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태백바람을 맞으러(애기괭이밥,뫼제비꽃,족도리풀,삿갓우산이끼,들바람꽃

by 여왕벌. 2010. 5. 6.

2010. 5.5. 태백산 당골==>반재==>만항재

  

어린이 날이라 어린 손님을 동반한 가족들로 태백산 입구가 부산하다.

당골 첫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여유 있는 걸음으로 골짝을 오른다.

 

한계령풀을 담으러 한 번은 가야하는데 제주에 다녀오고 공식 행사 때문에 2주가 지나 버렸다.

다행스러운 것은 4월에도 눈이 내릴 정도의로 이상 기온으로 예년보다 2주 이상 개화시기가 늦어져서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까지도 골짝에 얼음이 있었다더니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얼음 녹은 물로 계곡은 여름처럼 수량이 풍부하다.

당골 초입에서 부터 홀아비바람꽃이 하얀 별처럼 깔려 있다.

반가워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동행한 ㅇㄱ님이 위에 가면 많으니 시간을 아껴야 한다며 걸음을 재촉한다.

 

길섶에 파란 잎 난들거리면서 큰괭이밥과 애기괭이밥이 보인다.

9시 20분에 걷기 시작하였는데 10시도 안 된 시각에 벌써 꽃잎을 활짝 폈다. 만났을 때 담아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길바닥에 업드린다. 큰괭이밥은 붉은 실핏줄이 선명하다.  

 

 

 

애기괭이밥은 깨끗한 흰색이다. 사실 이녀석한데 <애기>란 이름을 붙인게 어색하다.

큰괭이밥에 비하면야 꽃이 작긴 하나, 노란 꽃이 피는 괭이밥보다 오히려 꽃이 더 크다.

 

 

큰괭이밥은 잎 끝이 칼로 자른 것 같은데, 애기괭이밥은 하트 모양을 유지한다.

 

  

족도리풀이다 평소에 보던 녀석과 달라보이는데 정확한 이름을 못찾겠다.

족도리풀은 7종으로 정리가 되었다고 한다. 성은 천천히 찾아야겠다.

 

 

세 갈래로 갈라진 총포 끝이 뾰족하고 연두색을 띠고 있다.

 

 

바닥에 보라색 꽃을 피운 자그마한 제비꽃이 눈에 들어 온다.

잎에 무늬는 없고 잎이 넓고 엽저가 심장형이다.흠~! 뫼제비꽃일까?

 

뫼제비꽃은 잎이 원형이라기 보다 길이가 좀 있는데 이 녀석은 너무 동그랗다.

 

 

잎이 좀 길쭉한 녀석도 보인다. 잎 뒷면이 자주색을 띠고 있다. 뫼제비꽃이 맞는 것 같다.

 

 

 

그늘진 습한 곳에 납작한 이끼가 깔려 있다. 청량산에서 처음 보고 이 녀석 이름이 삿갓우산이끼란 걸 알았다.

엽상체 사이 사이에 가느다란 버섯이 돋아 있길래 버섯도 함께 사는가 했는데 좀 이상하여 엽상체를 뒤집어 보니

아고야~! 엽상체의 까만 눈 같은 곳에서 돋아난 포자낭 우산 같다. 확실하게 포자낭인지 확실하게 알아 봐야겠다. 

 

 

 

와~! 들바람이다!

강원도의 계곡은 아직 나목들만 방문객을 맞고 있는데, 그 숲 아래에 보고 싶던 들바람꽃이 아직 피고 있다.

 

4월 초순에 이 녀석 보고자버서 화야산 까지 가볼까 했었는데 태백산 골짝에는 아직도 나를 기다려 주고 있다.

예년의 기온이라면 벌써 들바람꽃이 다 사그러 졌을 시기지만 올해는 이상 기온 덕을 톡톡히 본다. 반갑다. 들바람아.

 

 

  

오늘 목적으로 하는 반재까지 2.2km란다. 내 걸음으로는 만만치 않는 거리다.

그래도 당골 계곡은 볼거리가 많아서 이것 저것 담느라고 먼 줄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걸어 들어가니 갈퀴현호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항재에도 많이 볼 수 있지만 한 포기씩 햇살 받으면서 서 있는 모습이 이쁘다.

 

 

 

반재로 치받는 오르막 길 아래서 잠시 숨을 돌린다. 시장기가 느껴진다.

먼 길 일찍 서두르느라고 우유한 잔으로 떼운 아침 식사가 이제사 신호를 보낸다. 계란 두알과 홍삼포로 시장기를 달랜다.

주변에 홀아비바람꽃과 깔렸다.

 

 

 

이마빼기에 와 닿는 급경사가 부담스럽지만 반재 위에까지 가야 태백바람꽃을 볼 수 있다.

고개를 오르는 중간에 동의나물이 꽃 핀 상태를 보고 고개마루까지 올라갈 것인지를 결정하자고 한다.

대성쓴풀까지 볼려면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얼마를 오르지 않았는데 동의나물이 보인다. 가파를 비탈에도 이렇게 습한 곳이 있다.  

 

 

 그래도 이만큼 올라온 게 아까워서 반재까지 오르기로 한다.

태백바람꽃이 피건 안 피건 그 모습이라도 보고 가야 섭섭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거운 걸음을 나무계단 옆에 세운 목책 줄에 의지하여 낑낑대면 오르니 고개 위에는 등산객들로 부산하다.

 

양지쪽 남사면에는 얼레지가 자주색 깨끼적삼을 걸치고 반겨준다.

 

 

  

태백바람을 찾으려고 고개 주변을 뒤지는데 남사면에는 보이질 않는다. 

저 멀리서 부르는 소리에 쳐다보니 태백바람이 있단다.

반가워라~! 겨우 두어 송이가 피어 있다.

 

 

  

꽃받침에 연두색 기운이 있고 잎은 회리바람과 비슷하다.

아직도 들바람이 피어 있으니 태백바람이 개화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웠던 모양이다.

그래도 반갑다. 셔틀콕처럼 꽃받침을 발라당 제끼는 특징이 있지만 금방 핀 녀석이라 꽃받침이 아직 완전하게 제끼지는 않았다.

 

 

만항재로 가기 위하여 하산을 서두른다.

새로 마련한 등산화가 바닥에 짝짝 달라붙는 느낌이라 안정감은 있는데 한 치수 큰 것을 샀더니 헐렁거리는 느낌이다.

두터운 등산 양말을 신었는데도 발이 따로 논다. 발바닥이 왈왈하여 신발을 벗어보니 살짝 물집이 잡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