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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동강제비꽃도 있다고? 3

by 여왕벌. 2012. 5. 8.

2012. 5. 6. 강원도.

 

동강제비꽃은 아직 정식으로 학계에 보고 되지 않았고 식물학계의 어르신 전의식 선생님이

동강 주변에서 발견하여 가칭 동강제비꽃이라 이름 지어 놓고 보고 준비 중인 모양이다.

그러니 내 하드 속에는 그 정보가 입력되어 있지 않았던 거다.

 

얼마나 급하게 달렸는지 앞에 차가 가는 꼴을 못 참고 계속 추월하면서 급하게 달렸더니 4시 45분 쯤주차장에 도착이다.

헌데 문제는 그곳 까지 족히 500m 정도는 걸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도 비싼 기름 뿌리면서 이 먼 곳까지 와서 그 녀석을 보지 않고 포기 할 수는 없는 일이라.

숲이 우거져서 어두울텐데..빨리 걸을 수도 없고...그냥 면상이라도 보고 오는 거다!

하면서 관리사무소에 이름 적고 마악 숲으로 들어서려는데

 

삐리릭~???.......!!!

아뿔싸~~! 

이런 낭패가 있나? 여분의 배터리는 차에 두고 왔는데 카메라가 밥 달라고 조른다.

이미 주차장에서 200m는 걸어 왔는데.....성한 다리라면야 금방 달려가서 가져 오면 되겠지만 이런 낭패가 없다.

 

"우아~! 울고 싶다~!"

소리 질렀더니만 관리사무원이 무슨 일이냐고 다가온다.

방문객 이름을 적을 때 목발 폼으로 뭘 보겠다고 숲으로 가는 아줌마가 참 별나다는 표정으로 보던 분이다

늦은 시각에 숲으로 들어서는 심상치 않은 내 행동에 염려가 계속 지켜보았나 보다.

울상을 하면서 좀 도와 달라고 하니 기꺼이 차 키를 받아서 차에 있던 배터리를 가져다 준다. 고마운 분 성함도 알아두지 못하였다.

 

맘은 급하고 목발잡이 걸음은 뒤뚱거리기만 하니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기도 하다

바닥을 찬찬히 살피면서 가는 초입에서 제비 한 포기가 보인다. 이 녀석일까 싶어 보았는데 털제비였다.

 

 

 

유후~!! 땡 잡았다. 청시닥나무 암꽃이다.

아무리 급해도 나무 꽃이 나타나면 걸음을 멈추게 된다.

 

수꽃은 담은 적이 많은데 어쩌다가 꽃잎 사그러진 어린 자방을 만나긴 했지만 암꽃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청시닥나무 암꽃을 만난 것만으로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5시가 넘은 시각이라 숲이 어둡다. 조리개를 최대한 열고 ISO를 조금 올렸다.

꽃잎 안에 양쪽으로 열매처럼 생긴 꽤 큰 자방이 보이고 그 가운데 갈라진 암술이 보인다.

 

꽃잎처럼 생긴 것 중에 색이 더 진한 게 꽃받침잎이고 안쪽에 연한 게 꽃잎이다.

 

시닥나무 꽃잎은 5장이라 하고 청시닥나무 수꽃 잎이 4장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 녀석 청시닥 암꽃의 꽃잎 간격으로 봐서는 5장으로 짐작이 된다.

 

 

 

 

 

어린 가지는 녹색을 띠고 있다.

 

호오~~!! 드뎌 한 무리의 제비꽃이 보인다.

이 녀석이렸다~! 누군가 주변을 정리를 해 놓은 흔적이 보인다.

 

아마 내게 이 녀석의 존재를 이야기 해 준 두분 꽃동무가 오전에 왔었다고 하더니 그리해 둔 것 같다.

그런데......매년 이맘 때 쯤 이 곳에 다녀 가면서 이 제비꽃을 보긴 했다. 잔털제비꽃이려니 하면서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잔털로 보기에는 어색한 곳이 있긴 하다.

꽃받침 부속체가 유난스레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잎을 얼핏 보면 잔털제비꽃 잎이 자란 모습 비슷하긴 하다.

잎 뒷면과 잎자루에 흰털이 많이 덮여 있고 암술 주두는 사마귀 머리 모양이었다.

 

 

 

화색은 흰색이었고 꽃받침은 녹색을 띠었는데 개체에 따라 약간 자색 기운이 있는 것도 있다.

 

 

수 개체가 매년 그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녀석을 잔털제비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동강변 산자락에서 발견된 가칭 동강제비꽃이라하는 녀석으로 보는 모양이다.

 

 

흡족한 마음으로 되돌아 오는 길에 활짝 핀 복자기 나무 꽃을 몇 장 담았다.

혹시나 복장나무가 아닐까 했는데 3송이씩 피고 꽃자루에 털이 많고 수피가 세로로 갈라 터진 것으로 봐서 복자기가 맞다

 

 

 

 

6시가 넘었다. 집까지 가려면 3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네비 아줌마가 종알거린다.

정신 없이 달려서 집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다.

 

 

많이도 걸었고 풀밭을 뒹굴었는데도 그렇게 피곤한 줄 모르겠다. 내 꽃바구니가 가득해서 그런가 보다.

만항재 꽃밭에서 우연히 만나서 처음 인사를 나눈 엔**. 님, 박**님이 알려주신 정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