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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니가 누구로?

by 여왕벌. 2006. 2. 3.

  

 

 

 

권현자, 남정숙, 문순영...많이 씩씩하고 예뻐졌다..

 

 

딩동!
핸폰으로 메세지가 도착 했네요.

"샘요! 문순영인데요.
이번 모임에 지난 번 동창회 때 사진 받았어요.
@@이가 파일 보내 드린대요"

************************************


2004년 추석 한 달 쯤 후이던가 한통의 전화가 왔지요.
동창회를 하니 참석해 달라고.

첫 발령지 시골 학교에서 가르치던 녀석들..
그러니까 1978년 부임을 받아서 5년간 근무했으니
1982년도 초등 졸업생이니 나이가????
벌써 30대 중반을 넘었네요.

동창회를 한다고 나를 찾다가 경찰에 근무하는 녀석에게
수배(?)령이 떨어져서 연구원에 근무하는 걸 알아내었다나요.

한 두명에게서 가끔 연락은 있었지만
졸업생 63명 모두 모인다니 지가 더 가슴이 두근두근

2개 반으로 나누진 녀석들을 3, 4, 6학년 3년 동안 담임했으니
네댓 명 제외하고는 모두 내가 품었던 놈들이고
또 첫정이라 더욱 그립기도 하고

토요일 늦게 거울 한번 다시 보고
옷 매무새 다시 고치고 예천 모임 장소에 도착하니

하이고 녀석들!
선생님 도착한다고 우루루 도열하고 있더구만요.

이웃 동생과 결혼한 녀석, 벌써 학부형이 된 녀석
유일하게 같은 교직에 몸담은 듬직한 녀석이며.

5개 부락으로 이루어진 시골 학교라서
다들 생활이 그리 녹녹지 않던 녀석들이었는데
이젠 멀끔한 모습으로 변하여 함박 웃음이네요.

"선생님, 주말마다 우리 안동에 데리고 가서
견학시켜 주신 거 아직도 기억 나요"

시골 아이들이라 읍내에도 가보지 못한 녀석들이 많았던 시절
수학 여행도 생략되었던 6학년.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지만
부모님들 농사일로 바쁘고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았으니..

해서 생각 끝에 토요일이면 7~8명씩 조를 짜서
하룻밤 고향 집으로 데려와 재우면서
안동 도산서원이며, 안동댐, 지층 관찰 등으로
수학 여행 겸 현장 학습을 시켰더니 그것을 잊지 않고 있네요.

그 덕분에 주말마다 아이들 치다꺼리 하신 울 엄니가 고생이셨지요. 



"선생님 방에서 우리 장난친 거 알아요?"

하이구 녀석들.

교통이 여의치 않아서 학교 옆 시골 집에 방을 얻어서 자취를 하였는데

 

밤이면 아이들이 떼거리로 자취방에 몰려와서는

찰옥수수 찐 거 가져와서 함께 먹으면서 숙제도 하고 한참 놀다가곤 하였는데


모르는 것 공부하다가 내 골탕 먹인다고 빨랫줄에 널려 있는 속옷을 감추었다나요?
ㅎㅎㅎㅎ 못말리는 개구쟁이들.

한참 추억에 젖어서 이야기들 오가는 중에도
늦게 도착하는 녀석들로 20여 년 전의 모습을 떠올리느라 부산한데...
히얀하게도 녀석들의 얼굴들이 다 살아나네요.


악동으로 꾸중은 혼자 안고 살던 녀석이 도착했습니다.
만만한 애들 때려서 수시로 울리고 고무줄 놀이하는 여핵생들 고무줄 끊어 먹고
숙제는 당연히 하지 않는 것이던 녀석입니다.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을 하였습니다.
 "야! 내가 누군지 맞춰 봐라"

친구들과 왁자지껄 악수하며 반가움을 나누던 녀석이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만 합니다.
전혀 짐작이 안되나 봅니다.

"야! 판*아! 빨리 이름 맞춰 봐!"

옆에 있던 친구 녀석들이 덩달아 부추키니...

"니가 누구로?"

우하하하~~
녀석의 친구들이 배를 잡고 뒤집어집니다.

"야! 임마, 선생님이야. 남**선생님!"

녀석은 무안하고 멋적어서 뒤통수만 긁적긁적입니다.

 

헤헤! 기분이 좋습니다요.
녀석 나를 친구들과 구분을 못할 정도였던가 봐요.

 


하긴 짧은 생머리 까만 정장에 흰 T셔츠를 받쳐 입고 갔으니
나이보다 덜 보였을 테고 녀석들이 벌써 학부모가 되었으니
녀석들의 눈에는 내가 비슷한 또래로 보였을 테지요.

"선생님, 언제 고향 올 때 제 처랑 선생님 찾아 뵐께요"

품을 팔아 살아가던 홀어머니와 삼남매의 맏이로
힘겨워 하지 않고 꿋꿋하게 공부하던 녀석이 고마워서
중학교 다닐 때 까지 마음 많이 다독거려 주었던 속 깊던 규복이는
이제 작은 기업체 중견 간부가 되었다네요. 녀석의 밝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짜안 합니다.

녀석이 주는 연꽃 사진 액자를 받아들고
돌아 오는 길 내내 흐뭇하고 행복했습니다.

***************************************

순영이의 메시지 끝에 한 줄이 더 붙어 있네요.

"이 번에 샘 못 오셔서 다들 섭섭해 했어요.
근데요, 샘 사진보고요. 울 남편이 친구같대요."

녀석들 다들 잘 행복하게 잘 살겠지요??

 


 

희원이 동생과 결혼한 영상이는 아이가 몇살이라던가? 에고~~ 제자는 벌써 학부형이 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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