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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숨비소리는

by 여왕벌. 2007. 6. 10.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물질하다 올라와서

참았던 숨을 뱉어내는

저 깊은 삶의 혼이 담겨 있는 소리랍니다.


맘껏달리자님이 말씀하신대로

미소년 같은 숨비소리님,

숨비소리의 의미와는 달리

온화한 성품이 들꽃소녀님을 떠올리게 하였슴다.


맘껏달리자님이 

내가 도착하는 날을 하루 뒤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숨비소리님께 갑자기 연락드린 것은 분명할테고, 

또한 무리하게 부탁하였음은 짐작할 수 있는 터이지만

목감기로 가라앉은 목소리를 오히려 미안해하시며

빙그레 웃음으로 맞아주셨슴다.


작년 제주 모임 사진에서 뵌 적이 있는지라

오래 전 만난 듯 반가운 저절로 악수를 청하였습져.

대체로 여자들은 인사만 하는 게 보통인디

직장 생활 하다보니 지는 손부터 나가네여. 크으~! ㅎㅎ


미리 가솔송님과 연락을 해 놓은 듯 여미지로 안내하여

두어 시간동안 따가운 볕을 받으면서도

전혀 지친 내색도 않으시네여.


“발이 아프지 않으세요?”

오히려 제가 더 맘이 쓰여 괜히 물어봅니다.

나는 등산화를 신었지만,

숨비소리님은 미처 신발을 갈아 신지 않으셨으니,

에그~~~! 

뭍에서 온 애꿎은 벌 한 마리 땜시

고생한 숨비소리님 발바닥이

여왕벌한테 을매나 눈흘겼겠슴까?


하이야트 부근을 기점으로 탐사한

해안 주상절리는 환상적이었슴다.


검은 현무암 기둥의 작은 틈을 비집고,

도깨비쇠고비며, 갯까치수영, 순비기나무, 해국이

옥빛 바다를 향하여 날아갈 듯 발돋움 하고,


이름도 처음 들은 낚시돌풀은

반질거리는 잎새 끝에 좁쌀같은 하얀꽃을 달고

뭍의 방문객을 숨막히게 하였슴다.


온 사람 모두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맨손으로 탈랑탈랑 정모에 참석하는

유일한 여왕벌이라.

제주도에 오면서도 빈 손이었는디.


주상절리의 식물을 보니

에그그~! 

똑딱이라도 들고 올 걸~~!

후회 막급이었슴다.


십리길 가까운 해안의 검은 현무암 바위를 건너면서

어느새 내 손에는 갯완두 꼬투리가 쥐어져 있었슴다.

녀석이 내륙에서 싹 터서

제 빛깔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씨앗을 채취하는 버릇은 개 못 주었구마요. ㅋㅋㅋ


뒤뚱거리는 바위 곡예에서도 넘어지지 않았던 것은

숨비소리님 들고 오신 등산 지팡이 덕분이라

세심한 배려에

흐윽~! 감동 먹었슴다.


곧 어둠살이 내릴 것 같아서 황급히 찾은 곳은

겨우 차 한대 빠져 다닐 수 있는 원시림같은 숲이라.

마주치는 차량 있을까 하여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목이 쑤욱 빠집니다 그려.


숲은 깊고 맑아서

잎의 기공으로 쏟아져 나오는 산소는

온몸의 세포들을 일으켜 세웠슴다.


혹여 내 발걸음에 녀석들의 일년이

허사로 돌아갈까 저어하여,

발자국 옮기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두꺼운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실낱같은 햇살 용서하며

난초류며, 덩굴성 식물이

나름대로 엽록의 전설을 만들고 있었습져.


한라산 어느 언저리 숲은 청포도처럼 싱그러웠고

그 숲에는 초대받지 않은 두 사람의 말소리만

햇살을 타고 떠다녔슴다.


후년 이맘 때 쯤,

그 숲에는 

두런거린 풀꽃 이야기 인경으로 떨어져

하얀 나도옥잠화 한 송이로

낯선 방문객을 기억할지 모르겠슴다.



우와~~~~~~!! 한편의 수필을 보는 듯한 글입니다. 덕분에 뵙지 않고도 숨비소리님.가솔송님.자유연상님.잘 뵙고 갑니다.ㅎㅎ 07.06.13 23:23
 
ㅎㅎㅎ...안즉 안주무시고 컴터에 들어와 계시능감요? 07.06.13 23:31
 

선비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시지요?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똑딱이 가져가시지...갯식물은 저도 보고픈데... 07.06.14 00:13
 
남을 위하여 시간을 비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데, 배려하는 심성이 정말 선비셨어요. 얼마나 고맙고 송구하던지... 07.06.14 10:31
 

선비 여왕벌님. 글 읽은 소감은요 !!!!!. 똑딱이 안 가지고 가시길 잘 하셨지요. 사진에 마음 팔리면 사물의 전체 모습을 못 보게 되더군요. 좋은 글. 읽고 기쁜 마음, 고마움을 어찌 갚을까요.... 07.06.14 02:39
 
제가 그래서 카메라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변명해 볼까여? ㅎㅎㅎ...눈으로, 마음으로 담아 옵니다. 07.06.14 08:59
 

숨비소리와 들꽃소녀님은 본래 안성 선비댁 자제지요^^*. 뿌리가 깊은 후손입니다. 07.06.14 05:54
 
정말 선비의 품성이 느껴졌습니다. 언제 청류재님 뜰에도 한번 가 보고싶습니다. 건강하시길 ^^* 07.06.14 10:35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셨네요.마치 숨비소리님을 옆에서 본것처럼 느껴집니다 07.06.14 15:15
 

숲과 바다를 10여 분 사이에 오갈 수 있는 것도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특권 중의 하나랍니다..... 07.06.14 17:02
 

아~ 제주도.. 제주특별자치구죠.. 예전에 제가 알던 제주도에서 풀꽃나라 풀꽃님들이 함께하는 제주도가 되었네요.. 가고 싶어라.. 07.06.15 09:05
 

한번도 제주에 가 본적 없으니 부러움이 하늘 끝에 닿습니다. ㅎㅎㅎ 07.06.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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