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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까미야 산책 가자

by 여왕벌. 2005. 4. 21.
식목일날
막내네가 기르던 강아지를 델꼬 와서는
저거 네식구만 차 타고 가버렸답니다.

짖는 소리가 우렁우렁하여
이웃집 아파트에서 불평도 있고
몸집이 커지니까 여섯살 조카 녀석을 물고 그랬나 봐요.

엄니가 짐승을 싫어하시거덩요.
벌써부터 데려다 둔다고 했지만
엄니의 완강한 반대에 작전을 감행하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더니
여러 번 이야기를 하면서 사전 예고를 하더니만....
한식 때 데려간다고 선전 포고를 해버렸지 뭡니까?

울 엄니 잔소리 하셨으나
살아 있는 짐승이라 그 녀석도 꾀가 멀쩡한데
지 싫어하는 것 안다고
꾸지람하고 소리 지르면 안된다고
지가요. 단단히 교육(?)을 시켰지요.

이 녀석 꽤 기품 있는 가계라는디
종자를 잊어 먹었네요

제 주인 가고 난 뒤 어리둥절하고
내 아직 저하고 사귀지 못하여
나만 보면 짖어대지 않갔어요?

"야 임마! 인제 내가 니 주인이야"
"왕! 왕!"
"내한테 짖어 봐야 국물도 없다이"
"자! 옳지. 그래 착하지"
"끼잉~~~ 멀뚱멀뚱"

에구 얼르다가 달래다가 머리털을 문질러 주니까
그제서야 경계를 늦추네요.
그래도 한발 다가가면 먹이를 먹다가도
멈칫하는 폼이 아직 불안한가 봐요.
5학년 조카는 올라가는 차안에서 기어이 눈물 흘렸다네요.

그런데 여섯살 개구장이는
할머니네 맹돌이는 데리고 가고싶다고.
조그만 발바리가 귀염을 떨고
지한데 사납게 하지 않으니 맘에 든다는 거지요.
엄니는 개 두마리 건사하기 힘들다고
서울내기를 남한테 줘 버린다네요.
에그 안되지요. 이 녀석은 무척 영리하던데.

"까미야! 산책 가자"
일요일 답답하여 이녀석을 데리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는데
에궁! 지가 나를 데리고 갈려고 하네요.
동네 개들 짖을 때마다 오만 간섭을 하면서
날뛰는 녀석 달래느라 꽤나 힘이 들었지요

턱이나 기둥 같은 것만 봐도 킁킁 냄새를 맞더니
바로 뒷다리 들고 바로 일발 장진입니다.
지 영역으 표시한다는 게지요.

먹세도 좋아서 주는대로 꿀꺽이라
만져보면 통통하고 힘도 얼마나 센지..
응가도 쉴새 없이 퍼지릅니다.

늦게 퇴근하여 지 볼라치면
내 바지 위에 지 앞다리 터억 올려 놓고
먹을 것 없냐고 쳐다 봅니다.

"어허! 다리 치워라이"
"끼잉 낑"
"내 먹을 것도 없는디 니 줄게 있을까나?"

그래도 자꾸 처량한 눈빛으로 쳐다 봅니다.
"맹돌이랑 잘 자그라"
"우엉!"
"야 임마 불쌍한 듯 연기해도 소용 없다이."

이제 자꾸만 녀석과 정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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