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봄날
어느 골 깊은 계곡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분이 편찮으신 형수와 함께 큰 주택을 지어 살고 있었다.
홍수와 사태로 집을 매몰시키고 이곳으로 이주한지 꽤 세월이 흘렀다는.
새로 지은 집이라 평수도 넓고 정원도 계속 가꾸고 해서 멋진 전원주택이 되었는데
혼자 살기에 너무 크고 적적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는 듯 하기에 먼저 인사를 하고 이 곳에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해 드리니 그제사 굳었던 얼굴을 펴신다
주변에 밭을 일구어서 음나무, 두릅나무, 곰취 등의 산나물도 재배하고 있었는데
찾아오는 사람 없이 적적해 하다가 모처럼 사람을 만나서 반가우셨던지 사는 이야기를 늘어 놓으신다.
산 위쪽에서 끌어내린 간이 상수도물로 복분자 효소 원액을 타서주시는 차를 마시니 가슴 속까지 서늘해진다.
이웃이 없어서 외롭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렇게 좋은 곳에 사는데 외로울 필요(?)가 있냐고 하신다.
축대 겸 쌓은 정원석 사이 사이에 갖가지 야생화 꽃들이 있었는데 연영초는 벌써 꽃을 피웠고
산마늘도 꽃대를 올리는 중이었다.
백작약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는데 웬지 야생화를 캐서 심었다고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곳 자체가 야생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가지고 간 게 없어서 사과 한 알과 박카스 세병을 드리니 손사래를 치셨지만
보려던 걸 다 보고 내려오는 길 간다고 인사드리러 들렸더니 박카스 한 병을 마셨다. 드리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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