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 입이 왜 시커머요?.”
“어? 으응~~~ 아무 것도 아녀.”
ㅎㅎㅎㅎ
4시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동화 끈을 바투 잡아 매었습져.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아~“
말꼬리라도 잡힐까 봐 휑하니
굴참나무 수려한 앞산을 향하여 종종 걸음 칩니다.
그제 내린 비 덕분에 숲은 생기가 납니다.
시원한 바람으로 굴참나무와 신갈나무는 신이 났슴다.
얼마 전 산책을 하다가
줄기를 옥죄고 있는 인동덩굴을 잘라 주었던 어린 신갈나무는
편안하게 숨고르기를 하며 손바닥을 흔들고 있네여.
가지에 걸쳐서 말라 비틀어진 인동덩굴을 보니 좀 미안하지만
뿌리가 있으니 아마 곧 다시 자라겠져.
혹시라도 급한 호출 있을까
바지 주머니에 넣은 핸폰이 걸리적거리지만
부엽토의 푹신한 느낌이 이질감을 상쇄시켜 줍니다.
굴참나무 숲이 끝나면
마악 빨간 열매 물들이고 있는
딱총나무 두어 그루 나타납니다.
여기서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근처에 산뽕이랑 가새뽕나무가 있거덩요.
땅만 보고 산책하는 사람은 뽕나무가 있는 줄도 모릅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길섶 풀밭을 살피고
나무를 두리번거리는 덕분에
뽕나무가 어디쯤 있는지는 당근 알고 있습져.
아니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이크!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고요.
그런 말이 있당게요.
그랑께 죄진 사람처럼 땅만 보지 말고
위를 좀 살피고 다니믄
맛있는 오디가 열린 뽕나무도 만난다~~~. 이 말시.
ㅎㅎㅎ
짐작했던 대로 까맣게 매달린 오디.
지나다니는 사람 모두 죄만 지었단 말가?
히야! 까맣다 못해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으흐흐흐...
오디 한 나무
순식간에 다 해치웠슴다.
오디의 단물을 즐기던 노린재가 놀라도 상관 없슴다.
노린내 쯤이야 어디 달콤한 오디 맛에 당하겠슴까?
주둥이가 시커먼스가 된들 누가 선 볼 일도 없응게여.
덜 익은 오디가 아쉽지만
모레 쯤 다시 올 생각하면서
소나무 숲으로 들어갑니다.
열을 지어 서 있는 소나무에서는
진토닉 냄새가 납니다.
솔검불 쿳션으로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은 한결 부드럽습니다.
양지쪽 솔검불 위로
좌악 깔린 하얀 매화노루발이
파란 눈을 깜빡이며 잠을 깨고 있습니다.
숲 속이라
짧은 햇볕으로 실하지 못한 산딸기
그래도 오도독 씹히는 달콤한 맛
한참 그 옆에 또 머무릅니다.
소나무 발치를 의지한 산해박은
가는 허리에 매달린 초록의 꽃단추가 힘겨워
지나는 바람 한줌 잡아 바람개비를 돌립니다.
6월의 앞산은
진토닉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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