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
이 눔 생쥐 땜시 새벽잠을 설쳤지라.
그저께 울 엄니,
동네 어르신들과 화투 한 판 치고 돌아와 보니
거실 바닥에 사료 두어 알 떨어져 있고
막사발에 담아 둔 개 사료가 푹 줄어 들었능기라요.
"이 누무 쥐새끼가 천정에서 난리 굿을 하디
찬장 뒤로 구멍을 내고 내려 오는 갑다."
어째 요즈음은 천정이 쪼매 조용타 했더니 조용한 게 아니었던 기라요.
집이 들 가운데 있어서리
벌건 대낮에도 강아지만한 쥐들이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마당이며 곳간이며 설치고 돌아댕기는 기라요.
마당이며 화단이며 배나무 밑이여
그 눔들만의 비밀 통로가 두더지 굴처럼 엉켜 있고,
아랫채 창고는 이미 그들의 천국이 된지 몇 해라.
할 수 없이 이놈들한테 무담보로 셋방을 넘겼지라.
아, 근디요!
쥔이 그 정도 배려해 줬으문 감지덕지 해야 할 거 아니마씀?
글씨, 간이 배 밖에 나와도 유분수지 인자는 쥔이 사는 안방까지 넘볼라 그라지 않으요.
"야야, 니 오늘 찐드기 쫌 사오그라"
퇴근하면서 1000원을 주믄 넉장이 들어 있는 찐드기를 가지고 와서
사료 통을 가운데 두고 뺑뺑돌아 찐드기를 펴 놓았지라.
"ㅎㅎㅎ....인자 니는 죽은 목숨이여"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디.
"바각 바각!"
"???..............!!!...."
"바각 바각!"
"이노무 시키 이빨로 뭘 긁어 대는디 워디여?"
씽크대며 찬장 부근을 둘러 봐도 아무런 기척이 없는디 건너 방을 열어 보니...
오잉? 거실문 아랫부분을 긁어낸 흔적이 있지 않갔슴?
아뿔사! 이놈이 거실을 돌아 댕기다가 문이 열린 사이 작은 방으로 들어갔던가 봐요.
옳다! 이놈 잘 됐다 싶어서 찐드기를 작은 방 문 앞에 펴 두었겠다.
분명 먹이에 혹하여 발 잘못 디뎠다가 니 저승 길 되리니....
문을 꼭 닫고 나왔응께 인자 오도 가도 못할꺼고. 으흐흐흐...
"빠각! 빠각! 빠가가각!"
이놈이 일요일 새벽 여섯시에 잠을 깨웁니다 그려요.
"이노무 시키! 당장에 요절 낼까 보다!"
하이고!!!. 문을 긁어도 많이도 긁었다. 아니 문설주까정 긁었는디...
으흐흐...내 찐드기는?
분명 찐드기 가장자리의 사료 두알이 뭉개져 있고
이놈 먹이 물다가 찐드기에 붙어서 줄똥을 쌌는지
까만 쌀알같은 쥐똥이 세알이 붙어 있지 않갔슴?
에혀라!
찐드기 성능이 그리 약하지 않았을텐디
이놈이 워뜨케 찐드기의 아귀를 벗어났을꼬?
큰 놈인줄 알았는디 쥐똥의 크기로 추정컨데 생쥐가 분명하고.
아마 방에 갇히게 되어서 거실로 나오려고 문을 갉아댄 거 같은디.
그대로 두면 문을 아작낼 거 같고...해서
찐드기를 문 아래에 쫘악~~깔아 두었는디...
한번 혼쭐 난 녀석이 또 찐드기에 대들지는 않을 거이고...
에효~~!
생쥐 한마리 땜시 이 나이에 숨바꼭질 하게 생겼응께.
이놈을 워뜨케 잡으문 되남요?
****************************
'이야기나누기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2006.12.15) (0) | 2007.06.27 |
---|---|
ㅎㅎ..드뎌 한판 했습죠. (0) | 2007.05.07 |
우앙~! 지붕이 날아가 버렸어요. (0) | 2007.03.29 |
참한 디스크, (0) | 2006.12.14 |
청도 땡감 (0) | 2006.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