디가 열린 뽕나무도 만난다~~~. 이 말시.

ㅎㅎㅎ
짐작했던 대로 까맣게 매달린 오디.
지나다니는 사람 모두 죄만 지었단 말가?
히야! 까맣다 못해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으흐흐흐...
오디 한 나무
순식간에 다 해치웠슴다.
오디의 단물을 즐기던 노린재가 놀라도 상관 없슴다.
노린내 쯤이야 어디 달콤한 오디 맛에 당하겠슴까?
주둥이가 시커먼스가 된들 누가 선 볼 일도 없응게여.

덜 익은 오디가 아쉽지만
모레 쯤 다시 올 생각하면서
소나무 숲으로 들어갑니다.

열을 지어 서 있는 소나무에서는
진토닉 냄새가 납니다.
솔검불 쿳션으로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은 한결 부드럽습니다.

양지쪽 솔검불 위로
좌악 깔린 하얀 매화노루발이
파란 눈을 깜빡이며 잠을 깨고 있습니다.

숲 속이라
짧은 햇볕으로 실하지 못한 산딸기
그래도 오도독 씹히는 달콤한 맛
한참 그 옆에 또 머무릅니다.

소나무 발치를 의지한 산해박은
가는 허리에 매달린 초록의 꽃단추가 힘겨워
지나는 바람 한줌 잡아 바람개비를 돌립니다.

6월의 앞산은
진토닉 냄새가 납니다.

 

**************************

시커먼스표 립스틱 주문 받아 주시겠어요? ㅎㅎㅎㅎㅎ 참 부럽습니당~ 07.06.15 21:14
 
넵~! 다음주 월요일에 드리겠슴다. ㅎㅎ 07.06.15 22:13
 

비맞은 숲에 여왕벌님 거니시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글만으로도 그 숲에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디는 조금 던져 주세요... ^^ 07.06.15 23:12
 
다른 나무 또 봐 둔 거이 있응게여. 내일 고속도로 타고 내려 오세여. 07.06.16 11:41
 

오디안주에 진토닉......후식에,샨딸기..^^ /체력이 좋으시네요..낮술을 즐기시고...월요일에도 예약을 해 놓으시고...^^ 07.06.15 23:56
 
호옥시..바텐더에게 마음을 앗기신 것은 아니온지......^^ 07.06.16 11:19
 

지난 일요일, 청량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오디를 만났어요. 어찌나 맞나던지.. 며칠 굶은 사람처럼 맹렬하게 따 먹었지요. 다 해치우기는 어려운 큰 나무였어요. 과일가게에서 파는 밍밍한 오디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그것이 "산뽕나무" 맞남요? 07.06.16 00:02
 
6월 3일..[저도..^^] /다 자란 어른 3명이..산동네 아이들처럼..그 산록마을이랑,그 밭두덕을...^^ /해바라기님처럼 '우후훗 !!'..했답니다...^^ 07.06.16 14:28
 
크ㅎㅎ...뽕나무 아래에는 다큰 어른아이가 시커먼스 립스틱 신나게 바르고 있더라.. 07.06.16 11:05
 
새끼 손가락마디 하나쯤 되는 오디와 엄지손톱쯤 되는 산딸기가 조심스레 따는 손길에도 으깨질 정도여서 입안에 넣으면 물처럼 흘렀답니다.진짜,그렇게 많은 산딸기는 처음 봤어요.^^ 07.06.16 11:27
 
근디, 해바라기님 안동 가까운 청량산에 오셨다고라 에그~~~! 쪽지라도 좀 주시지.. 07.06.16 11:35
 
살구꽃님, 오디랑 산딸기 혼자서 다 따먹었응게, 노란 살구 한바가지 은제 내놓을겨유? 07.06.16 11:40
 
안동사신대유^^ 그리서,돌아댕기는 벌들이..님 닮아서.순힛었구만..^^ /글케 댕겼는디도..한 방도 쏘인디가 없당께요..^^ /[고맙습니다..] 07.06.16 14:22
 

진토닉표 앞산에 사시는 분은 행복한분~~~ 부럽습니다. 07.06.16 08:10
 

시커먼스 립스틱 바른 모습 섹쉬했겠어요. ㅎㅎ "가는 허리에 매달린 초록의 꽃단추가 힘겨워 지나는 바람 한줌 잡아 바람개비 돌린다." ......멋진 표현에 다시 한번 되뇌어 봅니다. ^^ 07.06.16 08:35
 

여왕벌님, 영국술 진을 좋아하시나요. 한병 드리고 싶지만 만나기가 힘들것 같아 제조방법만 알려드릴께요. 노간주나무 아시지요. 가을에 설익은 노간주나무 열매( 杜松實 )를 한웅큼 따다가 잘 씻어서 30% 소주에 두달만 담가 놓으세요. 그리고 마셔 보세요. 토닉은 취향따라 섞으시던지 하시고. Jin은 향나무, 노간주나무의 속명인 Juniperus의 네델란드 방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진로양조에서 만드는 Juniper라는 Jin이 있습니다. 라벨을 자세히 보면 국산 두송유 포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07.06.16 08:58
 
와우~! 노간주나무 가까운 산에 지천인디여. 가을에 열매 따러 바가지 들고 가야쥐~~ 07.06.16 11:06
나넌,향기님께 일러야쥐~~ ^^ 07.06.16 14:23
 
헹~! 그라몬 내년에 노간주 진토닉 국물도 없쥐~. 07.06.16 11:38
 
그 말씀까지도 고대로 이를꼬예요~~ ^^ 07.06.16 14:24
 

햐~~~오늘 안동에 일이 생겨서 댕겨 와야 하는데 여왕벌님 침발라둔 오디를 워쩐디야? 07.06.16 15:44
 
고건 밝히기 어렵지라. 냉겨뒀다가 쪼끔씩 따먹을 검다. ㅎㅎ...에긍. 지는 오늘 협의회가 있어서 안즉 연구원에 있슴다. 낼은 포항 가야하고여. 잘 댕겨 가셔여. 07.06.16 21:07
 
ㅎㅎ 고거 정하동 고~~쯤에 있을거 같은데요~~~ 07.06.17 11:54
 

에그머니나! 전 몇년 길러 놓은 뽕나무 작년 벌레가 많이 든다고 다른 직원들이 잘라 버렸네요. 정말 이 여름 꼭 오디 먹고 싶네요. 07.06.16 17:13
 

역시 검붉은 립스틱은 섹시한가 봅니다 이리도 시끌벅적한 걸 보니 말이죠 ㅎㅎㅎ 여왕벌 선생님, 어쩌다 그 섹시한 립스틱에 진토닉까지... 이제 그 뒷감당을 어찌 한대요? 심히 걱정이 앞서옵니다. 07.06.16 18:01
 
따랑하는 맘님. 걱정마시옵소서. 호위 무사 벌들이 알아서 모시지라..ㅎ 07.06.21 17:01
 

얼마전 낚시 갔다가 오디 먹어 보았지요. 엄청 달던데...우리집의 뽕은 왜 오디가 안 열리는지..궁금. 당뇨 있으신 분들은 가지 꺾어다 말려서 물 끓여드시면 좋대요. 07.06.16 18:03
 
혹시..뿌랑구아닌가요?? ^^ 07.06.16 21:27
 

우리집 담 너머에 산뽕나무 한그루, 양잠뽕나무 한 그루 있는데여, 해마다 하얀 거미줄 같은 것이 잎이며 줄기를 덮어 버려서 오디는 안열리는구먼요. 하얀 털처럼 나무를 뒤덮어버리는 이눔이 무엇이당가요? 07.06.16 18:58
 
찾았슴다. 뽕나무 뒷면 흰가루병 가. 피해상황 :가을누에때인 7~8월에 발생이 많고 특이한 병징은 뽕잎뒷면에 발생하며 표면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병반은 흰가루를 뿌린 것 같이 되며 차차 0.2㎝크기의 돌기(자낭각) 가 형성되는데 황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한다. 나. 발병조건 : 9월경에 자낭구가 날아가 뽕나무가지나 잡초,낙엽에 붙어서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 뽕잎의 기공(氣孔)을 통하여 침입한다. 수계봉,홍올뽕품종에 발생이 많으며 통풍이 불량한 밀식뽕밭에 발생하기 쉽다. 다. 방제법 : 뽕잎에 병징이 나타날 무렵 지오판 500~1,000배액을 10a당 130~150ℓ약액이 잎뒷면까지 묻도록 1~2회 뿌려준다. 07.06.16 20:53
 

여왕님~ 오디 따먹으시다 버에 쏘이지 마세요. 그 언젠가 오디 속에 벌이 있는 줄 모르고 ...ㅎㅎㅎ 서정적인 풍경 속에 아름다운 여왕님...행복해 보이십니다. 07.06.17 16:00
 
ㅋㅋㅋ...벌이 여왕벌 쏘믄 하극상이제요? 흐음 어쩐지 쿠테타의 기미가? 계엄령 발동하여 땅벌 출동 명령내릴까며?ㅎㅎㅎ 07.06.20 13:09
 

여왕벌의 나들이... 근엄한 자태로 행차를 하다가 오디앞에서 근엄을 확 벗어 던지는 꼭 그런 모습여요. ㅋㅋㅋ 지두 검은색 립스틱 바르고 시포요 07.06.20 20:24
 
고우니님 드리려고 바가지 들고 나가봐야겄네요. ^^* 07.06.21 16:59
 

ㅎㅎㅎㅎ....여왕벌님 여기 난리가 났네요. 주말쯤 저도 안동 가는데... 지례예술촌 옆에 부모님 산소가 있어요 저도 고향이 안동이레요... 07.06.21 11:59
 
오옷~! 반갑습니다 이른아침님. 금불초님도 안동 후배시더군요. 07.06.21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