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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발길 따라

한라산 상고대

by 여왕벌. 2023. 1. 18.

2023. 1. 17. 제주.

아이쿠야!! 이게 뭐이가?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넘어오는 1100도로를 달리는데
1100습지 휴게소 전방 2km 부터 난데없이 상고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제주도에 수없이 내려와 봤지만 이런 상고대를 만나기는 처음이라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아니 육지에서도 겨울 산을 오른 적이 없으니 상고대는 난생 처음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토요일부터 급강하한 기온에다가 비도 오락가락하면서 안개도 출몰을 하더니 이렇게 멋진 상고대를 만들어 놓았다.
서귀포 쪽는 해가 뜨기도 하고 구름이 낀 흐린 곳도 있었는데 상고대로 하얀 세상을 만든 산록 도로는 환장적인(?) 천국이었다.


뜻밖의 상고대에 소리를 지르면서 갓길에 주차를 하고 몇 장 사진을 찍다가 좁은 갓길이라 불안해서 다시 시동을 건다.
고개 위로 올라갈수록 상고대는 더 풍성해 진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차들이 갓길에 줄 지어 서 있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고 난리도 아니다.
그 꽁무니에 나도 다시 차를 세운다.


휴게소 정상은 완전 설국이다. 눈이 아니라 상고대 설국이다.

차와 사람들로 주차장이고 도로변이고 인산인해 북새통이다.
질서유지와 안전을 위하여 경찰도 나와서 지휘를 하고 있다.
주차를 할 수가 없어서 주차장을 빙 돌면서 차안에서 폰으로 찰칵 찰칵


제주시 쪽으로 내려 가면서도 주차하고 촬영하기를 여러 번
이 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내 기분과 같다.



함께 제주도에 놀러온 두 소녀도 설경 사진으로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폰을 주고 좀 찍어 달랬더니 요렇게 조렇게 포즈를 하란다. ㅎ


사진을 좀 찍어달라던 남자 분이
제주도에 살았어도 이런 모습은 거의 보기 힘들단다

내가 전생에 나쁘게 살지는 않았던지 이렇게 즐거운 일이 많다
내가 태어날 때 할아버지가 시를 잘 타고 났다고, 고추를 차고 났으면 세상을 쏘다닐 운이라고 하셨다더니
아무튼 복을 타고나긴 한가 보다

겨울 무지개를 보지 않나
1100에서 상고대 폭탄을 맞질 않나

오늘 경찰 차가 오르락 내리락 바쁘다.


붉은겨우살이 둥지도 상고대에 덮여서 구슬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싸락눈이 제법 내리면서 도로가 젖기 시작한다
더 머무르다가는 바닥이 살얼음판으로 변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촬영을 마무리하고 출발을 한다.


제주시 까지 내려오는 길에는 비상등을 켠 차량이 줄지어 거북이 속도로 서행이다.
내리막이 계속되고 급경사 길도 많아서
속도가 붙으면 위험하다. 계속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며 내려 온다.

여차하면 사이드 브레이크도 함께 당기려고 손은 사이드 브레이크에 가 있는데
내리막에 속도가 붙어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니 드르륵 드르륵 거리며 차가 떨린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살짝 당겨서 속도를 줄이는데 성공을 하였는데
거의 다 내려와서 방심하다가 또 가속이 되었다.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니 또 드르륵 덜덜거리길래 사이드브레이크를 세게 당겼더니 차체가 핑 돌아간다.
아차 싶어서 손발 모두 브레이크에서 떼고 핸들만 제대로 잡았더니 차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얌전하게 내려간다.

미리 앞차와 100 미터 정도 유지를 하면서 내려 왔고 일방통행 위치라서 그나마 다른 차량과의 충돌 위험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뒤에서 멀찍이 따라 오던 봉고 트럭이 내 모습을 보고 놀란 것 같다. 제대로 잘 내려 오지 못하고 엉금엉금이다.

내려오던 중간 내리막 커브길에 젊은 한쌍이 도로 옆에 차를 쳐박아 놓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산으로 올라가는 반대 편 차선에는 추돌 사고가 나서 정체가 되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무사히 한라수목원에 도착했다.
이 부근에서 제주 꽃동무들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기에 수목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금요일 겨울 무지개로 시작한 제주 탐사가 화요일 상고대로 마무리를 했다.
중간 탐사 기록은 곧 정리하겠지만 상고대 감격이 커서 먼저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