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가 넘었다.
어제 저녁에는 운동을 못하였기에 오늘은 일찍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무룩한 얼굴을 한 5학년 @@가 잰 걸음으로 들어 와서는
"교장선생님. 바깥놀이 금지 좀 풀어 주세요"
한다. 녀석은 곧 울먹거릴 듯한 얼굴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채지 못하여 다시 되물으니 똑 같은 말을 한다.
문밖에는 5학년과 6학년 여자 아이 둘도 함께 시무룩하게 서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 녀석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서야 그 녀석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었다.
지난 주 수요일.
오후 돌봄교실 상황을 살피러 문을 열었다가 두 녀석이 서로 노려 보면서 씩씩거리며 고함을 지르고 있는 모습과 마주쳤다.
돌봄선생님은 어이 없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고
"이게 무슨 짓이야? 선생님 앞에서 큰 소리로 싸우고 있어?"
그 장면에 맞닥뜨린 내가 화난 표정으로 꾸중하자. 그제서야 다툼을 멈추고 서로 노려 보고만 있다.
마침 하교하는 스쿨버스가 출발할 시각이라서 더 이상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내일 내 방으로 함께 오라 일러 놓고 다들 버스에 태운 후에서야 돌봄 선생님한테서 대충 이야기를 들었다.
오후 돌봄시간에 녀석들이 농구 시합을 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4학년 동생의 버릇 없는 말투에 5학년 누나가 화가 났고
화가 난 누나는 모래를 던지면서 서로 모래 던지기가 시작되었고
옆에 있던 5학년 형아한테 모래가 뿌려지게 되어 정작 싸움은 4학년과 5학년 남자 두 녀석의 싸움으로 크게 확대되어 버렸단다
싸움을 한 4학년과 5학년 두 녀석은 성질이 급하고 승부욕도 강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비슷한 성격이라
4학년은 버릇 없이 형아한테 계속 대드는 꼴이었고 5학년 형은 그런 동생이 괘씸했던 것 같고
동생은 사과를 했다고 하고 형아는 제대로 사과한 게 아니라는 것이고.
이튿날 아침 두 녀석은 기특하게도 내 방으로 찾아왔다.
"너희 둘 지금도 서로에게 화가 안 풀렸니?".
"아니요. 지금 괜찮아요."
언제 다투었냐는 듯이 두 녀석의 표정이 밝다.
조곤조곤 두 녀석의 잘못이 무엇인지 왜 잘못인지를 설명하니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싸움의 원인을 5학년 누나가 모래를 뿌려서 그랬다기에
그 누나는 화를 잘 안 내는 성격이 맞냐니까 그렇단다.
그러면 4학년 동생이 누나에게 말 함부로 했지 않느냐니까 그렇다고 인정을 한다
변명하지 않고 인정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몇 가지 예를 들면서 충분하게 이해를 시키고 다시는 다투거나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돌려 보냈더랬는데...
아마도 그 다툼으로 인하여 돌봄교실 선생님이 바깥 놀이 금지령을 내린 모양이었다.
목요일, 금요일, 월요일 사흘 동안 어째 돌봄시간에 연필만 굴리고 있다 싶었더니
결국 밖에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며칠동안 꼼짝을 못하던 녀석들은 결국 내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는데....
ㅎㅎㅎ...녀석들 어찌나 귀엽던지 ....
너희들 스스로 선생님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씀드리라 했더니 안 된다고 하신단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돌봄선생님의 령을 세워주어야 하기도 하고
이 참에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겠기에
"며칠 더 기다려 보자. 그 다음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줄게"
하고는 등을 밀어 돌려 보냈다.
시무룩한 얼굴로 "네" 하고 대답하는 녀석들이 안스러워 보였지만
웬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녀석들 내가 지들 편인 줄 어찌 알았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