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5. 곶자왈 숲에서.
호자나무와 수정목 꽃을 이번에는 꼭 보고야 말겠다고 별렀다.
제주산딸기 해안을 서둘러 출발하여 자주 오던 숲 건너 곶자왈 계곡으로 들어 갔다.
지난 해 큰피막이를 담은 곳인가? 했더니 그 곳은 아니고 처음 들어와 본다.
마악 한 발 숲길을 들어서는 입구에 산딸기나무에 딸기가 탐스럽게 익었다.
육지의 산딸기보다 알이 굵고 잎도 좀 달라보인다.
숲 계곡 쪽으로 향하여 이끼 낀 바위를 조심스럽게 넘어서는데 작은 호자나무들이 보인다.
두근거리는 마음 진정시키면서 작은 나무들마다 하얀 꽃이 달려 있기를 빌었더니.
이야호~! 찾았다!! 호자나무 꽃이다.!!
딱 한 그루에 꽃이 풍성하게도 피어 있다. 그렇게 소원하던 호자나무 꽃이다.
열매는 지난 겨울 한라수목원에서 담은 게 있는데 꽃은 처음이다.
호자덩굴처럼 긴 화관을 가진 꽃이 4갈래로 갈라져 있다.
호자나무나 호자덩굴이나 꼭두서니과로 꽃과 열매가 꼭 같다.
잎이 붙은 곳에 위 아래로 길다란 가시가 장난이 아니다. 접근하면 찔러버리겠다는 위협성 경고를 하고 있는 거다.
엄지손톱 정도의 잎은 마주나 있고 잎 앞 뒷면에 털도 있다.
분명 수정목도 있을겨~!
다들 호자나무에 매달려 있는 동안 다시 주변을 살피니... 오호라~! 수정목이 있다.
그것도 두어 송이 꽃을 달고. 아니 빨간 열매까지 달고서..오늘 복이 터졌다.
역시 이 녀석도 열매와 잎이 호자나무나 꼭 같다.
다만 잎이 호자나무의 2~3배 정도로 크고 잎겨드랑이의 가시가 1개 있는데
호자나무의 위협성에 비하면 1cm도 안되는 크기로 매우 소심하게 달려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이름도 성도 처음 듣는 무주나무다. 이 녀석도 고맙게도 두 송이 꽃을 달고 있었다.
호자나무나, 수정목과 같은 꼭두서니과라 꽃모양도 닮았다. 멸종위기 2급식물 이다.
한 곳에서 귀한 녀석 3종의 꽃을 담다니...오늘 꽃복 대박이다.
빛이 약한 숲에서 꽃을 담으려니 노출을 최대한 올려봐도 뭉개지기만 한다.
에고~! 이 귀한 녀석을 잘 담아 줘야하는디...
길다란 화관이 5갈래로 갈라지고 털이 많이 나 있다.
꼭두서니과의 여러해살이 상록성 떨기나무 높이는 1m 정도이다. 가지는 가늘고 길다.
줄기는 초록색이며 털이 없고, 잎이 달려난 흔적이 남아서 마디처럼 보인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잎끝이 길게 빠져 있다. 열매는 핵과로 둥글며지름 4mm의 파란색이다.
무주나무는 키가 고작 1m 정도 되었을까?
어두워지는 호자나무 숲에 미련을 내려 놓고 나오는데 석송이 바닥을 기고 있다.
숲 사이 틈으로 새어든 햇살이 노루발풀을 환하게 비춰 주고 있다.
잎에 거치가 없이 밋밋한 걸 보니 붉가시나무가 틀립 없다..
6월의 붉가시나무 초록 잎이 싱그럽다.
숲을 빠져나오니 한 쪽에 또 산딸기가 잘 익었다.
열심히 따서 입에 털어 넣으니 그 달콤함에 혀끝이 떨린다. 정말 이 녀석이 그냥 산딸기나무인가?
분명 정금나무 꽃이 피었을텐데....
정금나무 꽃이 보고싶다고 보채는 내 성화에 한참을 더 달려 개울가에 차를 세운다.
위쪽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을 테고 이 곳이 가장 빨리 피는 곳이라 한다.
역시 짐작대로 정금나무가 조롱조롱 귀여운 꽃을 피우고 있다.
산록 도로변 큰 나무에는 등수국과 바위수국이 부케처럼 풍성하게 하얀 꽃을 장식해 놓았다.
이 녀석은 화서 바깥쪽 중성화 꽃잎이 4장으로 된 등수국이다. 바위수국은 중성화 꽃잎이 1장이다.
등수국은 잎의 거치가 바위수국보다 더 자잘하다.
잠시 별모양의 털을 덮어 쓰고 있는 새비나무랑 눈을 맞추어 본다.
아직 꽃봉오리 상태다. 이 녀석 꽃을 보긴 올해도 틀린 것 같다.
큰천남성이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혹시나 꽃을 파가지 않나 지켜 보고 있다.
다시 등수국으로 눈을 돌려서 풍성한 화서에 머문다.
이 여인은 꽃을 너무 사모하다가 나무가 되어 버렸다.
제주 열두번 째 꽃나들이 첫 날은 이것으로 마무리 한다.
함께 한 회원들과 저녁 식사에 쇠주 한잔으로 피로를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