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보고 놀란다고
검룡소의 어이없는 광경을 보고 돌아오던 길, 청량산에 들렀다가 가슴이 철렁하는 모습을 또 목격하였다.
청량산 집입로에서부터 숲길이 진행이 되고 있는데 시간이 날 때면 그 곳을 즐겨 찾곤 하는 곳이다.
숲이 우거진 북사면에 너덜지대도 있는 곳이라 식생이 참 재미있는 곳인데
남쪽의 식물인 000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식물로 등재되어 있는 세뿔투구까지 자생하고 있는 곳이다.
한 녀석의 자생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산책로를 오르는데 좌우의 나무에 일정한 간격으로 흰 비닐을 묶어 놓고
24-19, 24-21.....과 같은 숫자를 써 놓은 게 눈에 띈다.
뭔가 느낌이 좀 이상하여 계속 진행을 하는데
아코야~!! 한 군데 집 한채가 들어 설 정도 면적에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땅을 편평하게 다듬어 두었다.
그 주변에도 소나무 몇 개에 예의 그 흰비닐과 숫자 표시가 있었고...
옴마야~!! 클났다...
그랬다. 그 멋진 자연의 숲에 인공적인 손질을 하려는 게 분명하였다.
그 숫자는 아마도 가로등을 세우려는 위치가 아닐까 짐작이 되었다.
이 곳도 검룡소처럼 뒤집어 엎고 길을 다듬어 버리면 여기 식생은 아작이 난다.
제주의 올레길이 성공하면서 지자체마다 너도 나도 경쟁하듯이 둘레길이니 선비길이니 하는 길 만들기 공사를 하였다.
어떤 곳에서는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곳인데도 무리하게 길을 만들고 나무 테크를 설치해 두었지만
결국 잡초만 우거져서 예산만 낭비 했다는 보도를 본 적도 있다
아마도 이 곳도 그런 길을 만드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은데 참 누구의 발상인지 기가 막힌다.
지자체에서는 이 곳의 식물과 자연이 있는 그대로가 보물인 줄도 모른다.
반듯하게 정리하고 가로등만 설치하면 관광 수입이 마구마구 들어오는 줄 아는가?
이제 사람들은 인공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을 더 선호한다.
도회적 환경에 지치고 건강을 잃은 사람들이 왜 숲 깊은 산 속으로 들어와서 생활을 하려고 할까?
자연만이 정말 사람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런 사례가 종종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다
나도 자연은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공사를 계획하면서 이 곳의 자연 환경과 식생을 조사나 했을까?
그저 길을 다시 정비하고 팔각정 몇 개 세우면 사람들이 꾈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 곳이 개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텐데 내 힘으로는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가까운 대학 교수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 지, 만약 내 우려가 맞다면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다.
다음 날 교수님이 확인한 결과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봉화군에서 무슨 유교 답사 길인가를 만든단다. 에혀~!!
교수님이 곧 현장 확인하고 문제 제기 하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좀 안심은 되지만
이미 공사가 시작되고 있으니 쉽게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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