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지 입구를 두리번 두리번 살피는데
숨비소리님이 젊은 풀꽃님과 반갑게 악수를 한다.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얼떨떨해 하는데
숨비소리님이 가솔송님이시란다.
“어? 가솔송님이라구요?” 진짜요?
눈이 똥그래서 되묻는 내게
작업복 차림의 가솔송님은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씨익~ 웃는다.
하이구야~! 두어 번의 전화 통화로
상상하고 있던 중후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마치 고등학교 다니는 철없는 동생같은(ㅋㅋ..)모습이었으니.
진짜 가솔송님이 맞냐는 되물음에
가솔송님 을매나 무안하셨을까? ㅎㅎㅎ
수목원을 안내 받으면서 들은 이야기지만
여미지 식물의 관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식물팀의 총 대장님이라
직접 수목원과 온실을 살피시고 식물 배양 복원 작업도 하신단다.
그러니까 더 젊어 보일 수 밖에.
연구원에서 교과서의 식물 자료 홈페이지 작업을 함께 하던
파견 선생님과 무척 비슷한 이미지라서만이 아니라
녹색의 유니폼 조끼의 작업복 차림에
편안하게 다가오는 친근감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여미지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온실의 열대성 식물만 휘익 둘러보고
정작 바깥의 수목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돌아가 버린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그런 사람 여그 또 있네여”
ㅎㅎㅎ....미리 찔려서 실토한다.
십여 년 전, 여미지를 그렇게 보고 갔던거다.
남쪽 나라의 상록성 나무들은 그 모습이 우째 그리 비슷비슷한지.
알고 있는 나무 식물을 보면 반갑고
이름만 알던 식물을 직접 만나니 신기하고,
비슷한 나무는 익히고 또 익히고.
“안녕하세요? 자유연상입니다.
오신다는 소식 듣고도 일이 밀려서
안내 드리지도 못하고 이렇게 뵙네요.”
무엇인가요? 코너에서 도움을 주시던 자유연상님이
열심히 부엽토를 퍼 담으시다 말고
귀여운 막내같은 수줍은 웃음으로 맞으신다.
주 5일 근무로 일손이 딸려서 너무 바쁘시단다.
에그...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을 뵈니
시원한 음료수라도 들고 올 걸...
하는 아쉬움만 뒤로 하고.
한 시간이 넘도록 가솔송님은
“3맥이 뚜렷한 잎은 비슷하지만
생달나무는 수피가 매끈하고,
녹나무는 수피가 세로로 갈라지며....”
식물에 대한 지식이 주절 주절 쉬임없이 흘러나온다.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이 참 부럽다
6월의 햇살은 뜨거웠지만
올려다보고, 내려보고, 뒤집어보고, 헤쳐보느라
등허리에 땀이 비치고 땡볕에 실눈을 감으면서
고저 감탄사만 흘리는 여왕벌 보고
가솔송님캉 숨비소리님 을매나 철딱서니 없다 하셨을까?
후딱 후딱 시간은 언제 그리 지나버리는지,
맛있는 새싹 점심과 시원한 수정과로 땀 식히고
다시 만남의 기약 없는 악수를 나누니
고맙고 죄송한 마음 짠하여 잡은 손길에 힘이 실린다.
가솔송님 또한 아름다운 제주의 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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