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물질하다 올라와서
참았던 숨을 뱉어내는
저 깊은 삶의 혼이 담겨 있는 소리랍니다.
맘껏달리자님이 말씀하신대로
미소년 같은 숨비소리님,
숨비소리의 의미와는 달리
온화한 성품이 들꽃소녀님을 떠올리게 하였슴다.
맘껏달리자님이
내가 도착하는 날을 하루 뒤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숨비소리님께 갑자기 연락드린 것은 분명할테고,
또한 무리하게 부탁하였음은 짐작할 수 있는 터이지만
목감기로 가라앉은 목소리를 오히려 미안해하시며
빙그레 웃음으로 맞아주셨슴다.
작년 제주 모임 사진에서 뵌 적이 있는지라
오래 전 만난 듯 반가운 저절로 악수를 청하였습져.
대체로 여자들은 인사만 하는 게 보통인디
직장 생활 하다보니 지는 손부터 나가네여. 크으~! ㅎㅎ
미리 가솔송님과 연락을 해 놓은 듯 여미지로 안내하여
두어 시간동안 따가운 볕을 받으면서도
전혀 지친 내색도 않으시네여.
“발이 아프지 않으세요?”
오히려 제가 더 맘이 쓰여 괜히 물어봅니다.
나는 등산화를 신었지만,
숨비소리님은 미처 신발을 갈아 신지 않으셨으니,
에그~~~!
뭍에서 온 애꿎은 벌 한 마리 땜시
고생한 숨비소리님 발바닥이
여왕벌한테 을매나 눈흘겼겠슴까?
하이야트 부근을 기점으로 탐사한
해안 주상절리는 환상적이었슴다.
검은 현무암 기둥의 작은 틈을 비집고,
도깨비쇠고비며, 갯까치수영, 순비기나무, 해국이
옥빛 바다를 향하여 날아갈 듯 발돋움 하고,
이름도 처음 들은 낚시돌풀은
반질거리는 잎새 끝에 좁쌀같은 하얀꽃을 달고
뭍의 방문객을 숨막히게 하였슴다.
온 사람 모두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맨손으로 탈랑탈랑 정모에 참석하는
유일한 여왕벌이라.
제주도에 오면서도 빈 손이었는디.
주상절리의 식물을 보니
에그그~!
똑딱이라도 들고 올 걸~~!
후회 막급이었슴다.
십리길 가까운 해안의 검은 현무암 바위를 건너면서
어느새 내 손에는 갯완두 꼬투리가 쥐어져 있었슴다.
녀석이 내륙에서 싹 터서
제 빛깔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씨앗을 채취하는 버릇은 개 못 주었구마요. ㅋㅋㅋ
뒤뚱거리는 바위 곡예에서도 넘어지지 않았던 것은
숨비소리님 들고 오신 등산 지팡이 덕분이라
세심한 배려에
흐윽~! 감동 먹었슴다.
곧 어둠살이 내릴 것 같아서 황급히 찾은 곳은
겨우 차 한대 빠져 다닐 수 있는 원시림같은 숲이라.
마주치는 차량 있을까 하여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목이 쑤욱 빠집니다 그려.
숲은 깊고 맑아서
잎의 기공으로 쏟아져 나오는 산소는
온몸의 세포들을 일으켜 세웠슴다.
혹여 내 발걸음에 녀석들의 일년이
허사로 돌아갈까 저어하여,
발자국 옮기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두꺼운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실낱같은 햇살 용서하며
난초류며, 덩굴성 식물이
나름대로 엽록의 전설을 만들고 있었습져.
한라산 어느 언저리 숲은 청포도처럼 싱그러웠고
그 숲에는 초대받지 않은 두 사람의 말소리만
햇살을 타고 떠다녔슴다.
후년 이맘 때 쯤,
그 숲에는
두런거린 풀꽃 이야기 인경으로 떨어져
하얀 나도옥잠화 한 송이로
낯선 방문객을 기억할지 모르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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