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8. 오름.
잘 익은 봄날처럼 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날씨가 쾌청이라.
오름으로 오르는 동안 온몸이 후꾼거린다.
오름에 올라 분화구로 한참 내려가니 바닥에 하얀별이 가득하다.
산쪽풀과도 함께 어우러져 피어 있고
변산바람 옆에 산자고 잎도 보인다.
제주의 봄은 세복수초로 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곶자왈 이끼 이불을 헤치고 사자 목 갈기털 같은 잎을 펼친 세복수초는 황량한 초봄의 곶자왈을 따사롭게 장식해 준다.
노란 꽃잎을 한껏 펼치고 짧은 봄 햇살을 접시 가득 받아들여서 날 벌레들을 불러 모은다.
복수초가 개화 할 때는 아직 언 땅이 풀리지 않은 곳이 있을 만큼의 추위가 남아 있는 시기이다.
당연히 수정을 해 줄 매개자인 곤충들의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때라서
복수초나 바람꽃은 노란 꽃잎을 활짝 펼치고 햇살을 모아 꽃속의 온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작은 벌레들을 불러 모은다.
오름 분화구는 바람 없이 따뜻한 곳이라 파리 종류 한 마리가 복수초를 찾아 왔다. 이 녀석도 복수초의 꽃가루 수정에 한 몫을 다할 것이다
현무암 바위에 애기꼬리고사리도 보인다.
제주도 곶자왈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벌깨냉이가 산괭이눈과 어깨를 비비고 있다.
붉은사철난도 한 포기 눈에 띈다.
갈라진 나무 등걸 사이에 개구리발톱 잎이 싱싱하다.
낚시제비꽃은 아직 꽃봉오리도 못 올렸다.
급히 옆의 다른 오름 골짝으로 이동한다.
몇 송이 폈기나 했겠지 하던 노루귀가 개화 절정을 맞고 있다.
날씨가 화창해서 그런가? 작년보다 개화시기가 조금 당겨진 것 같다.
개구리발톱과 산괭이눈과 함께 동거도 하고
산괭이눈도 마악 꽃눈을 뜨기 시작한다.
반갑다. 긴잎제비꽃.
낚시제비꽃에 비하여 잎맥이 자주색이고 잎이 조금 긴난형이다.
계곡 안쪽 이끼 낀 바위에는 꽃대를 여러개 올린 노루귀가 반겨 준다.
바위를 뒤덮고 있는 푸른 이불을 보니 누운괴불이끼다
산쪽풀이 한 두개 꽃술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종자를 털어버리고 깍정이만 남은 상산 열매
모처럼 많이 걸었더니 발바닥이 왈왈하다.
무르익은 봄기운에 목덜미와 등허리가 촉촉해 온다.
봄꽃향유를 보지 못한 게 서운하지만 시간이 어슷하고 이젠 더 볼 게 없어서 골짝을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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