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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지금도 눈물이 나요

by 여왕벌. 2006. 9. 24.
토요일 단양에 갔다가
저녁 때 쯤 집에 돌아 와 보니

맨날 꼬리 흔들고 나오던 발바리 맹순이가 안보였지요
금요일 밤 늦게 집에 올 때도 제집을 두드리자
힘 없이 일어나서 짖지도 못하고 겨우 꼬리 한번 흔들던 녀석이라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여 집을 들여다 보니 잠 자듯이 누워 있더군요

이 녀석 달포 전쯤 강아지 4마리를 낳았는데
눈도 안뜬 녀석들이 한마리씩 시름 시름 죽더니

지난 주 일요일 배틀배틀 발자국 옮기던 마지막 한녀석 마저
축 늘어진 모습으로 에미인 맹순이가 물고
대문 밖으로 나가더니 어디엔가 묻어 주고 돌아 왔더랬는데.

에미인 맹순이는 새끼를 낳고 나서 다시 배가 조금씩 불러오더니
다시 배가 남산만해 지면서 잘 짖지도 먹지도 않는 게
아무래도 그 녀석이 병이 들었던 것 같았지요.

녀석이 우리 집에 온지 7년 정도 되었으니
지 나이로는 새끼를 낳기에 벅찼던가 봅니다
아니면 새끼를 낳은 후 약한 몸에 병이 온 것일지도...

에미가 병이 있으니 강아지들이 병든 에미 젖을 먹고 죽어갔던 거고
아무래도 에미마저 죽을 것 같아서 그냥 마음만 쓰였었는데,

아침에 나가기 바빠서 들여다 보지 못하고 그냥 갔더니만
단양 갔다가 돌아 와보니 잠 자듯이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네요.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만 먹먹해져서
"엄마! 맹순이가 죽은 것 같아"
곧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낮은 목소리로 엄니한테 알리니

"그래~, 아침에 보니 죽어 있더라"
엄니도 마음이 안되었던지 목소리가 젖어 있었습니다.

저녁에 엄니가 그 녀석을 비닐 봉지에 담아서
냇가에 그냥 버리려고 그러길래

"그래도 함께 살았던 녀석인데 묻어 줘야지"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거친 걸음으로
암말도 않고 삽을 들고 둑으로 나갔지요.

앞산 근처 둑방 위 우리 집이 내려다 보이는 곳
흙 부드러운 곳에 구덩이를 파니

엄니도 말 없이 비닐에 싼 맹순이 구덩이에 넣길래
봉지를 풀어 줘야 흙으로 편안히 돌아갈 거라면서
비닐을 벗겨서 녀석을 넣었는데

그 녀석 눈감은 모습 보고
그만 참던 눈물 터지면서 엉엉 울고 말았답니다.
엄니도 내 서럽게 우는 거 말리지도 않고
그냥 뒤따라 걷기만하셨지요.
당신 마음도 짠하신 게지요.

자꾸만 꺽꺽 거리면서 흐느껴 울었더니
"에휴~ 불쌍한 녀석"
그냥 한 마디 하시고 더 말을 못 이으십니다.

두 식구 적적한 분위기, 그 녀석 재롱으로 살아나고
오가는 낯 선 사람 잘도 짖어 주면서
참 귀염을 많이 떨던 녀석이었기에
저 아픈 몸 돌보아 주지 못하게 한이 됩니다.

닦아도 닦아도 자꾸만 눈물이 나더군요.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 그렇게 서럽게 운 적이 없었지요
병 든 것 알면서도 내 바빠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한 것이
마구 후회가 됩니다.

여로 올케와 그 아들 풀꽃빵이 맹순이 쓰다듬으면서
걱정하다가 돌아 갔는데,
그나마 집에 다녀 간 후에 눈감아서 다행입니다.
풀꽃빵이 맹순이 죽은 것 보았다면 너무 슬펐을테니까요.

아직도 그 녀석 불쌍해서 눈물이 납니다.

앞 산에 오를 때 마다
녀석이 묻혀 있는 자리 서성이게 되겠지요.
 
**********************
마음이 아프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이 있을꺼예요. 맹순이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라도...여왕벌님 힘내세요~!!! 05.07.31 19:19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많이 늙어 더 힘들어 하다가 가면 더힘드셨을거에요... 05.07.31 21:15
 

우리 까망이 죽었을 때 생각납니다. 저녁 먹다가 남편하고 통곡하며 울었지요.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데 요새 데리고 있는 강아지들을 절대로 밖에 못나가게 하는 이유도 있답니다. 밖에 나가면 병을 얻어 오고 쥐약도 먹게 되고..지금 강아지들은 최대한으로 데리고 있을려구요. 견생무상. 05.07.31 22:32
 

음... 강아지를 키울때 최대의 단점은.. 강아지가 먼저 떠난다는 것.. 그래서 키우가기 무서워요.. 정들면 넘 힘들어지니까.. 우리 '똘'이 생각이 나네요.. 다른 집에 보낼때 얼마나 울었던지.. 05.07.31 22:39
 

누구나 한번쯤 강아지를 기르면서 겪게 되는일인것 같아요. 가족이 없어진거나 마찬가지로 다가오죠. 힘내세요. 05.07.31 22:55
 

애구... 7년을 함께 살았으니, 얼마나 정이 들었을까요.... 개가 7살이면, 사람나이 50-60이나 마찬가지니, 늙어서 새끼 낳느라 건강을 다 잃었나보네요... 05.08.01 00:03
 

용담 ................. 05.08.01 00:19
 

해바라기2000 ...... ㅠㅠㅠ 05.08.01 01:03
 

얼마간은 많이 허전할 겝니다.. 집에 돌아 오더라도 자꾸만 맹순이 집으로 눈길이 갈거구요. 별 수 없이 시간에 맡기는 수 밖에... 마음 추스리시구요. 05.08.01 09:37

모든 생명체는 태어난 이상 죽게 되어있지요.. 아프단 말한마디 못하고 죽어간 놈이라 더욱 마음이 안쓰럽지만, 어쩌겠어요... 그냥..... 또, 열심히 살아야지요. 05.08.01 10:11
 

숲속마을복숭아... 힘내세요................ 05.08.01 12:45

개들이 새끼를 낳고나서 새끼가 병이 들어 죽으면 다시 배가 불러오더군요. 그래서 전 녀석들이 아마도 상상 임신을 하는거라 생각했어요. 짐승들에게도 모정이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자꾸 마음이 허전할텐데...기르던 강아지 죽고나면 한참 우울증세가 이어지던데... 05.08.01 15:32
 

7년이면 인간사로 따지면 엄청 긴 시간인데....남기고 간 정이 무척 많겠군요 05.08.01 17:02
 

힘 내세요~~~벌 님 . 인연 이란 헤어짐이 있어야만 새로운 만남이 있답니다. 05.08.01 17:07
 

이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답니다...예쁜 강아지 구해서 새로운정 주어야지요..힘내세요. 파이팅! 05.08.01 19:18
 

여왕벌님 저도 경험했어요 마음이 얼마나 아프지 알아요. 저는 다시 멍멍이 안 키울꺼예요. 세월이 약이란 말 있지요. 05.08.01 20:41

여왕벌님~ 온통 시야가뿌엿게 흐려집니다. 이그 불쌍해서리 예전 울 죽은 강아지 생각도 나구요. 어쩌지요? 힘내세요. 05.08.01 20:44
 

에고,,, 여왕벌님 저도 이 글을 읽으니 맘이 찡하지네요. 호허,,, 더욱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으니 더 맘이 아프시겠죠. 그래두,,, 힘 내시구요, 어디 또 예쁜 강아지 한 녀석 분양하여 정을 쏟다보면 잊혀지겠죠, 세월가듯... 그만 화이팅하시구요, 제법 아침 저녁 선들바람이 가을 냄새를 풍기는듯... 건강 지키십시요. 05.08.02 06:42
 

여왕벌님의 큰 눈망울에 맺힌 눈물을 생각하니 제마음도 많이 아파옵니다. 참 그 정이란것이 무엇인지... 새식구 들여서 또 정붙이다보면 좀 나아질듯하오니 힘 내세요. 05.08.02 11:51

여왕벌님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잘 보내주셔서 그래도 행복하게 또다른 그곳으로 잘 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뜻한 마음이 아마도 잘 전달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야초님 말씀처럼 새식구 들여서 정붙이면 나아질듯 하시니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 05.08.02 20:26

다들 위로해주셔서 고마워요. 방금도 집으로 들어 오면서 맹순이 꼬리 살랑 흔드는 듯하여 녀석의 집을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녀석 컴컴한 둑 위에 서서 불켜진 집 마당 내려다 보고 있겠지요. 05.08.02 23:56

하얀솔 .... 여왕벌님 잘 계시죠..? 슬픈일이 있으셨군요... 05.08.03 12:55
 

지난 봄 벗꽃과 개나리가 만개한 뒷동산에 9년을 함께한 녀석을 묻고 돌아서던 때가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에고~ 그넘의 정이 뭔지... 05.08.03 18:14
 

나도 울집에 아름이란 공주깡지가 있는데 정말 젤 반겨주고 따르고 정이 너무 들어서 탈이다 합니다. 딸없은 울집에 공주 한식구 더있다 하는건데 님글 읽으니 넘 가슴이 아프네요. 그게 정인데.. 05.08.03 23:55
 

가슴이 찡 합니다. 저도 이제 8년째 같이 살고 있는 녀석이 있는데 언젠가 이런날이 찾아오겠지요. 05.08.0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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