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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완도 상록수 기행1(비파나무, 동백,녹나무,이나무,멀구슬나무,머귀나무,먼나무,)

by 여왕벌. 2011. 11. 12.

2011. 11. 12~13. 완도.

 

제주에 가려다가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하고 완도행을 작정하였다.

왜 갑자기 완도에 가고 싶어 졌는지는 모른다.

그냥 남해 쪽 지도를 살피다가 완도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항로를 보고

그 곳에 가면 남부지방 상록수를 많아 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 즉시 갈 계획을 세운 거다.

 

안동에서 출발하여 중앙고속도로, 88올림픽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거쳐서... 완도까지 410km, 자동차 소요 시간 6시간 30분.

천리길이다. 아마도 내가 제 정신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도 간다.

 

완도수목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보니 여기 저기서 필요한 정보들이 검색된다.

금요일 반일 휴가를 내고 점심 식사 후 부리나케 출발이다. 쉬임 없이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눔의 88올림픽고속도로는 지방의 국도보다 못한 속도로 추월도 안된다.

답답하여 짜증이 나지만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물고 뒤따를 수 밖에.

나주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직행을 하였다. 그래도 완도 여행에 대한 즐거운 기대로 피곤한 줄 모르겠다.

 

7시 20분 다시 차에서 내린다.

25분 후면 목적지에 도착할 거라는 네비 아줌마의 안내 시간이 눈에 들어 온다.

2시 20분 경에 출발을 하였으니 예정대로라면 5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주행 시간을 많이 단축을 한 셈이다.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는 내 불쌍한 자동차도 더운 콧김 식힐 시간을 줘야겠고 저녁 식사를 위하여 잠시 다시 차를 멈춘다.

 

기사식당이라 들어 갔더니 7000원의 값에 비하여 먹을 것도 없고 맛 없는 부페식당이다.

그래도 장거리 운전에 고생한 나를 위해서 내일의 탐사를 위해서 꾸역꾸역 입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저녁이라 주변의 풍광을 볼 수 없음이 아쉬운데 얼핏 차창 밖으로 바다 풍광이 스쳐 가는 듯 하다.

다리를 건너는 걸 보니 완도로 들어서는 눈치이다. 완도 소재지로 향하면서 적당한 숙소를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숙소 간판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 온다. 지은지 얼마 안되는 숙소인 것 같아서 들어서니 역시 깨끗한 시설에 장거리 운전의 피로가 가신다.

저녁을 먹느라고 지체된 시간을 합하여 8시 20분 경 도착이다. 여왕벌! 예까지 오느라고 고생하였다. 오늘은 푹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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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30분 숙소를 나왔다.

바로 완도수목원으로 갈까 하다가 기왕이면 해안으로 나 있는 작은 마을 길을 따라 움직이면

해안의식물들이나 염생식물을 볼 수 있을 갓 같아서 무턱대고 차를 몰았다.

 

한 3km 정도 어슬렁 거렸을까?

수심이 깊은 남해안이라 그런지 바닷가에는 검은 돌과 군데군데 바닷물 속에 꽂아 둔 나무 막대들 밖에 안 보인다. 

별로 볼만한 식물이 없어서 실망스러운데 더 문제는 길이 끝나 버린 것이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서  좁은 길을 위태 위태하게 통과하여 큰도로에 차를 올렸다.

괜스레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아서 수목원으로 바로 가기로 하였다.

 

가는 도중 어느 작은 마을 돌담 위에 비파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눈인사를 하고 있다.

보일 때 담아라~! 잠시 차를 세워야 하는 건 당연하고. 

 

잎이 크고 두터운데다가 잎뒷면, 잎자루, 꽃받침이 온통 누런 털을  뒤집어 쓰고 있는 녀석이다.

열매는 5~6월에 살구 정도 크기로 누렇게 익어서 먹을만 하다고 하는데 아직 먹어 본 적은 없다.  

 

 

2월에 핀다는 동백나무가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제주의 풍광과 별반 다름 없는 돌담과 어우러진 붉은 동백, 비파나무 꽃과 눈 맞추고 나니 완도에 대한 기대로 한층 더 설레인다.

 

 

주변의 들판과 산 발치에는 갈대꽃이 바닷 바람에 가볍게 일렁인다.

이제 수목원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고 네비 아줌마가 일러준다.

 

이 아줌마 채용을 한 건 정말 내가 잘 한 몇 가지 일 중 하나다.

품삯을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말썽도 부리지 않으니 전국민이 다 좋아하는 게 당연한 거지 뭐. ㅎ

 

도로변의 상록수에 커다란 붉은 열매가 보이는 듯하여 차를 세우니 긴 열매 자루에 검은 열매를 달고 있다.

잎이 넓고 파상의 거치를 보니 녹나무다. 상록수 이파리 한 두장 붉게 단풍이 든 것이 열매처럼 보였나 보다.

 

 

  

녹나무는 이렇게 잎이 넓고 열매 자루가 길다.

같은 녹나무과의 생달나무는 잎이 좁고 끝이 뽀족하게 길게 빠져 있어서 녹나무와 구분이 된다.

 

 

어린 잎눈이 붉다. 다른 나무의 눈은 이렇게 붉은 인편이 아니고 녹색을 띠고 있기도 하였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잎과 열매를 따서 자동차 범퍼 위에 올려 놓고 자료 사진 한방 날린다.

 

 

녹나무 아래 산박하가 참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쌀쌀한 늦가을 아침 기운에 밤새 내린 이슬을 햇살로 말리는 중이다.

 

 

털산박하가 아날까 하여 부분 접사를 하긴 했는데 줄기와 잎 앞뒷면, 꽃받침에 털이 보인다.

제주에서 담은 녀석은 일단 털산박하로 정리를 해 두긴 했는데

 

일반 산박하에도 털이 있다고 하니 이 녀석한테 <털>이란 모자를 씌워야 할지는 아직 보류해 둔다.

내년에 산박하를 제대로 살펴 보면 이 녀석의 정체를 정리할 수 있을 게다.

 

 

길거리에서 시간을 더 지체 할 수가 없어서 출발을 한다. 이 녀석들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헌데 100미터도 못 가서 다시 차를 세워야 했다. 하트 모양의 잎이 유동나무인가 싶어서 쳐다 보는데 붉은 열매가 보이는 거다.

이나무였다. 12월 대구수목원에서 이나무 열매를 담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잎과 함께 열매를 단 녀석은 보지 못하였었다.

 

 

 

 

평활한 밝은 회갈색의 수피에 가로로 긴 붉은 피목이 박혀 있다.

 

 

이나무 옆에 멀구슬나무도 녹색의 열매를 겨우살이처럼 주렁주렁 늘어뜨리고 있다.

대추알처럼 생긴 열매는 나중에 누렇게 익는데 5월에 피는 보라색 꽃은 얼마나 풍성한지 꿀을 찾아서 벌들이 모여드는 주요 밀원식물이다.

 

 

 

 

 

해안 마을의 헤메임과 오는 길 몇 녀석들과 조우하느라 1시간 여 지체 되었다.

벌써 폰의 시계가 9시 40분을 점 찍고 있다.

이제 수목원이 얼마 남지 않았는가 보다. 진입로에 조경해 놓은 축대와 조경수들이 눈에 들어 온다.

 

헌데 수목원 입구의 매표소 앞에서 다시 정지다. 많은 소엽을 가진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검은 원추화서 열매가 보인다.

뭘까 생각을 더듬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던 머귀나무 같다. 마침 차에 실어 둔 나무 도감을 뒤지니까 머귀나무가 맞다.

 

  

 

잎을 보니 소엽은 19-23개로 소엽의 수가 많고 1회 우상복엽으로 길이 40cm 정도로 잎이 엄청나게 길다.

 

 

 

너무 높아서 열매를 제대로 담을 수가 없어 입맛을 다시는데 한쪽 낮은 가지가 눈에 들어 온다.

옳다꾸나~!. 바위 위에 올라서서 까치발을 하고 나뭇가지를 잡아챈다.

으~! 따가워라! 뭐가 손가락을 찌른다.

 

 

이런~! 이 녀석이 자잘한 가시 투성이다. 

쳐다 보고 그냥 몇 방 날렸더라면 이 녀석 가지의 이 억센 가시는 보지 못할 뻔 하였다. ㅎㅎ...

 

 

원 줄기의 몸을 살피니 역시 가시가 빼곡하게 박혀 있다.

 

 

그 옆에 심어 놓은 먼나무 붉은 열매를 담고 드뎌 수목원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